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글쓴 이 - 칫솔(CHiTSOL, PHILSIK CHOI) | 칫솔질 l 2006/11/16 22:30



(흠.. 나와 관련된 것도 아닌 일이지만.. 나와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난 얘기들이라 오지랍 한번 떨어보겠습니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는데 알바분들은 글 끝까지 다 읽고 댓글 다시기 바랍니다.)

어제와 오늘자 팬택 뉴스 중에는 실적 전망치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팬택 A1406 휴대폰에 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지난 달 말 팬택 휴대폰이 KDDI-au(au는 KDDI의 이동통신 브랜드) 제품 순위에서 2위, 전체 모델 중에는 6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어제 전자신문 인터넷에서 이와 관련한 기사 하나를 띄웠습니다. 아래 링크는 일본에 있는 김00 씨의 칼럼을 받아 게재한 전자신문 인터넷 기사입니다.
http://www.ebuzz.co.kr/content/buzz_view.html?uid=9769

이 기사의 요지는 '0엔폰'이어서 잘 나갔다가 아닙니다. 왜 이렇게 잘 나가게 되었는지를 일본 통신 시장과 결부해 설명했던 겁니다.

그러나 팬택측은 '0엔폰'이라서 잘나간 것으로 판단, 이에 반발했고 오늘 새로운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전 이처럼 감동적인 보도자료를 처음 봅니다. 어쩜 기자보다도 잘 쓰시는지. 진심으로 팬택 개발자와 이번 결과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분들께 절로 고개가 숙여지네요.)

http://www.newswire.co.kr/read_sub.php ··· amp%3Btt=

이 보도자료는 사보의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개발 당시의 이야기들을 '비화'라는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풀어낸 것입니다. 이 내용을 요약해보면 'KDDI와 팬택이 함께 40~50대 중장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휴대폰 개발을 기획했고 그들에게 어울리는 쓰기 쉬운 컨버전스 폰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신경써서 제품을 완성시킨 여러 팬택 직원의 노력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자료는 분명 KDDI와 협력이라는 것에 상당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만, 일본 휴대폰 판매 시장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여전히 2등을 차지한 데에는 치밀한 기획이었다는 것이지요. 여기까지는 100보 양보합니다. 제품이 안좋다면 분명 소비자는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품만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필요한 전부였을까요? 전자신문 인터넷 기사는  팬택의 노력을 폄훼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시장 측면에서 접근한 것일 뿐입니다. 그런 접근을 하게 된 것은 이번 보도자료 때문이 아니라 처음에 나왔던 보도자료 때문입니다.

그러면 맨 처음(10월31일자) 팬택 보도자료를 보시죠.

http://www.newswire.co.kr/read_sub.php ··· amp%3Btt=

어제 나온 자료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겁니다. KDDI와 협력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안보이고, 일본 통신 시장에 대한 접근법도 업체의 주장으로만 제한돼 있습니다. 전후 사정 모두를 이쪽에서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지요. 이 때문에 전자 기사에 일본 휴대폰 시장과 판매 관행에 대한 이야기가 섞여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모 매체에는 전자신문 인터넷 기사가 일본 통신 시장 모르고 썼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그쪽 통신 시장의 이야기를 쏙 빼더군요.

그래서 기사를 쓴 사람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먼저 문제의 0엔폰. 일본에는 0엔폰이라는 게 없답니다. 보조금도 없고요. 다만 약정에 따라서 할인해 주는 '와리비끼(割引)'는 있답니다. 와리비끼는 통신사에서 책임지는 게 아니라 판매점에서 책임지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0엔폰인 곳도 있고 실제 돈을 받고 파는 곳도 있다는군요. 어쨌든 판매점에서 약정을 두 개, 세 개 겹쳐서 계약을 하게 되면 비싼 휴대폰도 0엔폰이 된다는 겁니다. 약정을 많이 걸수록 휴대폰은 싸지지만 기본료는 엄청 비싸집니다. (다시 말하지만 약정을 맺는 것은 휴대폰 판매점이지 KDDI 같은 통신 사업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꼭 약정을 안해도 0엔폰인 것들이 있답니다. 팬택 휴대폰 역시 이런 약정 없이 0엔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있습니다. 두 번째 보도자료의 내용처럼 KDDI가 전략폰으로 선택한 모델이라는 겁니다. NTT 도꼬모의 라꾸라꾸폰과 같은 노년층에게 인기있는 모델을 찾다보니 이의 맞상대로 팬택 폰을 선택한 것입니다. 정말 기막힌 타이밍이었다고 하더군요. 통상 신형 휴대폰은 0엔폰이 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지만, 이번은 굉장히 이례적이었습니다. 적어도 새 모델이 나와야 이전 휴대폰이 0엔폰이 되는 데 이번은 나온지 한달 만에 0엔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팬택에서 소니 워크맨 폰도 0엔폰이라고 했더군요. 최신형이던가요?)

그래서 또 물었습니다. 0엔폰이 아니어도 잘 될 것 같냐고 그랬더니 '그럴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는 절대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잘 될 것 같은 휴대폰이 0엔폰으로 둔갑된 게 오히려 안타깝다더군요. KDDI-au가 비슷한 컨셉의 실버폰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붙였습니다. 단, 성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시장 상황이 그러하다는 이야기만 했습니다. 보도자료만 본다면 팬택 폰은 제값을 주고 판매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팬택 휴대폰이 KDDI-au의 전략폰이었다거나 0엔폰 시장 상황이 이러하다거나 하는 구절은 어디를 뜯어봐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가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전했다는 게 비난 받을 일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제품을 개발한 사람 입장에서 이 기사가 가슴 아프고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 정도 마음까지 헤아려 주지 못한 기자가 원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제품이 받쳐주니 이 정도까지 올 수 있었는데 이를 몰라줬다는 점이 못내 서운하다면 애초에 낸 보도자료를 꼼꼼히 읽어보세요. 보도자료란게 어디까지나 업체의 일방적인 데이터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닙니다.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은 기자의 책무이고 전자신문 인터넷 기사는 제 의무를 다했을 뿐인데, 다른 매체를 빌려 이를 책망하고 비난하니 볼썽사납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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