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서 멀어지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확장으로 답을 찾다

여전히 스마트폰은 많이 팔리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잘 나간다는 말만 할 수 없는 징후들이 등장하며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경고 사인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 해 발간된 여러 스마트폰 판매량 보고서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각 분기마다 가트너(Gartner)가 발행하는 스마트폰 판매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9.3% 늘어난 3억3천600만 대의 판매량을 보인 스마트폰 시장이 4분기에 이르러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한 4억300만대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의 분기 판매량이 4억 대를 넘기고 연간 판매량이 14.4% 증가한 14억 대에 이른 매우 놀라운 결과임에도, 마지막 분기에 한 자릿수로 내려온 성장률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의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지역도 있으나 지금까지 스마트폰의 고도 성장을 이끈 중국이 포화 시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데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으로 인한 낮은 수익률은 업계의 고민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 4분기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4.4% 감소한 데다 스마트폰 단가에 대한 가격 압박이 점차 심해지는 상황에서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에 보내는 경고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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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을 갈아 끼울 수 있는 LG G5.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를 훌륭하게 재해석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주요 제조사들이 MWC에 내놓은 결론은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쏟아내는 것이 초점을 맞추고 있진 않았다. 스마트폰의 성장에 맞춰 지난 몇 년 동안 MWC는 플래그십 뿐만 아니라 중저가 시장의 제품이 양분되어 왔고 특히 지난 해 플래그십 모델보다 더 많은 중저가 신제품들이 상당 부분 점유했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중저가에 올인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가장 큰 차이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 부분이다. 지금도 값싼 보급형 스마트폰은 중국의 중소 제조사들이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전통적인 스마트폰 강자들에 견줄만한 제품으로 위협하고 있음은 변함이 없다. 때문에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로는 승부를 겨루기 힘든 제조사들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단순한 통신 장치가 아니라 모바일 허브로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MWC에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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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G5용 모듈. 이 밖에도 가상 현실 HMD와 360캠, 롤링봇 등도 공개됐다.

비슷하지만 다른 전략을 취한 것은 LG와 소니다. LG와 소니는 각각 G5와 엑스페리아 퍼포먼스라는 스마트폰을 중심에 두는 생태계 전략을 발표했다. LG 프렌즈라는 이름의 G5 주변 장치 생태계는 LG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G5를 통해 스마트폰의 기능을 확장하고 손쉽게 연결할 수 있는 주변 장치 생태계를 구축한다. G5는 배터리를 교체하는 부분에 오디오와 카메라 그립 모듈을 꽂아 스마트폰의 특정 기능에 관한 전문성을 더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60 VR과 360캠, 롤링봇 같은 가상 현실 주변 장치와 가정용 감시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제시했다. LG는 외부 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 플랫폼을 좀더 개방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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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엑스페리아 프로젝터. 바닥에 있는 영상을 조작할 수 있다.

소니는 LG와 비슷하나 폐쇄형 주변 장치 생태계로 준비했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5개의 주변 장치를 MWC에서 처음 발표했다. 자동차용 컨트롤러와 웨어러블 카메라, 프로젝터, 로봇형 음성 비서, 블루투스 이어 피스 등으로 이 액세서리 모두 엑스페리아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소니 스마트폰의 브랜드로만 쓰였던 엑스페리아를 다양한 주변장치까지 확대하고 이를 거대하고 풍부한 생태계로 구축하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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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7엣지와 갤럭시 S7.

삼성은 LG, 소니와 또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왔다. 삼성은 하드웨어의 확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갤럭시 S7/S7 엣지의 능력을 확실히 보강하고 그에 맞는 전용 액세서리 전략을 유지했다. 하지만 주변 장치 전략을 바꾸지 않는 대신 서비스 부문을 더 강화한 것이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이미 더 많은 국가로 확장하는 삼성 페이와 기어 VR의 오큘러스 플랫폼과 아울러 자동차용 서비스 ‘커넥티드 오토’를 통해 갤럭시 S7/S7 엣지 같은 플래그십에서 자동차 문을 열거나 차내 작동 상황을 점검하고, 운전 중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 서비스와 연결해 이용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전달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 사업자와 연합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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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커넥티드 오토를 통해 이용자의 차량을 관리하는 서비스와 연결을 시도했다.

기존 스마트폰 생태계와 다른 하드웨어 생존 전략에 대해 깊은 고심을 거듭해 왔던 각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조사가 이와 같은 확장의 개념을 이번 MWC에서 선보인 것은 훨씬 더 흥미롭다. 비록 하드웨어 생태계의 확장을 위해서 제조사가 투입해야 할 비용과 시간은 가늠하기 힘들다 할지라도, 그동안 하드웨어 관점으로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했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이제야 독자적인 채널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획일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유인하는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를 가능성을 높이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성장은 더 이상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이들에게 이들이 내놓은 확장이라는 새로운 답이 맞을지 이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덧붙임 #

이 글은 KISA 리포트에 기고한 글의 일부로 전체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KISA 리포트 3월 1주차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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