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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 이 - 칫솔(CHiTSOL, PHILSIK CHOI) | 인사이드 디지털/가상현실(Virtual Reality) l 2017/12/04 11:00



진화의 속도가 빠르다고는 하나 가상 현실은 여전히 해결해야 문제들을 수두룩하게 쌓아 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상 현실 헤드셋은 콘텐츠 개발이나 응용 프로그램 환경 개선에 못지 않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편으로는 찾아야 할 답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운 현상도 가상 현실 헤드셋에서 시작된다. 컴퓨팅 부품과 센서, 디스플레이 같은 핵심 기술을 조합한 가상 현실 헤드셋에 변화가 커질 수록 가상 현실 환경 자체도 크게 달라지는 점이다. 단순히 공간만 볼 수 있던 가상 현실도 새로운 센서의 조합으로 일정한 공간을 움직이는 룸 스케일 가상 현실로 확장되었고, 이제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기 위한 기술을 갖춘 가상 현실 헤드셋의 도래가 눈앞에 와 있다.

2018년에 보게 될 독립형 가상 현실 헤드셋

구글은 지난 해 데이드림이라는 VR 플랫폼을 공개한 적이 있다. 데이드림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VR 헤드셋에 꽂아서 다루는 구글의 가상 현실 플랫폼으로 앞서 나온 다른 스마트폰 VR과 차별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구글은 개발자 행사인 I/O 2017에서 스마트폰을 꽂는 VR이 아닌 독립형 VR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월드센스'(WorldSense)라는 좀더 진화된 가상 현실 헤드셋으로 스마트폰이나 PC 같은 외부 장치와 별도의 센서를 연결하지 않아도 카메라와 가속도 센서 등으로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가상 현실 장치 계획을 내놓았다. 이때 참여하기로 했던 제조사가 HTC와 레노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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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산타크루즈는 외부 연결 없이 헤드셋의 센서만으로 컨트롤러와 외부 공간을 추적한다.

흥미롭게도 구글의 월드센스와 비슷한 헤드셋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곳이 한 곳 더 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다. 오큘러스는 지난 10월 초에 진행한 개발자 행사, 오큘러스 커넥트 4(OC4)에서 내년에 출시할 독립형 헤드셋 두 가지를 공개했다. 먼저 공개한 오큘러스 고(Oculus Go)는 스마트폰을 꽂지 않는 독립형 가상 현실 헤드셋으로 1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2018년 초 출시한다. 오큘러스의 모바일용 가상 현실 플랫폼을 탑재한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기어 VR을 구입하지 않아도 누구나 동일한 플랫폼의 컨텐츠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 현실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눈길을 끈 것은 그 이후에 발표한 '프로젝트 산타크루즈'(Project Santacruz)다. 프로젝트 산타크루즈는 사실 페이스북이 2016년 오큘러스 커넥트 3에서 선보였던 것으로 처음엔 단순히 외부 장치와 선을 없앤 독립형 오큘러스 고와 비슷한 컨셉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올해 공개한 프로젝트 산타크루즈는 그보다 더 진화했다. 구글의 월드센스처럼 외부에 별도의 센서를 설치하지 않아도 영역과 컨트롤러를 센싱할 수 있는 장치로 발전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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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가 공개한 바이브 포커스

이러한 독립형 가상 현실 헤드셋에 또 다른 도전장을 던진 곳이 HTC다. HTC도 11월 중순에 개최한 개발자 행사에서 바이브 포커스를 선보였다. 원래 구글 월드센스 플랫폼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 가상 현실 헤드셋이었다. 그러나 HTC는 구글과 협력을 포기하고 구글 월드센스와 비슷한 월드스케일(WorldScale)이라는 비슷한 기술로 독자 생태계 구축을 선언한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독립형 무선 VR 헤드셋의 핵심은 6 자유도

사실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하지 않는 가상 현실 헤드셋의 등장은 오래전 예고된 것이었다. 전통적인 가상 현실 제조사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스타트업 제조사들이 모바일 부품과 플랫폼을 결합한 독립형 가상 현실 헤드셋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8년에 선보일 것으로 보이는 오큘러스와 HTC, 레노버의 무선 가상 현실 헤드셋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던 가상 현실 플랫폼과 유사한 제품이 아니다. 핵심은 외부 센서 없이 어떤 공간에서든 이용자가 움직이는 대로 볼 수 있는 6 자유도(6 Degree of Freedom)를 구현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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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형 가상 현실 장치는 외부 카메라나 센서를 이용해 공간과 사물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을 담고 있다.

6 자유도는 가상 현실의 몰입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보통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가상 현실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VR은 고개를 숙이거나 좌우로 돌리거나 양옆으로 눕히는 정도는 무난하게 몰입할 수 있지만, 앉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가상 현실 속 공간도 함께 위로 움직이는 탓에 굳이 일어서야 할 의미가 사라진다. 이에 비해 6 자유도는 가상 현실 헤드셋을 쓴 고개를 돌리거나 앞으로 숙이고 젖히는 것은 물론 앞으로 걷거나 앉거나 뜀박질을 하는 등 실제 몸의 움직임에 따라 가상 현실 공간에서 높이나 원근감이 바뀌므로 몰입 경험이 더 높아진다. 

