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글쓴 이 - 칫솔(CHiTSOL, PHILSIK CHOI) | 인사이드 디지털/가상현실(Virtual Reality) l 2017/01/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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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은 CES에서 새롭게 다루는 주제는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가상 현실은 CES의 단골 주제였고, 올해도 확실한 흐름을 이어가는 주제인 것에 변함 없다. CES 역시 가상 현실 관련 업체와 스타트업을 모아 테마관을 운영했고, 가상 현실 업체들은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공개했다. 물론 CES에 나온 제품과 기술이 지금 개발되고 있는 모든 가상 현실 기술의 전부가 아닌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번 CES는 지난 해와 다른 점도 여럿 눈에 띄었다. CES 2017의 달라진 가상 현실 관련 풍경과 의미 있는 기술을 요약한다.

_잠시 숨을 고른 상업용 VR HMD 플랫폼

가상 현실을 위한 헤드 마운드 디스플레이(HMD)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HMD마다 가상 현실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다르고 결과적으로 플랫폼에 곧바로 이어지는 하드웨어여서 HMD는 가상 현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해 CES는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의 상용 제품 전시와 아울러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VR 시대의 신호탄을 쏟아올렸다. 레이저의 OSVR과 중국 ANTVR도 CES 이후 개선된 개발자 버전과 상용 제품을 출시 했다.
완성도 높은 HMD가 쏟아진 지난 해와 달리 CES 2017에서 판매를 앞둔 고성능 가상현실 HMD는 없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오큘러스와 HTC 바이브의 상용 제품은 아직 출시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점이다. 제품 판매 기간이 짧은 데다 신제품 경쟁을 해야 할 시기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HMD로 대체를 요구하지 않는 분위기도 남아 있다. HMD가 스마트폰처럼 1년마다 교체할 수 있는 제품도 아닌 데다 종전 HMD를 서둘러 바꿔할 만큼 큰 불만도 제기되는 상황은 아니어서 HMD는 CES 2017의 VR 트렌드와 다소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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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도 시야각을 가진 파나소닉 VR

그래도 몇몇 시제품은 눈길을 끈다. 파나소닉은 시야각 220도를 가진 VR HMD 시제품을 전시했다. 일반적인 VR HMD가 100도 안팎의 시야각을 가진 반면 이 HMD는 좌우 220도까지 넓혀 가상 현실의 좁은 시야각을 최소화했다.
또한 중국 제조사 파이맥스는 8K VR HMD를 선보였다. 대부분의 VR HMD가 풀HD 해상도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 제품은 4배 이상의 해상도는 물론 200도의 시야각까지 갖췄다. 더구나 HTC 바이브와 같은 위치 추적 센서를 HMD와 컨트롤러에 부착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콘텐츠를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상용화 계획을 갖고 있지 않으며 곧 킥스타터를 통해 제품을 공개할 게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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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도 시야각의 파이맥스 8K VR

_VR 무선화 기술 등장

비록 CES에서 신형 상업용 HMD가 없었어도, 가상 현실과 관련된 흐름이 꺾였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가상 현실 관련 기술과 제품은 더 늘어난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가상 현실 산업이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종전 고성능 VR HMD의 걸림돌 중 하나인 케이블을 없애려는 기술도 몇 가지 등장했다. VR HMD와 PC를 연결하는 길고 두꺼운 여러 케이블을 없애는 것은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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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언베일드에 공개한 오스트리아 이머시브 로보틱스의 마하 2K(Mach 2K)는 PC의 VR 신호를 곧바로 VR HMD에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는 장치다. 이 장치는 간단히 말하면 무선 송수신기다. 하지만 관건은 무선 전송에서 영상 지연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렸는데, 이 업체의 한 담당자는 2~3밀리 초만 지연된다고 말했다. 2~3밀리 초라는 짧은 레이턴시는 자체 개발한 인라인 압축 시스템을 통해 이미지 품질을 유지하면서 지연 시간을 줄였다는 것이다. 인라인 압축 시스템은 HTC 바이브용 영상을 1밀리초 만에 95%까지 압축한다. 하지만 실제 상용 제품이 아니라 현재 개발 중인 프로토 타입으로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 기술이 반드시 가상 현실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며, 무선 디스플레이를 위한 범용 기술로도 활용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와 유사한 제품은 HTC가 투자하고 있는 TP캐스트다. CES보다 앞서 공개된 제품이기는 하지만, HTC 공식 행사장에서 공개됐고 이미 249달러에 판매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HTC 바이브 전용 제품이라는 점에서 범용성은 떨어지지만, 6,000mAh 배터리로 2시간 동안 무선으로 활용할 수 있다. 크윅 VR(KwiK VR)도 CES에서 무선 장치를 선보인 스타트업이었다.

