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글쓴 이 - 칫솔(CHiTSOL, PHILSIK CHOI) | 칫솔질 l 2007/01/03 15:17



오늘 레인콤으로부터 이런 제목의 보도자료가 왔다.

권위 있는 IT 전문 매체 CNET “Best MP3P of 2006”에서 최고 점수 영예
세계 시장에서 주목 받는 “아이리버 클릭스(Clix)”

우리말로 바꾸면 2006년의 최고 MP3 플레이어다. 그 중에 최고 점수를 받았다니 일단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이 보도자료를 받았을 때 예전 생각이 떠올랐다. 중소 업체에 불과했던 레인콤이 MP3 플레이어 업계의 선두에 올라선 데에 일조한 외신 말이다. 당시가 2001년인지 2002년이었는지,  PC매거진인지 C넷인지 가물가물하지만 "지금 나가서 아이리버의 MP3 CDP를 사라"는 그때의 한마디가 우리나라까지 메아리쳤고, 세계에서 극찬한 아이리버가 되어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는 뉴스가 되어 버렸다.

분명 그 때 레인콤은 외신 마케팅을 잘 활용했다. 그리고 무럭무럭 컸다. 회사 규모도 싯가 수천억짜리로 커졌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수많은 이유로 레인콤은 위기를 맞았고, 수백억 규모의 투자를 받아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리고 다시 외신 이야기가 나왔다. 줄여 말하자면 역시 아이리버가 좋다는 얘기다. 그래. 지금 처지 상 그렇게 얘기할 만하다. 마케팅에 도움이 될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아서 이야기를 해야할 때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락호락하게 받아쓰기만 해줄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을까? 나처럼 외신 자료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에게 이런 보도자료는 한번은 씹을 수 있는 껌일지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난 지금부터 난 이 보도자료에 대해 트집을 잡는다. 업체의 보도자료라는 게 늘 그렇듯 입맛에 맞게 요리하기 나름이라 불리한 이야기들은 쏙 빼놓는게 다반사다. 이 보도자료만 봐도 얼핏 보면 MP3 플레이어들을 모아서 비교 분석을 했겠구나 생각이 들 것이다. 처음 보도자료를 받아봤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비교를 하고 평가를 내렸는지 알아보려고 C넷에 들어가 이 기사에 대해 찾아봤다. 12월 18일자 기사라는 데 눈에 띄질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가 대행사에 원문 링크를 달라고 해서 들어가봤다. 아래 링크다.

http://reviews.cnet.com/4321-6490_7-65 ··· Dnl.e428

들어가 보면 알겠지만, 이는 새로운 기사가 아니다. C넷이 2006년에 리뷰했던 MP3 플레이어 가운데 높은 점수를 받은 여섯 가지 모델을 모아 놓은 것이다. 앞쪽 10줄 정도의 전문을 빼면 새로울 게 없다. 그 리뷰 중에 최고 점수를 아이리버 클릭스가 얻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썼다.

- 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 제조업체 레인콤(대표 양덕준, 김혁균 www.reigncom.com)은 해외수출용 제품인 “아이리버 클릭스(iriver Clix)”가 세계적인 IT 전문 매체인 CNET이 선정한 “Best MP3 Player of 2006”에서 삼성 옙(YP-T9), 5세대 아이팟, 아이팟 나노, 도시바 기가빗 S 등의 제품을 제치고, 최고 왕좌를 거머쥐게 되었다고 밝혔다.

아이리버 클릭스와 나머지 다섯 개의 점수차이는 0.4점차. 과연 큰 것일까? 리뷰 시점에 차이가 있고, 동급의 모델로 비교한 것도 아닌데다 리뷰어의 주관성을 감안하자면 거의 거기서 거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8점 이상이 모두 최고야!(excellent)라는 극단적인 칭호를 받은 점을 보면 대부분 최상위 성능을 가진 봐야할 것이다.
0.4점. 표면적으로 드러난 점수니까 최고 점수를 받았다는 말은 틀린 게 아니다. 하지만 "최고 왕좌를 거머쥐게 되었다."는 표현은 뭐란 말인가? 이 글은 2006년 베스트 MP3 플레이어였지, 2006년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고르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칭호는 멋대로 붙이셨다.

