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S, 커진 스마트 워치와 작아진 스마트폰의 경계에서…

기어 S, Gear S, 기어 S 리뷰

손목에 차는 시계형 스마트 장치, 그러니까 스마트 워치(Smart Watch)를 어느 선까지 나누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하진 않았다. 대부분은 시계와 비슷한 크기와 형태를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에 대해 조금 고민 중이다. 기어S는 스마트 워치로 분류하든 하지 않든 논란을 이어갈  것이라서다. 스마트 워치라 보기엔 큰 화면의 부담스러운 덩치는 논란일 것이고, 그 구성을 보면 대체 어떤 항목에 넣어야 알맞을 지 분류를 찾기 힘들어서다. 손목에 차는 것만큼은 명확한 기어S를 스마트 워치에서 배제하기란 참 애매해서 고민인 것이다. 시계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려는 지금까지 나온 전형적인 스마트 워치의 관점으로 이 장치를 설명하는 것은 어색하다.

일단 기어S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잠시만 접어두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한달 쯤 쓰고 있는 기어S의 시작은 쉽진 않았다. 3G 망에 연결해 데이터와 음성 통화를 모두 할 수 있는 기어S를 제대로 쓰기 위해선 전화번호가 필요했지만, 이통사의 개통 정책이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어쨌든 몇 주 동안 요금제를 두고 씨름을 벌이고 나서야 기어S를 손목에 찰 수 있었다.

기어 S, Gear S, 기어 S 리뷰
결코 작지 않은 기어S 화면. 곡면이라 난반사를 피하기 힘들다

이미 지난 IFA에서 기어S를 손목에 채워봤지만 정식판의 느낌이 조금 다르다. IFA에서 처음 발표할 당시 찼던 기어S는 흰색이었고, 직접 구매한 것은 검은 색 모델이라는 게 이유는 아니다. 검은 색 모델과 흰색 모델의 차이는 색깔 뿐만 아니라 줄의 재질이 다르다. 흰색 기어S의 재질이 검은 색보다 더 탄력이 좋은 고무를 쓴 반면 검정색 기어S는 줄 굵기가 더 가늘다. 재질과 두께의 미세한 차이 때문에 기어 S의 무게도 다르다.

줄의 느낌이 달라지긴 했지만 기어S의 덩치가 큰 것은 변함이 없다. 2인치가 넘는 큰 화면을 달았으니 오죽하겠나 싶다. 그래도 한동안 손목에 차고 다녀보니 생각보다 부담은 없다. 커다란 스마트폰을 줄여서 손목에 차는 걸로 이해하는 게 더 속편하다는 생각이 어느덧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오히려 이를 보는 이들이 더 부담스러워하는 시선이라면 모를까, 쓰는 입장에서 큰 화면에 익숙해지니 역시 이것도 벗어나기 힘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어S의 기본 시계 이미지. 정말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나저나 기어S를 손목에 차기 전에 먼저 했던 일은 시계 화면부터 바꾸는 것이었다. 기어S의 기본 아날로그 시계 화면을 누가 디자인했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이런 시계 화면을 두 번 다시 넣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가뜩이나 만듦새를 두고 말들이 많은 데 기어S 복잡한 기본 시계 화면은 거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서다. 또 하나 이유가 있다면 이 시계 화면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기어S의 화면이 곡면이다보니 난반사가 심한데 여러 색깔과 모양이 새겨진 복잡한 아날로그 시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주 단순한 시계로 바꾸고 나서야 시계 화면이 볼만해졌다.

기어S 화면의 난반사 이야기를 좀더 해보자. 기어S를 정면에서 보면 분명 한 화면이 다 보인다. 하지만 가끔 답답할 때가 있다. 난반사 탓이다. 이 난반사는 화면을 둥글게 구부린 것이 원인이다. 손목에 찬다는 이유로 좀더 보기 좋도록 화면을 구부린 것이지만, 솔직히 너무 구부렸다. 화면을 보고 있어도 위쪽에 조명이 있으면 그 조명에 영향을 받아 일부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화면 만큼은 난반사가 심하게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휘어짐을 잡아야 했다. 다음에는 구부러짐에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기어 S, Gear S, 기어 S 리뷰
기어S에서 연동된 스마트폰의 착신 전환은 버튼 한번으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다른 스마트 워치와 기어S를 비교할 때 차별점을 느끼는 부분은 일부 기능을 스마트폰 없이 독립적으로 쓸 수 있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전화나 앱 실행을 중심에 둔 GUI다. 먼저 전화번호를 받은 기어S는 일단 스마트폰이 없어도 3G 통화를 할 수 있다. 이론이 아니다. 실제로 된다. 긴급한 상황에서 언제든 통화할 수 있고, 가족, 친구에게도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 귀에 대긴 어려워서 스피커폰을 쓰는 게 다른 점일 뿐이다. 스피커 음량이 그리 풍부하지 않은 건 아쉽다. 차 안에서도 음량이 작아 잘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블루투스 헤드셋을 이용하면 여느 전화를 걸고 받는다. 물론 문자도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기어S에 부여된 전화번호를 이용한 통화는 거의 하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동해 쓰는 동안 기어S의 전화번호를 이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 첫 번째, 기어S만 차고 활동할 때 착신 전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여전히 스마트폰의 전화번호를 쓰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물론 두 번째 이유가 기어S에 전화번호가 필요한 이유다. 스마트폰으로 걸려 온 전화를 끌어당겨 받는 착신 전환은 기어S에서 손쉽게 작동하고 끌 수 있다. 연동해 쓰는 스마트폰이 옆에 없어도 된다. 기어S 알림 창의 버튼을 한번만 누르면 그만이다. 착신 전환 신청이 되어 있다면 이 기능 만큼은 확실하게 잘 작동한다. 아마 이 기능을 아는 겨울 스포츠 애호가라면 스마트폰을 캐비넷에 모셔두고 기어S만 두른 채 편하게 스키나 보드를 타고 있을 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닥쪽에 심카드 슬롯과 심박 센서가 있다

