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 세계에서 엔비디아의 미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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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넷북을 바라보는 엔비디아의 심정은 착잡할 것이다. 그래픽 부문에서 보여준 리더십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에 대한 호기 넘치는 도전장을 던졌지만, 그들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 넷북, 넷톱, MID 등 새로운 제품군을 위한 여러 부품을 선보이긴 했으나 그들이 노림수대로 될 것 같지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컴퓨텍스에서 젠센 후앙 엔비디아 회장을 만났다. 첫날 발표회에서 그의 발표를 본 뒤, TICC에 마련된 호텔 부스에서 그룹 인터뷰를 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PC 그래픽 뿐만 아니라 테그라와 아이온 등 신규 제품군으로 새로운 시장 공략을 앞둔 시점이었다. 때문에 이와 이해 관계에 놓은 대상을 두고 다소 공격적인 발언도 거침없이 니왔다. 거침없는 발언의 대상은 인텔. 예나 지금이나 엔비디아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IT 분야가 다 그렇지만, 엔비디아에게 있어 인텔은 동반자이자 곧 적이다. 프로세서 없는 그래픽 칩셋은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능력만 된다면 당장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싶지만, 그럴 만한 설계, 생산, 자금, 시장 지배력은 아직 인텔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AMD에 붙기도 어렵다. AMD가 ATi를 뱃속에 채우고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PC 시장이 인텔에 장악된 상황이라는 이유가 더 크다. 떨어지는 떡고물도 당연히 AMD보다는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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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아이온

PC 그래픽 부문에서는 인텔의 협력이 절실해도 나머지 부문은 모두 적대 관계다. 특히 최근 들어 모바일 컴퓨팅 부문은 적과의 동침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넷북 시장이 커짐에 따라 엔비디아는 넷북 시장을 겨냥한 고성능 칩셋인 아이온을 선보였다. 1080P 고화질 영상과 3D 게임을 넷북에서 무난하게 돌릴 수 있는 뛰어난 성능을 가진 그래픽 코어를 내장한 외부 칩셋으로 인텔 내장 칩셋을 대체할 용도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인텔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넷북의 전력을 너무 많이 소모하고 비용을 상승시키며 넷북의 사용성을 무시한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인텔 입장에서 아이온이 성공을 거둘 경우 넷북 성능을 지나치게 축소시켰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넷북이라는 제품군을 훌륭하게 시장에 정착시킨 인텔은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아도 이미 공공연한 제원으로 굳어 버린 인텔 ‘아톰=넷북’이라는 공식에 엔비디아가 끼어들길 바라지 않는다.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나타난 엔비디아가 결코 반가울 까닭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엔비디아에 대한 인텔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몇 달 전 인텔은 엔비디아를 통합 메모리 컨트롤러(IMC) 내장 칩셋 개발에 대한 특허권 침해로 고소했다. 엔비디아는 법적인 침해는 없으며 이를 위반한 것은 인텔이라며 맞고소를 한 상황이다. 인터뷰에 나섰던 젠센 후앙 회장은 “(소송 당시) 엔비디아가 설계하지도, 팔지도 않았던 제품에 대해 인텔이 소송을 건 것”이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고소를 했으니 미친 것이다”는 말을 꺼냈다. 이어 “인텔이 아이온의 성공을 예상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IMC를 내세우면서 아이온을 타겟으로 삼은 것”이라며 인텔이 소송을 건 배경까지 설명하기도 했다.


이 소송은 몇 년 뒤에나 결론이 날 것이라, 인텔과 엔비디아 모두 원하는 판결을 얻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존 아톰 프로세서의 단종은 엔비디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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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트레일 플랫폼의 구성도

인텔은 현재 넷북에 들어가는 주요 플랫폼의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세서와 메인보드 칩셋 2개로 구성했던 종전 형태를 프로세서+메인보드 칩셋 1개와 메인보드 칩셋 1개로 재구성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이 ‘파인트레일’, 메인보드 칩셋을 통합한 프로세서가 ‘파인뷰’다. 그런데 이 플랫폼은 아이온 같은 외부 칩셋을 쓸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파인뷰는 메모리컨트롤러와 그래픽 칩셋이 프로세서 다이 안에 흡수한 상태라 내장 그래픽의 작동을 차단하고 외부 칩셋을 작동시키는 게 불가능해 아이온에는 최대의 걸림돌로 지목되어 왔다.

