하는 수없이 윈도를 다시 깔기로 했다. 이번에는 윈도 비스타만 깔기로 했다. 비스타를 쓰면서부터 사실 윈도 XP를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 참에 단일 시스템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또한 이번 윈도 급사 사건이 윈도 XP를 쓰다가 날아간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도 비스타만 쓰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는 데 한 몫했다.
일단 비스타가 문제 없이 깔리는 걸 보니 하드디스크 자체가 날아간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하드디스크 자체가 날아간 것이면 비스타를 깔 때 에러가 났을 테지만, 그래도 오류를 내지 않고 깔리는 것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일렀다. 하드디스크에 있던 자료들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비스타가 다 깔린 뒤 하드디스크를 뒤져보니 자료는 대부분 그대로 있는 듯 했다. 두 개의 하드디스크에 만들었던 폴더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반 폴더에 있는 자료가 살아 있는 걸 확인한 뒤에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은 윈도 문서 폴더(documents and setting)다. 이 폴더는 문서를 비롯한 사진 같은 윈도에서 작업하는 온갖 잡다한 자료들을 모아 놓는 폴더다. 윈도 바탕 화면의 자료들도 이 폴더에서 찾을 수 있고 각종 프로그램의 세이브 파일도 이곳에 다 모여 있다. 그런데 그 폴더가 열리지 않았다. 아뿔사.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폴더를 열지 못하면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자료들을 단 하나도 건질 수 없기 때문에 내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 폴더가 열리지 않아 그 안의 오래된 자료를 꺼낼 수 없다는 절망스러운 마음이 들자마자 무엇보다 아깝다고 생각한 것이 있었다. 이제까지 써왔던 기사나 글이 아니다. 돈을 주고 샀던 음악도 아니다. 사진이다. 비록 전문가처럼 잘 찍은 사진도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 했던 추억의 사진도 아니건만, 내가 찍은 그 사진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하니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글은 언제든 다시 쓸 수 있지만, 사진을 찍었던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첫 DSLR인 D70s를 산게 2005년 여름이었고, 지난해 D2X로 바꾸면서 찍은 사진들은 아마도 3~4천 장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2년 동안 모아 온 내 시간의 기록들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니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4월1일 만우절이라 비스타가 장난을 좀 친 모양이다. 비스타가 두 개의 윈도를 깔았던 시스템에 윈도를 덧씌우면서 종전 윈도가 쓰던 documents and setting 폴더를 windows.old라는 폴더로 옮겨 놓은 것이다. 처음에는 이 폴더가 원래 있던 윈도 폴더를 백업한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열어보지 않았는데, 그 윈도와 관련된 폴더(windows, program files, documents and setting)를 통째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이 폴더를 보자마자 재빨리 사진이 들어 있던 내 문서 폴더를 찾아내 루트쪽으로 옮기고는 사진이 제대로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대부분의 사진은 남아 있는 듯 보였다. 단지 비스타 쪽에서 작업한 사진과 데이터는 여기에 없었다. 그래도 2년의 시간을 기록해 둔 사진을 모두 날려버릴 뻔 한 것에 비하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한다.
이번 일로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그동안 쌓아두기만 했던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 혼자만 보면서 그 시간을 간직하고 되돌려보는 것보다는 다른 이가 그 사진을 보고 함께 기억해 준다면 나중에 이와 똑같은 일이 생겨 사진을 다 날린다 해도 그리 아깝지는 않을 것 같아서다. 물론 내가 누군가에게 봐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저 이 블로그에 찾아와 '메모리즈'라는 카테고리 한번 뒤져 감상하고 가 준다면 그것만으로 고마울 것 같다.
PS 1> 그런데 사진을 되찾자마자 백업하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역시나 그 많은 사진을 보고 나니 그 순간 귀차니즘이 도졌다. 아무래도 백업을 하기에는 정신을 덜차린 모양이다. -.ㅡa
PS 2> 비스타의 documents and setting 폴더는 보안성이 강화된 탓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열리지 않는다. 이용자가 직접 폴더 보안 권한을 편집해 개체에 그 권한을 부여해 주어야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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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치루셨군요.
저도 제 아들녀석 사진 한번 홀라당 날려서 피눈물 흘렸던 적이 있습니다.
추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죠.
어제의 그 멋진 사진은 이런 해프닝 덕분에 볼 수 있었던건가요?^^
ㅎㅎ 멋진 사진이라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한 번 잃어버릴 뻔(?) 해서인지 좀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기회도 되었고요. 늘 변함없이 그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가도 한순간에 잃는 그 마음을 다시 알 게 된 듯 합니다.. 그건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
주기적으로 씨디 하나씩 구우시죠?^^
전.. 제 여친님 사진을 죄 날려먹어서..조마조마해 하고 있습니다..-0-;;;
견습마법사님은 그래도 행복하신 줄 아세요. 두근두근하게 만들어 줄 여친님께서 계시잖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