이러한 6 자유도를 구현하는 것은 콘텐츠 뿐만 아니라 헤드셋을 쓴 이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앞서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 같은 PC용 가상 현실 헤드셋은 외부에 2개 이상의 추적 센서로 일정한 공간 안에서 헤드셋과 컨트롤러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이를 처리한다. 추적 정확도가 매우 높은 것은 장점이지만, 센서 연결을 위한 수많은 확장 단자를 요구하는 것과 센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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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가상 현실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한 것이 마이크로소프트 혼합 현실 장치다. 혼합 현실 장치는 외부 센서 대신 가상 현실 헤드셋 외부에 카메라로 외부 공간과 장애물을 측정하고 컨트롤러의 움직임을 추적해 이를 가상 현실 안에 반영한다. 외부 센서로부터 신호를 추적하는 게 아니어서 연결 단자를 줄인데다, 케이블의 길이 만큼 좀더 넓은 범위를 움직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성능의 PC를 케이블로 연결해야 하는 만큼 공간과 이동성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케이블을 없애고 이동성을 높이는 해결책은 결국 처리 장치와 추적 기술을 내장한 가상 현실 헤드셋으로 좁혀진다. 지금은 희미해졌으나 한 때 융합 현실(Merged Reality)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던 인텔 프로젝트 얼로이는 이러한 결론에 매우 근접한 가상 현실 헤드셋이었다. 인텔이 손을 뗀 이후 위축될 것으로 보였던 융합 현실형 헤드셋은 오큘러스의 프로젝트 산타크루즈와 구글 월드센스, 그리고 HTC의 월드스케일은 외부 컴퓨팅 장치와 연결하지 않고 6 자유도를 구현할 수 있는 완전 독립형 헤드셋으로 확장되며 오히려 더 큰 장점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상 현실에서도 중요해지는 가상화 컴퓨팅

독립형 가상 현실 헤드셋은 앞서 말한 대로 공간의 제약이 없는 만큼 더 큰 공간의 가상 현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영화 <발레리안 : 천개의 행성>에서 주인공은 사막 같은 허허벌판에서 가상 현실 헤드셋처럼 생긴 HMD를 쓴 뒤 '빅 마켓'이라는 가상 현실 공간을 돌아다니는데, 빈 공간의 위치 정보와 가상 현실 콘텐츠를 섞어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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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성을 강화했지만, 성능이 낮은 독립형 가상 현실에서 가상화는 중요한 해법일 수 있다.

다만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보다 좀더 현실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이를 테면 컴퓨팅 환경의 전환이다. 이동성을 강화한 독립형 가상 현실 헤드셋은 기본적으로 디스플레이와 처리장치, 그리고 입력 인터페이스를 하나로 뭉친 컴퓨팅 장치다. 종전 가방에 넣어 다니던 노트북과 마찬 가지로 휴대용 컴퓨터가 되는 셈이다. 굳이 가상 현실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훨씬 넓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고, 헤드셋 자체의 추적 센서로 공간과 컨트롤러를 인지하면 어디에서나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꾸밀 수 있다.

하지만 독립형 가상 현실 헤드셋도 약점은 있다. 기본적인 부품이 고성능은 아니므로 자체적인 처리 능력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오큘러스와 HTC, 구글은 모두 퀄컴 스냅드래곤 835 모바일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하드웨어를 개발 중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대부분의 독립형 헤드셋이 퀄컴에 제시한 가상 현실 헤드셋 레퍼런스를 기초로 개발되고 있어서다. 때문에 독립형 가상 현실 헤드셋은 모바일 프로세서의 처리 능력을 넘어서는 작업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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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VM웨어와 함께 쿼드로 칩셋 기반의 가상 현실 가상화를 스트리밍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PC 같은 처리 성능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PC 성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원격 컴퓨팅 또는 가상화 컴퓨팅이 그 대안이다. 독립형 가상 현실 하드웨어가 충분한 성능과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없어도 이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의 컴퓨팅 자원을 원격으로 연동해 가상 현실에서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끌어와 쓸 수 있다. 네모닉 플랫폼은 가상 현실 내에서 각각 다른 운영체제로 실행 중인 여러 개의 가상화 머신을 띄워 작업하는 데모를 선보였고, 엔비디아는 VM웨어와 협업해 쿼드로 GPU로 구축된 데이터 센터의 가상화 환경에서 처리한 가상 현실 그래픽을 스트리밍하는 가상 현실 가상화를 2016년 VM월드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그 이전의 가상 현실도 가상화는 가능성 있는 요소였지만 컴퓨팅 파워가 충분한 환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았다. 이와 달리 이동성을 높인 독립형 가상 현실 하드웨어 환경을 감안하면 앞으로 가상 현실 가상화는 지금보다 가치 비중을 더 높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독립형 가상 현실 장치는 그저 기존 가상 현실의 단점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덧붙임 #

이 글은 KISA 트렌드 리포트에 기고한 글을 옮긴 것으로 편집본은 KISA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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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7/12/14 0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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