파인트레일 플랫폼의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일단 인텔은 종전 아톰의 단종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출시까지 여전히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데다 한꺼번에 모든 라인을 변경할 수 없으므로 지금 단종 카드를 꺼내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각 넷북 제조 업체가 내놓은 현재 모델을 스스로 단종할 때까지 공급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인텔이 넷북 업체들에게 파인트레일로 플랫폼 전환을 유도하면서 종전 아톰에 대한 공급을 줄이려 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렇게 되면 좀더 성능 강한 넷북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려던 엔비디아 전략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인텔의 보이지 않는 압력과 달리 최근 엔비디아가 자책골을 넣었다. 엔비디아는 아이온의 단가가 비싸 채택하는 넷북이 너무 없자, 단가를 낮춘 아이온 LE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아이온 LE가 아이온과 너무나 차이나는 성능을 가졌다는 데 있다. 3D 게임의 강점이 빠진 데다 윈도 7의 에어로도 작동하지 않고, 풀HD 영상만 보는 수준의 성능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내장 그래픽에 비해 별로 나은 게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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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출시를 연기한 레노버 S12 아이온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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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판매에 들어간 삼성 아이온 넷북

인텔을 중심으로 한 넷북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아이온은 비관적이다. 그렇다고 넷북 시장에서 아이온을 살아남을 가망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길은 있다. 인텔을 버리면 된다. 넷북 시장에서 인텔을 버리면 생명 연장은 가능해 진다. 하지만 대안이 별로 없다. VIA가 있긴 하지만 아이온과 궁합은 글쎄다. 시너지는 있겠지만, 워낙 넷북에 대한 영향력이 약한 VIA와 협력은 꺼림칙하다. 이래저래 어둡다. 아이온을 통한 엔비디아의 앞날이 말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5 Comments

  1. 2009년 8월 7일
    Reply

    항상 좋은 글 잘 읽습니다.^^
    트위터는 안하고 미투는 하고있어요 ㅎ

    • 칫솔
      2009년 8월 7일
      Reply

      아.. 그렇군요. 제 미투는 제 아이디(chitsol)와 같습니다. TV속 세상님은? ^^

  2. 2009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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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온이랑 게임 아이온이랑 합쳐지면 좀 마케팅적으로 효능이 날려나요? ㅋ

    • 칫솔
      2009년 8월 7일
      Reply

      엔비디아 아이온을 넣은 아이온 넷북에서 엔씨의 아이온이 돌아가면 아이온의 성능과 아이온의 재미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는 잘…(유상무상무 패러디인지 쉽지 않네요~ ^^)

  3. 2009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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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좀 정신이 없어서 늦게야 들리네요^^;
    잘보고갑니다. 좋은 저녁되세요^^

    • 칫솔
      2009년 8월 7일
      Reply

      잠은 푹 주무셨나요? ^^

  4. 2009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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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는 쥐포 구워서 팔아도 돈 잘벌잖아요?

    • 칫솔
      2009년 8월 7일
      Reply

      맨날 쥐포 장사만 할 수는 없으니.. 오징어도 팔고, 땅콩도 팔아야지요.

  5. 2009년 8월 7일
    Reply

    글 잘 읽고 새로운 사실 많이 알고 갑니다.

    • 칫솔
      2009년 8월 7일
      Reply

      네.. 고맙습니다. ^^

    • 칫솔
      2009년 8월 8일
      Reply

      아이온 버전은 연기가 되었지요. 그 부분은 살짝 수정해 놓죠. ^^

  6. 2009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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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고 어렵네요. IT쪽 초보자들은 개념과 단어가 생소하네요.
    앞으로 배우러 자주 올께요

  7. 2009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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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날 쥐포 장사만 할 수는 없으니.. 오징어도 팔고, 땅콩도 팔아야지요. (2) ㅋㅋㅋㅋ

    • 칫솔
      2009년 8월 13일
      Reply

      오징어와 땅콩엔 맥주가 최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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