_눈동자 따라 렌더링 바꾸는 포브(FOVE)

가상 현실 관련 기술 중 가장 유의미하게 볼만한 것이 바로 포브(FOVE)다. 포브는 CES 이전까지 개발자 버전을 판매했던 또 다른 VR HMD지만, 그동안 대중적으로 그 실체가 공개된 적이 별로 없다. 흥미롭게도 이번 CES 2017에 포브가 등장했고, 포브는 1월 중 전세계 판매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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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는 가상 현실의 한가지 문제점을 해결한 HMD다. 우리가 실제로 볼 때 지금 보고 있는 사물 주변을 또렷하게 보진 않는데, 가상 현실내 디스플레이는 모든 방위를 선명하게 표시한다. 우리가 실제 보는 것과 가상 현실이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포브는 다른 VR HMD와 다르게 이 점을 눈여겨 보았다. 그러니까 가상 현실 경험자가 보고 있는 장면만 또렷이 보이고 그 주변을 조금 희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FOVE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읽고 경험자가 보려는 방향의 이미지를 더 또렷하게 렌더링함으로써 가상 현실의 몰입감을 더 높이는 효과를 낸다.
다만 이 같은 렌더링을 위해선 콘텐츠 개발자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으로 FOVE는 지금부터 생태계 형성을 시작해야 하는 점이 아쉽다. 일단 포브는 지원 콘텐츠가 늘어날 때를 대비하기 위해 스팀 VR 플랫폼의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_가상 현실 안의 가상 현실

가상 현실 체험자는 가상 현실 안에서 게임이나 다양한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정작 자기가 가상 현실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전혀 알길이 없다. 때문에 가상 현실과 실제 현실을 섞어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게 하는 실험이 지난 해부터 진행되어 왔는데, 이번 CES에서 이 두가지를 합친 데모들이 실제로 등장했다.
이 방법은 영화나 배경 합성을 위한 크로마 키(Chroma Key) 기법과 거의 같은 방법으로 이뤄진다. 녹색 천으로 둘러쌓인 배경 앞에서 배우가 연기하면 이를 컴퓨터에서 합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상 현실 플레이어가 녹색 천에서 행동을 하면 이를 카메라로 촬영해 컴퓨터에서 가상 현실 영상과 합성해 마치 실제 가상 현실에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이 실험은 지난 해 밸브가 성공을 했고, 이번 CES에서 HTC 밸브와 델 부스에서 실험적으로 시연했다. 특히 델은 엔비디아 쿼드로 GPU를 쓴 프리시전 7720 워크스테이션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이 시연 장비를 도입했는데, 카메라로 들어온 영상과 가상 현실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이를 곧바로 대형 스크린에 표시했다. 가상 현실과 실제 플레이어 영상을 합쳐 스크린으로 출력하는 데 대략 1~2초 정도의 지연이 있지만, 가상과 실제를 실시간 합성하는 또다른 유형의 복합 현실 기술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모자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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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시동 거는 인텔/마이크로소프트 기반 VR

아직 상용화 모델은 준비되지 않았지만, 이번 CES를 기점으로 자기 추적 시스템을 갖춘 인텔/마이크로소프트 중심의 VR HMD에 대한 가능성도 짚어봐야 한다. 인텔이 올해 개인 컴퓨팅의 상당 부분을 가상 현실쪽으로 옮길 것으로 보이는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한 점도 영향이 있지만, 이번 CES에서 인텔의 하드웨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그래픽 컴퓨팅을 섞은 VR HMD의 목업들이 레노버, 델, HP, 에이서 등 여러 업체에서 공개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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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프로젝트 얼로이 프로토타입

