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스냅드래곤 845의 인공 지능과 가상 현실(2)

(이전 글에 이어서…)

시각 현실에 더 강해지다

스냅드래곤 845의 인공 지능 성능이 더 강해졌을 지는 모르나 아직 성능에 대한 의문 부호를 떼지 못한 것과 달리 스냅드래곤 845에 있어서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가상 현실, 증강 현실, 혼합 현실 같은 시각 현실의 진화를 위한 GPU 기술을 보완한 부분이다. 스냅드래곤 845의 GPU인 아드레노 630은 퀄컴에서 XR(eXtended Reality)이라 부르고 주도하려는 시각 현실 부문을 위한 몇 가지 흥미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끄는 부분은 SLAM 동반 6 자유도 구현과 포비티드 렌더링을 지원하는 아드레노 포비션(Adreno Fovea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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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자유도는 가상 현실에서 머리 동선(Head Tracking)에 따라 공간 내부를 보는 시점의 움직임을 말한다. 가로와 세로, 깊이를 축으로 둔 상태에서 머리 회전과 머리 위치의 변화에 따라 시점이 바뀌는지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개를 좌우로만 돌렸을 때만 시점이 달라지면 1 자유도라고 한다. 보통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모바일 가상 현실에서 고개를 자유롭게 돌려 공간 내부를 모두 둘러볼 수 있도록 되어 있으므로 3 자유도를 구현한다.

하지만 3 자유도는 일어서거나 몸을 앞으로 숙일 때 머리의 위치가 달라지더라도 공간 자체의 시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때문에 가로, 세로, 깊이 축에 따라 달라지는 머리 위치를 가상 현실에서 똑같이 반영해야 하는 데 이것이 6 자유도다. 가로와 세로, 깊이를 축으로 하는 머리 회전의 3 자유도와 머리 위치의 변화에 따른 3 자유도를 합쳐 6 자유도라 한다. 참고로 장치 내부에 있는 여러 센서로는 머리 회전은 파악할 수 있지만, 머리 위치의 변화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 센서나 여러 개의 외부 카메라로 공간을 탐지하고 머리 위치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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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의 프로젝트 산타크루즈는 퀄컴 스냅드래곤 835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6 자유도 가상 현실 헤드셋이다.

6 자유도 장치들은 PC 기반의 가상 현실 장치들이나 윈도 혼합 현실 장치에서는 이미 구현되어 있고 PC나 스마트폰 없는 단독형 VR 헤드셋에서 시도되고 있으므로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단독형 가상 현실 헤드셋은 오큘러스의 프로젝트 산타크루즈와 구글의 월드센스, HTC의 월드스케일 등인데, 이러한 6 자유도 헤드셋 장치들은 원래 퀄컴 스냅드래곤 835를 기반의 레퍼런스 하드웨어를 각 제조사들이 고유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선하고 있다. 때문에 스냅드래곤 845에서 구현하는 6 자유도의 가상 현실은 결코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그런데 스냅드래곤 845가 기존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줄여서 SLAM이라고 부르는 동시적 위치 측정 및 지도 작성(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을 추가한 것이다. 이것이 재미있는 점은 이제 가상 현실 장치를 쓰고 집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보통 6 자유도 장치들은 일정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룸스케일을 구현한다. 하지만 공간을 가리키는 센서의 범위 또는 이미 인지된 공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환경적 제약이 있다. 일정 공간 안에서 위치와 움직임은 자유로우나 그곳을 벗어나면 작동을 멈추거나 다시 영역을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위치와 지도가 그려지면 외부의 물체나 벽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방 크기의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룸스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장치와 콘텐츠에 따라 더 넓은 실내 공간 또는 집 전체를 가상 현실 헤드셋을 쓰고 움직일 수 있으므로 가상 현실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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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티드 렌더링의 예제. 나무 중앙부는 또렷한 반면 그 주변부는 선명함이 떨어진다.

포비티드 렌더링을 구현하는 아드레노 포비션도 가상 현실의 몰입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포비티드 렌더링은 가상 현실 헤드셋을 썼을 때 눈동자가 향하고 있는 부분의 주변부를 흐릿하게 만들어 좀더 또렷하게 보이도록 속이는 렌더링 기술이다. 지금 가상 현실 헤드셋은 눈동자를 돌려 어느 곳을 보더라도 모든 영역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는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 느낌을 들게 하고 있는데다 전 영역을 선명하게 렌더링을 할 때 들어가는 처리량이 너무 많아 장치에 부담을 준다. 때문에 눈동자가 향하는 부분만 렌더링 품질을 끌어올리고 그 주변부의 품질을 조금 감소시킴으로써 성능적 한계와 몰입감을 동시에 해결하는 포비티드 렌더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때마침 구글도 안드로이드 상에서 포비티드 렌더링과 관련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포비티드 렌더링을 구현하기 어려운 이유는 렌더링 품질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의 눈동자를 추적하고 이에 맞춰 렌더링을 한 뒤 다시 디스플레이에 표시하기까지 걸리는 지연 시간이 있어서다. 눈동자가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렌더링을 해 놓을 수 없는 없기 때문에 눈동자의 움직임과 실제 렌더링 결과를 보여주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해야만 하는 것이 숙제였는데, 스냅드래곤 845에서 아드레노 630과 DSP 등을 결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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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뷰 렌더링은 한번의 렌더링으로 가상 현실에 필요한 두 개의 결과물을 출력한다.

아드레노 630의 또 다른 속임수는 멀티 뷰 렌더링이다. 이미 PC 그래픽 카드에서 쓰고 있는 이 기술은 가상 현실을 위해 두 개의 이미지를 렌더링 하는 게 아니라 둘 중 하나만 렌더링을 한 뒤 GPU에서 내보낼 때 두 개의 지오메트리 정보로 변환한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출력이 2개였지만, 멀티 뷰 렌더링을 하면 하나의 데이터를 처리한 뒤 2개로 출력하는 셈이다. 이전보다 처리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CPU와 GPU 처리 주기는 물론 램도 여유를 확보하고, 지연 시간도 그만큼 줄일 수 있는 여러 장점이 있다.

이처럼 가상 현실의 진화에 꼭 필요한 기술을 상당 부분 내재한 아드레노 630을 품은 스냅드래곤 845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활용 범위를 확장하려는 목적보다 가상 현실 장치 자체의 쓰임새를 더 중요하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미 퀄컴은 스냅드래곤 835 기반 단독형 VR 헤드셋을 통해 시각 컴퓨팅으로 전환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고, 몰입감을 높이고 효율적인 처리 기법을 담은 스냅드래곤 845로 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서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단독형 가상 현실 헤드셋이 스냅드래곤 835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는 데다 스냅드래곤 845의 아드레노 630에 포함한 새로운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관련 제품을 만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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