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만 보여주다 밑천 드러낸 모토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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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화면의 스마트 시계인 모토360이 발표되었을 때 모종의 환상을 심어준 듯하다. 전통적으로 동그란 원 형태의 시계와 똑같은 모양에다 잘 빠진 현대적 아름다움이 충만한 만듦새는 손목을 돋보이게 해줄 시계라는 장식품에 스마트한 기능을 얹은 그 무엇인가를 원하는 이들을 자극하기에 모자람 없는 떡밥이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Horween Leather로부터 손목줄을 주문한 정성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톱니바퀴 대신 회로가 들어 있고, 태엽 대신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자 제품인 모토360은 끝까지 그 환상을 지켜내지 못한다. 너무나 환상적인 만듦새에 취하는 것도 잠시, 첫 인상에서 급격히 올랐던 취기는 스마트 시계라는 모토360 원래 속성을 하나씩 드러낼 때마다 서서히 증발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 취기가 증발하고 봄을 시샘하듯 칼바람을 몰고 오는 동장군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모토360을 바라보는 건 너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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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토 360의 시계 화면은 흰색이다. 하얀 화면이 예뻐서 그런 게 아니다. 솔직히 깨끗하고 시원한 흰색이 아닌, 다소 누런 흰색이라도 띄울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다. 불량 화소를 감추기 위해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불량화소를 따지느냐 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지금까지 화면을 가진 수많은 장치를 돌아보면서 색깔이 지나치게 이상하거나 불량 화소가 보이지 않는 이상 호불호를 따진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모토360은 이제 예외가 되는 제품 중 하나다. 화면을 켜는 순간 화면 아래쪽에 마치 밤하늘 별빛처럼 반짝거리는 불량화소를 볼 수 있었으니까. 그 부분만 얼핏 훑어서 찾아낸 게 대충 5개 이상, 좀더 꼼꼼하게 살펴보니 족히 8개쯤 되는 불량 화소가 보인다. 이런 품질의 부품을 써서 지금 시대에 불량 화소 이야기를 떠들 수 있는 제품을 고른 나는 행운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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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둥글게 깎은 원형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찾아보라고 주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자. 모토 360은 겉보기엔 둥글고 깔끔한 만듦새의 시계로 보인다. 스테인리스를 가공해 군더더기 없이 둥글게 잘 마감한 몸통과 넓은 시계 화면은 충분히 칭찬하고 넘어갈 만핟. 그런데 그 칭찬은 시계 화면을 띄우기 전까지 만이다. 모토360을 켠 이후는 온전하게 둥글지 않은 시계 화면에 대한 핑계를 찾아야 해서다. 모토 360에 시계 화면을 띄웠을 때 화면 아래가 조금 잘려 있는 것까지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누군가는 조도 센서와 접촉 회로를 위해 일정 공간을 양보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둥근 시계 화면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로 동의할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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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배터리(320mAh)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다. 12시가 되기 전 무도회장에서 도망쳐야 하는 신데렐라보다 더 빨리 퇴근한다던 배터리는 처음 설정할 때를 빼곤 의외로 잘 버텨준다. 다른 안드로이드웨어 장치보다 나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너 그럼 안돼!’하고 호통쳐줄 수준도 못된다. 물론 여기엔 모토롤라의 꼼수가 숨어 있다. 모토360을 켜놓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모토360의 설정에서 시계를 항상 켜두는 대기 화면 사용을 켜도 몇 가지 조건에서 알아서 시계 화면을 끈다. 본체를 45도 이상 옆으로 기울일 때나 조도가 일정량 이하일 때 그렇다. 시계를 들거나 화면을 보려고 팔을 돌릴 때, 또는 연동해 놓은 스마트폰의 알림이 올 때 화면을 켠다. 가장 배터리를 많이 소모하는 화면의 움직임을 줄여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데, 팔을 내린채  걸어가는 동안 화면이 꺼진 모토360이 시계인지 아닌지 알아채기 어렵다. 이런 꼼수까지 써가며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데도 배터리 시간은 다른 안드로이드웨어 제품과 거의 비슷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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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쁘지 않은 점을 말하라면 화면 속도와 화면 크기다. 모토360에 몇 개의 안드로이드웨어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그 앱들을 실행할 때의 속도가 다른 안드로이드웨어 장치보다는 훨씬 빠릿빠릿하다. 미리 런처를 불러 위아래 스크롤을 할 때나 몇몇 게임을 할 때의 반응 속도에선 모토360이 TI Omap 3 프로세서를 잘못 선택했다고만 말하긴 어렵다. 분명 배터리 성능을 엄청 갉아먹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화면의 반응을 느끼기 시작하면 스마트 시계도 성능 조만간 처리 성능의 이슈를 벗어날 수 없을 듯한 예감을 갖게 한다. 둥근 화면이긴 하나 최대한 큰 화면을 넣으려고 애쓴 덕분에 와일드 와일드 건 같은 게임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이런 게임도 배터리를 걱정하며 즐겨야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충전이라도 쉬우면 배터리 걱정이라도 덜 수 있을 텐데, 모토360은 무선 충전 거치대라는 전용 밥숟가락 없이 국물을 뜨지 않는다. 그래도 무선 충전 거치대에 세워서 충전할 수 있고 충전하는 동안 현재 시각과 충전량을 표시해 탁상 시계로 쓸 수는 있다. 무선 충전을 끝낸 모토360의 바닥쪽을 만져보니 약간의 열기가 남아 있다. 여름 리뷰면 몰라도 이제 곧 다가올 겨울을 떠올리니 이건 단점이 아닐 듯하다. 모토360의 바닥에 있는 심박 센서는 운동을 하거나 움직이는 동안 틈틈히 주인의 맥박을 측정해 이를 기록해 놓지만, 다른 대부분의 스마트 워치도 이 재주는 갖고 있다. 모토360만의 특별한 뭔가를 찾아보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해봐도 만듦새만 그럴 뿐 어디에 숨었는지 도통 찾을 길이 없다. 그 숨바꼭질을 한 지 벌써 3주나 지났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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