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글쓴 이 - 칫솔(CHiTSOL, PHILSIK CHOI) | 기타 관심사 l 2010/10/2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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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영암에서 보냈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F1 코리안 그랑프리 예선과 결승을 지켜보기 위해서였죠.

국내외 수많은 매체에서 지적한 대로 대회 진행은 무척 엉망이었고 불만도 많았지만, 머신들이 달리기 시작한 뒤에 쉽게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없더군요. 고막을 찢어 놓을 듯한 굉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떠날 수 없던 이유는 단 하나. 머신이 지나갈 때의 배기음과 진동이 만들어내는 묘한 전율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직접 보는 F1 머신의 속도감은 TV에서 볼 때와 그 차이가 너무 크더군요. TV에서는 절대 전해지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보니, TV 중계로만 봤던 F1과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F1은 전혀 다른 대회처럼 보였습니다.

때문에 F1 코리안 그랑프리를 아무래도 글이나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더군요. 그래도 국내에서 처음 열린 F1이었던 만큼 그 현장의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TV로 보여주지 않았던 현장의 모습들도 다른 재미를 줄 것 같고요. 이런 이유로 결승전 당일 그랜드 스탠드에서 촬영한 사진 몇 장(?)을 공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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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 행사로 모든 드라이버들이 대형 트레일러 무대에 올라 서킷을 돌며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랜드 스탠드 바로 앞을 지나가는 때문에 가까이에서 드라이버 얼굴을 볼 수 있었네요.


대회 시작에 앞서 개막 축하 행사가 열렸습니다. 군악대와 군 의장대, 무용수, 사물놀이팀, 무술팀, 비보이팀, 타악기 팀 등 다양한 출연진들이 그랜드 스탠드 앞 그리드에서 F1 대회의 흥을 돋웠습니다. 다양성은 좋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첫 F1 대회의 의미를 살리는 퍼포먼스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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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행사가 끝나고 그리드 걸이 등장했습니다. 대회 진행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습니다. 그리드 걸이 제 위치에 선 뒤 각 팀의 미캐닉들이 그리드로 장비를 이끌고 나왔습니다. 장비를 끌고 나오던 레드불의 한 미캐닉이 그리드걸에게 한 눈을 팔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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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답답하면서 한숨이 절로 나오는 장면인데요. 누구라도 태극기 펼쳐서 사진 찍을 때 신경 좀 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드 걸이 들고 있던 깃대에 걸린 태극기는 오른쪽으로 펼쳐야 하는 데, 사진 기자가 왼쪽으로 펼친 탓에 태극기가 잘못 게양된 꼴입니다. 내외신 카메라 기자들이 잘못된 방향의 태극기를 사진을 찍는 데도 바로 잡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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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태 전문(?) 외국 사진기자들(왼쪽 사진). 뒤태 좋아하는 건 우리나라나 외국 기자나 별반 다르지 않나 봅니다. 스탠드에서 쌍안경에 똑딱이를 대고 촬영하는 이도 있더군요. 부디 좋은 사진 찍으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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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해진 그리드. 대회에 나설 머신을 맞이하기 위해 모든 팀의 미캐닉과 장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리드가 복잡해졌습니다. 이들 사이로 세바스찬 베텔(레드불)의 머신이 폴포지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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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위에서 정비를 끝낸 모든 머신이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드 위에 있던 모든 미캐닉들은 갓길로 피한 상태고요. 신호가 떨어지자 원투 포지션을 다잡은 레드불 듀오가 액셀을 밟습니다. 많은 이들의 승리를 기원했고, 우승을 믿었지만 이들에게 한국 그랑프리는 참 가혹하기만 했습니다. 모든 머신이 빠져나가자 각 팀 미캐닉들이 남아 있는 장비를 모두 회수해 피트 레인으로 쏜쌀같이 들어갔습니다. 1분 40초가 되기 전에 머신이 들어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지체해서는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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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비가 내린 관계로 일단 스탠딩 스타트가 아닌 세이프티카를 따라 롤링 스타트를 했습니다. 하지만 4바퀴 째 모든 머신들이 그리드에 다시 멈춰섰습니다. 정상적인 레이싱이 어려울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린 탓에 일단 경기를 중지시킨 것이지요. 이대로 강행했다가는 사고 확률이 높아 결국 기상 상황을 보기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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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이프티카가 진정한 우승자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비가 내려 좋지 않은 상황에서 머신들을 이끌고 10바퀴를 넘게 돌았으니 그런 말도 나올 만한 상황이었죠. 비가 금세 멈추질 않자 그리드 위에서 드라이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패덕으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두번째 그리드의 웨버(레드불)와 알론소(페라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있었는데, 경기 결과는 알론소의 우승이었습니다. 해밀턴과 미캐닉들이 한 곳을 뚫어지게 보고 있네요. 싸움은 안났어요. ^^;