대부분 아직 목업이라 실제 성능에 대해 평을 내릴 수 없지만, 이미 프로젝트 얼로이(Project Alloy)라는 레퍼런스 제품을 내놓은 인텔을 통해 대략적인 성능을 확인할 수는 있다. 프로젝트 얼로이는 6세대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를 탑재한 올인원 HMD로 앞쪽에 2개의 어안 렌즈 카메라와 2개의 리얼 센스 카메라를 공간을 인지한다. 프로젝트 얼로이 HMD를 머리에 쓰면 공간의 구조를 먼저 분석하게 되고 이를 가상 현실에 반영하는데, 목업만 공개된 VR HMD도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인텔은 앞으로 출시할 프로젝트 얼로이와 유사한 제품에 7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되며, 이르면 올 하반기에 관련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얼로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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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 VR 프로토타입

가상 현실의 넓어진 저변, 대중화의 벽은 여전히 높아...

사실 가상 현실 대중화가 시작된 때는 CES 2016 이후로 봐도 이상하지 않다.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콘텐츠가 늘어나고, 가상 현실을 위한 프로세서와 그래픽 칩셋 등 컴퓨팅 파워가 확실하게 보강되면서 가상 현실을 보급에 필요한 모든 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고성능 가상 현실 HMD와 좀더 값싼 모바일 HMD, 콘텐츠 플랫폼이 한꺼번에 쏟아진 때라 대중화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을 많이 받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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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균형을 잡아야 하는 VR용 장치

하지만 지난 해 CES 이후 가상 현실의 대중화가 시작됐다고 보는 한편으로 시기 상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드웨어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없었지만, VR HMD를 연결하는 케이블처럼 나쁜 이용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단점이 존재하고 고성능 VR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비용이 다소 많이 드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 것이다. 물론 하드웨어의 단점은 기술의 개선에 의해 해결될 수 있고, 비용은 더 많은 이용자가 가장 현실에 접근할 때 낮아지는 것이 이치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이용자의 인내가 필요한 부분이기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CES 2017은 지난 해보다 가상 현실을 훨씬 쉽고 가깝게 접할 수 있기는 했다. 전통적인 컴퓨팅 장치들은 많이 줄어들었으나 가상 현실을 응용한 전시는 훨씬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증강 현실 장치까지 더하면 사실 이번 CES는 노력에 따라 실컷 가상 현실을 맛볼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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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과 실내용 자전거를 결합한 와후

이번 CES 2017의 가상 현실은 지난 해보다 VR HMD나 콘텐츠 플랫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반면 가상 현실이 좀더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나온 점이 지난 해와 다른 점이다. 앞서 소개했던 기술과 제품들을 비롯해 다양한 컨트롤러가 상용화 이후 빠져 나간 VR HMD의 빈 자리를 채운 것이다. 어트랙션 주변 장치도 넘쳤고 자전거나 러닝머신 같은 스포츠와 결합한 VR 활용 사례도 등장했으며, VR용 신발인 타크림이나 가상 현실용 헤드폰도 그 자리를 대체한 것 중 하나다.

약점을 메우는 기술의 진화는 의외로 빨랐고, 여기에 앞으로 이용자들이 소식을 듣게 될 HMD 제품과 기술도 직간접으로 공개되면서 결코 관심 수준을 떨어뜨리진 않았다.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HMD 시제품이나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윈텔 진영의 VR 플랫폼이 나온 이후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첫 기회가 이번 CES라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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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용 신반 컨트롤러인 Taclim

다만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고성능 VR HMD의 가격은 지난 해와 별 차이 없는데다 경쟁 제품들 역시 결코 값이 싸진 않아 대중화의 벽을 낮추는 데는 한계를 보인 것도 분명하다. CES 2017에서 기존 제품의 경쟁 제품, 또는 대체제가 당장 나오지 않다 보니 기존 업체들이 긴장하게 만들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다. VR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했지만, 이용자가 넘기에 아직은 높은 벽이 원망스러운 CE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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