더 웃긴 건 그 다음 구절이다.

- 또한 사용자들이 내리는 평가에서는 다른 비교 MP3P 제품 보다 가장 많은 사용자가 평가에 참여했으며, 평점 7.8점을 받아 삼성 옙 YP-T9(7.6점), 5세대 아이팟(5.9점)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캡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아이리버 클릭스보다 사용자 점수가 낮은 것은 5세대 아이팟과 나노, 삼성 T9이다. 보도자료를 5세대 아이팟과 나노 평균 점수는 6.3점에서 5.9점으로 0.5점 깎았다. 보도자료 보내는 시점(오늘)의 평균 점수를 다시 확인했어야 했는데, 쓰는 시점에서만 확인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 보도자료는 적어도 2006년 12월 30일 이전에 쓴 것이라는 얘기다. 왜냐하면 5세대 아이팟의 마지막 댓글이 12월 30일에 달렸는데 이것이 전체 점수에 영향을 줬으니까.
아무튼 윗 글만 읽으면 클릭스보다 나은 놈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도시바 기가비트 S가 0.1점이 높고 크리에이티브 젠 V 플러스는 동점이다. 즉, 나은 놈보다 못한 놈만 갖고 비교한 것이다. 추녀 옆의 미녀, 추남 옆의 미남이 더 돋보이는 것처럼 이렇게 써 놓으니 클릭스가 더 좋아 보일 수 밖에.

클릭스가 분명 좋은 제품일 수도 있다. 리뷰어나 사용자들의 평가가 좋다는 게 이의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외신 마케팅으로 좋다는 선입견을 주입하기보다 좀 정정당당하게 평가를 받을 자신은 이제 없나? C넷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라니... 그걸 한국에서도 순순히 받아들이라는 말인가? 그같은 외신 사대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아이리버, 아니 레인콤이 너무도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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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글

뒤늦게 이 글에 댓글이 달리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만,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 댓글 작성이 되지 않도록 설정하겠습니다. 이후에 달리는 댓글은 자동으로 삭제됨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이후에 들어오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덧붙여 설명하겠습니다.

이 글은 아이리버의 홍보 대행사인 프레인이 2007년 1월 2일에 보낸 보도 자료의 일부 사실 왜곡과 레인콤의 외신 인용의 문제점을 짚기 위해 쓴 것입니다. 이 보도 자료의 원본이 된 씨넷 기사는 2006년의 최고 MP3 플레이어들(best MP3 player of 2006)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리뷰 모음에 불과합니다. 점수 분포도로는 분명 아이리버 클릭스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맞으나 추가된 영어 전문 어디에도 '아이리버 클릭스가 최고 왕좌를 차지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이런 작위적인 글을 덧붙이기 위해서는 해당 미디어로부터 사전 승인은 물론 이에 대한 설명 또는 코멘트가 명시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업체들 관행상 임의로 이런 사실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나 이처럼 외신을 임의로 해석해 과대 포장하는 경우 일부 미디어는 이것을 마치 '씨넷이 최고의 MP3 플레이어로 클릭스를 뽑았다'는 것처럼 확대 해석하게 됩니다. 실제로 모 신문에 '레인콤 `아이리버 클릭스` 미 씨넷 최고MP3P 뽑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정말 씨넷이 직접 뽑은 것처럼 제목이 달려 있지만, 씨넷은 최고 MP3 플레이어를 뽑지도 않았으므로 이번 보도자료는 그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보도자료들이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일주일에 몇 건씩 올라옵니다. 실제로 사실 확인을 하는 기자가 많지만, 마감이나 꼭지 채우기에 미처 확인을 못하다보면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핵심만 뽑아 정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 보도자료의 잘못된 한 줄, 한 단어가 실제와 다른 내용의 기사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이 글을 쓴 가장 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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