원래 경기 시작 시각은 3시였습니다. F1 코리안 그랑프리는 서킷을 55바퀴를 먼저 돌거나 경기 규정에 따라 5시까지만 경기가 진행되도록 되어 있었지요. 경기는 비가 완전히 그친 4시 15분쯤에 재개 되었습니다만, 경기가 재개된 뒤에도 킷 상태가 좋지 않아 4시 45분까지 세이프티카와 함께 코스를 돌아야 했습니다. 경기 개시 5시까지라는 규정에 따르면 이대로 레이스 순위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날 경기 진행 측에서 50분 연장이라는 결정을 내려 경기 시각이 6시까지로 연장되어 결국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최악은 면하긴 했지만 무려 9대가 리타이어 되는 상황이 펼쳐졌죠. 아홉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한 슈마허가 둘을 제치고 그 앞에 있던 세 머신이 리타이어 되는 와중에 4위까지 올라선 것도 흥미로운 소식이었습니다. 그 중의 단연 으뜸은 웨버의 리타이어와 아울러 메인 스탠드 앞에서 알론소가 베텔을 추월한 사건이었지요. 세이프티카의 잦은 등장으로 인해 2위와 간격이 좁혀진 베텔이 엔진을 너무 무리하게 써 결국 엔진 블로가 일어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결국 레드불이 꿈꾸던 원투 피니시도 물건너 갔고, 알론소의 우승으로 드라이버 순위가 모두 뒤죽박죽 되면서 F1 그랑프리가 막판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 같습니다.

비로 인해 모든 것을 예측 불가능하게 했던 F1 코리안 그랑프리.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멋진 경기를 볼 수 있겠죠?

덧붙임 #

솔직히 F1 경기 수준에 비해 이 행사를 미숙하게 진행한 탓에 모양새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내년에는 제발 비난받지 않는 대회로 운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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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Ding 2010/10/25 2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회운영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직접 보는 재미가 쏠쏠했을 것 같습니다.
    슈마허, 알론소의 드리프트를 현장에서 보셨다니... 부럽습니다. ^^

    • 칫솔 2010/10/25 2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DDing님은 현장 가서 보셔야 해요.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내년에 함께 가실까요? ㅎㅎ

  2. 용짱 2010/10/25 2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오... 가신거에요!!! 저도 진짜 가고 싶어요!!!

    사이버포뮤라를 보며 레이서를 꿈을 키우고... 니드포스피드로 꿈을 이룬..ㅋㅋㅋㅋ

    아 진짜 가고 싶은데 티켓값이..ㄷㄷㄷㄷㄷ

    • 칫솔 2010/10/28 06:39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이버 포뮬러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는.. 저도 지금부터 또 모으렵니다. ^^

  3. 마이즈 2010/10/26 09: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쌍안경에 카메라 대고 찍는 것은 정말 진풍경이네요 ㄷㄷㄷㄷㄷㄷ
    저 속도의 차를 멋지게 찍어주시다니 역시 칫솔님입니다!!

    • 칫솔 2010/10/28 06:39  댓글주소  수정/삭제

      흐흐 저렇게 찍는 거야 방법만 알면 누구나.. 아무튼 눈앞에 F1 머신이 지나가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더라구요~ ^^

  4. 토나옴 2010/10/26 2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날 경기 갔는데 정말...엉망이더군요 경기는 잘봤지만 주변은 정말..제가 다 부끄러웠습니다

    • 칫솔 2010/10/28 0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경기장 주변은 뭐라 할말이 없더라구요. 내년에는 이러지 않았으면...

  5. 구차니 2010/10/30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태극기의 태극마크 하단에 파란색 밖에 빨간 테두리가 있는것 같은데
    태극기 문제인가요? 카메라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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