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넷북, 크롬OS 넷북, 이렇게 불러야 하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며칠 전부터 예고된 대로 구글 크롬 OS 발표가 있었습니다. 크롬 OS에 대한 제작 발표는 작년, 경과 발표는 지난 7월에 있었지만, 연말쯤 이 OS를 얹은 넷북을 출시할 거라고 발표했던 터라 이번에 실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죠. 뭐, 발표에서 시제품을 하나 들고 나오긴 했으니 약속은 지킨셈입니다만, 일반 판매용이 아니다보니 어딘가 아쉬움이 남더군요. CR-48이라는 모델 이름의 테스트 제품으로 인벤텍(Inventec)이 6만 대를 공급할 예정인 듯 합니다. 아무튼 크롬 OS는 아직 개발해야 할 것이 더 남았고, 내년 중순으로 출시를 연기한 터라 이번에도 경과 발표 정도로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나마 이번 발표는 틀을 거의 잡았다고 봐야겠지요. 아직 가야할 길이 더 남긴 했지만.


일단 크롬 OS를 얹은 CR-48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요? 이날 공개한 CR-48 크롬 넷북의 제원은 이렇습니다.



12.1인치 화면.
풀 사이즈 키보드.
큼지막한 클릭 패드.
퀄컴 고비 3G칩(북미에서는 버라이존용)
802.11n 듀얼 밴드 무선 랜
8시간 이상 작동 시간
8일 이상 대기 시간
웹캠
플래시 저장 장치


보통 넷북을 비롯해 노트북 같은 제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로세서나 그래픽, 램 용향에 대한 정보가 없습니다. 그런 정보다 있다면 대략적인 성능을 짐작할 텐데, 이날 공개한 것만으로는 CR-48이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진 제품인지 가늠하기가 힘들죠. 하지만 그러한 제원을 상세히 밝히지 않아도 크롬 OS가 어떤 형태의 넷북을 지향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 다 들어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크롬 넷북이 지향하는 폼팩터를 가진 것이 CR-48이라는 것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 제원을 보면 종전 넷북과 다른 점을 몇 가지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먼저 화면이 큽니다. 12.1인치면 예전에는 노트북용으로 많이 썼던 크기입니다. 지금은 조금 애매한 화면 크기지만, 10~11인치 대 화면을 가진 넷북보다는 크지요. 이 화면의 해상도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1280×800, 또는 1280×1024는 정도는 될 것입니다. 웹 브라우징을 비롯해 여러 PC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가로보다는 세로 해상도가 높을 수록 유리하니까요. 설마 저 화면 크기에 1024×600 짜리 해상도를 쓸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듭니다. 더불어 화면이 커진 만큼 키보드와 클릭 패드도 큼지막하게 넣은 모양이네요.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3G 모듈과 플래시 저장 장치를 넣은 부분입니다. 구글 크롬OS가 클라우드 기반의 운영체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 이 두 부품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지요. 크롬OS가 클라우드 운영체제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수시로 네트워크 연결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신호 범위가 제한적인 무선 랜과 더불어 무선 랜이 없는 곳에서도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도록 3G 모듈을 함께 얹은 것이지요. 또한 웹 상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때문에 넷북 본체에 설치할 것이 거의 없으므로 대용량 하드디스크 대신 플래시 메모리를 써서 저장 용량을 줄인 것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렇게 보면 종전 넷북과 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넷북이라면 당연히 작은 크기에 뛰어난 휴대성이 돋보였지만, 이 제품은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대용량 하드디스크도 없으니 동영상을 여러 개 저장해 놓고 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크롬 넷북 CR-48은 넷북이라는 그 의미에는 더 가깝습니다. 언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고, 모든 일을 인터넷에서 하도록 만들었으니까요. 문서 작업, 엔터테인먼트, 앱 설치와 실행 등 모든 것을 크롬 넷북과 연결된 인터넷 안에서 합니다.


