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가 된 갤럭시 기어. 얻은 것과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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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MWC에서 기어2가 공개됐을 때 흥미로웠던 사실은 ‘갤럭시’라는 이름을 어디에 버려두고 왔나 하는 점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거의 모든 삼성 제품-모두가 아닌 이유는 홈싱크 때문-에서 볼 수 있는 ‘갤럭시’라는 이름을 내던진 것은 역시 운영체제를 갈아탄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기어 2에 얹은 운영체제는 ‘타이젠’이었다.

기어코 기어 2에서 운영체제를 타이젠으로 옮긴 뒤 배터리 작동 시간의 연장과 반응 속도의 향상에서 좀더 나아졌다는 이야기들이 들리지만, 그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운영체제의 연속성이 사라진 탓에 갤럭시 기어만 별종으로 남게 된 것. 한마디로 기어2 이전까지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개발된 앱 이외의 추가 확장은 기대할 수 없어 갤럭시 기어의 생명력은 그 시점에서 끝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적어도 갤럭시 기어를 타이젠으로 옮겨타기 직전까지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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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젠 기어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안드로보이의 마지막 모습.


지난 주 대만에서 돌아오자마자 갤럭시 기어의 ‘갤럭시’를 떼어내는 작업을 했다. 안드로이드 대신 타이젠을 심은 것이다. 무선으로 그럴싸하게 시스템을 심는 OTA(Over the Air)가 아닌 PC를 이용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는 없었고, 이 작업이 순조롭게 끝나진 않았다. 드라이버와 프로그램의 튕김과 젠더의 인식 오류를 극복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음은 물론이다. 어쨌거나 제대로된 기어의 뿌리 찾기라는 이유 만으로 끝을 볼 때까지 시도했고 마침내 기어를 원조를 찾는 데 성공했다.

안드로이드에서 타이젠으로 갈아타는 작업은 상위 버전으로 올린 게 아니므로 업그레이드는 아니다. 윈도에서 리눅스로, 리눅스에서 윈도로 바꾼 것을 업그레이드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운영체제는 바뀌었어도 겉으로 보이는 건 비슷하다. 아이콘이나 기본 구성은 종전과 거의 똑같아 보이지만, 세세한 부분은 조금씩 바뀌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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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항목은 기어 2와 똑같다.
타이젠을 밑바닥에 펼친 기어로 탈바꿈하면서 전에 없던 몇 가지 재주가 늘었다. 이를 테면 음악 플레이어나 운동 같은 기어 2의 기능 몇 가지가 기어에도 적용된 것이다. 음악 플레이어는 연동된 스마트폰의 음악 플레이어를 제어하는 게 아니라 기어의 내장 메모리에 음악을 넣어 블루투스 헤드셋을 통해서 듣는 기능이다. 달리기와 걷기, 자전거 타기 등 기어의 운동 기능 중 하나를 바깥에서 이용할 때 스마트폰 대신 기어와 블루투스 이어폰만 챙겨 나가면 된다. 다만 블루투스로 한번에 복사할 수 있는 음악 파일의 크기에 제한이 있어 많은 파일을 옮기지 못하는 점은 짜증을 불러온다. 얼마나 잘 잤는지 수면 측정도 할 수 있게 됐지만,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 편안한 잠을 자려는 이들에게 굳이 이 기능까지 써보라고 권하고 싶진 않다.

물론 모든 변화가 좋은 쪽으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용 방식은 비슷하지만, 일부 제스처가 바뀌었다. 이를 테면 시계 화면에서 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면 실행되던 카메라 실행 제스처도 없어지고, 역시 시계 화면을 띄운 뒤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쓸어 올릴 때 선택할 수 있는 바로 가기 제스처 기능이 빠졌다. 전화 다이얼을 불러오는 기능이 빠진 건 다행이지만, 바로가기와 카메라 제스처를 뺀 것인 그것에 익숙해 있는 이용자들에겐 불편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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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운동과 소셜 네트워킹용 앱이 상당히 부족하다

기능을 더하고 뺀 부분의 일장일단이 있지만, 가장 큰 고민은 타이젠과 안드로이드의 차이에 있다. 기어 시리즈가 계속 타이젠을 기반으로 나온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유리한 반면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개발되었던 갤럭시 기어용 앱들을 활용하지 못하므로 단기적으로는 썩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다. 당장 타이젠으로 옮긴 기어만 하더라도 종전에 썼던 상당수의 안드로이드판 기업 앱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패스나 에버노트, 카카오톡고 라인, 골프 내비 같은 앱은 타이젠 기어에서 쓸 수 없다. 때문에 앞서 갤럭시 기어용 앱을 쓰던 이들에게 타이젠으로 이전을 일단 보류를 하는 편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에서 타이젠으로 갈아탄 기어는 기어 2 만큼은 아니지만 안드로이드 갤럭시 기어에서 얻을 수 없는 몇 가지 새로운 경험을 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의 안드로이드를 쓰던 때의 환경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부분 보강이 이뤄졌고 오히려 안드로이드 때보다 타이젠 기어의 앱이 더 재미있는 부분도 있지만, 스마트폰과 잘 연동해 쓰던 앱 환경을 모두 대체하진 못한다. 타이젠을 얹은 기어를 얻으려면 갤럭시 기어를 버려야 한다. 선택은 이용자의 몫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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