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마케팅, 이대로 좋나?

스팸은 e-메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 아침 신문 사이사이 끼워져 있는 전단지도 스팸이고, 길거리를 가다가 마구잡이로 쥐어주는 전단지 역시 스팸이다. 하지만 가장 악질적인 스팸은 팩스로 전달되는 광고 전단들이다. 소호나 기업 관리자들을 애먹이는 팩스 스팸들은 크게 두 가지 손해를 입힌다. 팩스를 인쇄하는 용지와 토너 또는 잉크를 낭비시켜 유지비를 더 들게 하고 그 스팸을 막기 위해 전화를 걸어야 하는 수고를 하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수신 거부를 한들 다른 연락처를 통해 새로운 스팸이 또 날아오므로 그런 노력들이 헛수고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중요한 팩스 문서를 찾으려고 그 스팸들을 뒤적거리다가 눈에 띄는 전단지 하나를 찾아냈다. ‘델’이다. 사실 델 전단지는 틈틈이 팩스 문서들을 뒤질 때마다 한두 장씩 찾아볼 수 있었다. 문제는 델의 팩스 전단을 볼 때마다 늘 한 가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어째서 델과 같은 기업이 이것을 정상적인 기업 마케팅으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e-메일로 전송되는 스팸을 막기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아끼지 않는 지금, 델은 팩스로 스팸과 별반 차이 없는 전단지를 무작위로 날리고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데도 그 사실에 대해서는 둔감하다는게 더 기막히다.


팩스 전단지를 날리는 게 비단 델만은 아니지만, 델은 지금 세계 PC 판매 1~2위를 달리는 기업이다(전단지에는 5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라고 버젓이 쓰여 있다). 주문은 온라인에서 받고 결제가 끝나는 시점에 바로 공장에서 PC를 만들어 출고하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재고를 거의 안남기고 팔아 수익을 거두고 있다. (사실 델은 재고가 없어 깨끗해 보이지만, 델 조립 공장 주변에서 부품 업체들이 물류 센터를 운영하면서 재고를 안고 있는 만큼 그 부담을 떠안게 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을 두고 성공적인 e-biz라고 평가받기도 하는 델이건만 팩스로 전단지나 보내는 것까지 괜찮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전단지를 보고 관심 있으면 연락하고 말면 그냥 버려야 하는 식의 영업이 세계 PC 시장을 주무른다는 기업이 할 짓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물론 델이 팩스로 보내는 전단 이외에 정상적으로 볼 수 있는 마케팅을 안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델은 DM이나 팩스를 이용하는 것 역시 정상적인 마케팅으로 여기는 몇 안 되는 기업이기에 실망스러운 것이다. 비록 합법적인 팩스를 보냈다고 해도 대부분은 이 따위 광고 전단지나 인쇄하려고 팩스를 두지는 않는다. 한 장의 전단지가 팩스 주인들에게 사소한 손실이라 할지라도 어찌됐든 그런 전단지들이 쌓이면서 생기는 손실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라는 점을 볼 때 델도 그 피해를 입히는 기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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