착신 전환은 물론 기어S에 설치된 대부분의 앱은 사실 갤럭시 계열 스마트폰과 연동하지 않아도 쓰는 데는 무리는 없다. 김기사처럼 기어S의 GPS를 이용해 길찾기를 할 수 있고, 삼성의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인 밀크도 스마트폰과 연동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기본 앱은 대부분 스마트폰 앱이 없어도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어설프지만 오페라 같은 웹브라우저로 인터넷 페이지를 열 수도 있다. 기어S의 심박 센서를 이용하는 운동 앱, 자외선 센서를 측정하는 헬스앱 등도 독립적으로 쓸 수 있다. 삼성 앱스에서 수준 높은 기어S용 앱을 찾는 것은 아직 무리지만, 기어S 출시 초기에 비하면 조금씩 앱의 수준은 나아지는 듯하다.

하지만 기어S를 독립적으로 쓰더라도 스마트폰을 완전히 떼어놓을 수는 없다. 기어S용 앱의 설치와 관리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어 매니저로만 된다. 작은 화면에서 앱을 설치하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판단한 듯한데, 사실  그 판단은 틀린 것은 아니다. 또한 구글 계열 서비스과 아웃룩 같은 메일 서비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는 타이젠을 쓰는 기어S에서 직접 연결할 수 없는 탓에 알림을 받으려면 갤럭시 계열 스마트폰을 연동해 쓰는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완전히 떼어 놓으려면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중요한 알림을 원격으로 받을 수 있는 기능 또는 관련 앱이 필요하지만 다른 스마트폰의 서비스와 관련된 앱까지 모두 기어S에 적용하진 못한 상황이다.

기어 S, Gear S, 기어 S 리뷰
거치대에 배터리가 들어 있어 기어S용 보조 배터리로 쓸 수 있다

기어S를 원격으로 연결했다가 연동된 스마트폰 가까이 갔을 때 알아서 블루투스로 연결이 전환된다. 하지만 가끔 전환이 되지 않을 땐 답답하다. 블루투스를 껐다 켜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껐다 켜야 연결될 때가 있다. 아직 이 버그 만큼은 해결이 안되어 있다.. 블루투스로 전환되지 않으면 기어S의 데이터를 소모하는 탓에 주의해야 하고 기어 앱스토어에 접속할 수 없다. 기어S 배터리는 하루는 충분히 쓴다. 스마트폰에 비하면 화면을 다룰 일이 많지 않아 배터리는 정말 천천히 줄어든다. 아, 갤럭시 기어가 처음 나왔을 때 충전 거치대를 휴대용 보조 배터리로 쓸 수 있게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했던 적이 있는데, 비로소 기어S에서 구현됐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기어S는 일반적인 스마트 워치라 보기도 그렇고 아니라 말하기도 어렵다. 스마트폰과 연동하던 전형적인 스마트 워치도 되면서 독립적으로 쓸 때는 작은 스마트폰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커진 스마트 워치와 작아진 스마트폰 가운데 선택하라면 작아진 스마트폰에 가깝긴 하나 여전히 스마트폰의 부가 장치 개념도 강하다. 그러나 기어S가 두 개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뛰어난 알림 능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통신 기능을 더하고 독자적인 앱과 기능의 실행 능력도 보완했으니 말이다. 다만 기어S용 앱의 수준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하고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는 앱이나 서비스에서 독립하기 위해선 보강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더 커진 몸뚱이를 돋보일 수 있는 만듦새를 더 고민하라는 주문도 예외일 수는 없다. 좋은 점을 녹이려 한 만큼 나쁜 점의 반작용도 함께 커진 기어S. 그래서일까? 제법 쓸모있는 재주를 이야기해도 왠지 더 나쁜 이유에 가려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피하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란…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Be First to Comment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