구글은 말 그대로 인터넷에 연결해서 쓰는 넷북을 만든 것입니다. 어쩌면 진짜 넷북의 의미를 찾아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것이 앞으로 혼란을 주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넷북과 앞으로 구글 크롬 OS가 주도하게 될 넷북은 이름만 같을 뿐, 개념은 전혀 다르니까요. 이용자가 이를 잘 구분하고 쓸 수 있을까요? 윈도 넷북, 크롬 OS 넷북 이렇게 불러야 할까요? 정말 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덧붙임 #

구글 크롬 웹스토어는 크롬OS 넷북이든, 윈도 넷북이든 정말 킬러 서비스가 될 것 같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6 Comments

  1. 2010년 12월 8일
    Reply

    Google답게 모든 것을 웹으로 통합하려고 하는 시도. 너무 멋져요. 그롬 넷북은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넷북에 대한 정의가 이번 크롬 넷북 이후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 칫솔
      2010년 12월 12일
      Reply

      바람의 방향을 바꾸려면 더 큰 바람이어야 할텐데 지금은 어느 정도의 세기를 가졌는지 알기는 힘든 듯… 아무튼 뭐가 되든 새로운 컴퓨팅 세계가 열리는 건 흥미로운 일인듯 싶군.

  2. 2010년 12월 8일
    Reply

    음..크롬넷북이라..ㅋ 파폭에 길들여진 유저도 과연 데려갈 수 있을런지 ‘ㅁ’

    • 가키
      2010년 12월 9일
      Reply

      지금 대부분의 파폭 확장은 크롬 확장에서도 지원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구글 크롬 브라우저의 업그레이드가 단순히 브라우저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크롬 OS를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는 것이 어느 정도 증명이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크롬 10(카나리아만 나온 상태)부터는 백그라운드 프로세스도 표시해준다고 합니다. 이건 이제 브라우저가 아니죠. 🙂
      물론, 단순히 브라우저의 측면만 본다면 굳이 파폭을 쓰던 사용자가 크롬을 사용할 이유는 없지만, OS의 측면에서 본다면 그건 또 모를 일이죠. 저도 처음엔 파폭과 크롬을 썼지만, 지금은 파폭과 오페라를 쓰고 있으니…

    • 칫솔
      2010년 12월 12일
      Reply

      큰 틀에서는 같아도 미세한 사용성에는 차이가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크롬을 써보면서 익숙해지는 것은 어떨까요? ^^

  3. 2010년 12월 9일
    Reply

    결국 언젠가는 웹으로 통합되는 세상이 될거라는 관점에서 시대적이네요.
    스마트폰 앱스토어도 현재 네이티브 앱에서 웹으로 성장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는데, 웹을 통한 통합 인터페이스의 발전이 기대됩니다.

    • 칫솔
      2010년 12월 13일
      Reply

      웹 환경으로 가고는 있으나 사람들이 지금쓰고 있는 환경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무리가 있는 게 좀 걸림돌이긴 할겁니다. 그것이 어떻게 바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

  4. 2010년 12월 9일
    Reply

    넷북하고 메인 컴퓨터에서도 크롬을 쓰고 있는데 큰 불편없이 은행일만 하지 않으면
    사용가능하더라구요~국내에서 크롬OS면 유져가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 칫솔
      2010년 12월 13일
      Reply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쓰려면 액티브X가 사라져야 할텐데요. 아니면 모바일로 쇼핑을 하는 수밖에는.. ㅠ.ㅠ

  5. 2010년 12월 9일
    Reply

    크롬이 때때로 더 유용하고 빠르게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 저도 사용해왔었는데..
    크롬넷북이라는게 참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 칫솔
      2010년 12월 13일
      Reply

      HP에서 내놓으면 더 호기심을 자극할거에요. ^^

  6. 2010년 12월 9일
    Reply

    구글 크롬OS 발표이벤트에서 노트북이라는 명칭만을 사용했다는데 어떻게 되는건가요
    구글측에서도 발표전 넷북이라고 언급했다가 노트북으로 바꿧다고 하더군요
    저도 개인적으로 넷북에 가깝다고 생각은 됩니다만
    CR-48이 표준이라면 구글의 입장이 더 궁금해지는군요
    시장의 움직임이 기대됩니다 잘보고 갑니다^^

    • 칫솔
      2010년 12월 13일
      Reply

      어떻든간에 망에 연결해서 써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7. 호롱이
    2010년 12월 10일
    Reply

    아무래도 기업체에서 일괄적으로 도입하기에는 보안이라는 측면에서 부담스럽긴 하겠네요. 사건발생시 책임소재 문제도 명쾌하게 정리하기 힘들고… 허나 퍼블릭 클라우드를 가속화 한다는 측면에는 나름 의미가 있을 듯 합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칫솔
      2010년 12월 13일
      Reply

      아.. 책임소재라는 의외의 부분이 있었군요. 의미있는 지적입니다. 고맙습니다. ^^

  8. 2010년 12월 15일
    Reply

    20년 전에 나왔다 사라진 NC와 많이 비슷하군요.
    이번에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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