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출고가를 탓하는 허망한 이통사

10월 중순 KT 이석채 회장은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디자인 경영’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국내 통신 요금은 3년 전에 비해 내려갔으며 통신비가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말기 출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있던 SKT의 3분기 실적 보고 컨퍼런스 콜에서 안승윤 경영지원실장은 “SKT가 통신 요금으로 거둬들이는 통신 요금 중 회사의 순수 매출은 5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단말기와 컨텐츠 비용이며, 비싼 통신비의 핵심은 결국 단말기 비용”이라며 높은 국내 단말기 가격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이통 통신 시장의 1, 2위 사업자가 국내에서 더 비싼 단말기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이통사가 서비스하는 순수 통신 요금보다 요금 고지서에 포함된 단말기의 할부 가격으로 원인을 돌림으로써 여러 경로를 통해 이통사에 가해지고 있는 비싼 통신 요금 인하에 대한 압박을 피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내에서 판매하는 단말기 가격이 높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제조사가 어떤 이유를 붙이더라도 동일 제품에 대해 국내 단말기가 좀더 비싼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제조사를 위해서 해줄만한 변명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높은 출고가가 비싼 통신 요금의 주범이라는 이통사의 주장에도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다. 비싼 출고가의 스마트폰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면 그 책임의 화살은 결국 이통사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서다.


높은 출고가의 원인
국내 이통사에 판매 중인 스마트폰들. 만만한 제품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지금 단말기 자급제를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은 이통사를 통해서만 단말기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통사가 자사 통신 서비스의 판매를 목적으로 그에 맞는 단말기를 제조사로부터 수급해 유통하면서 사실상 단말기를 통해 시장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예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이통사가 제조사를 견제하며 시장을 통제하는 힘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이통사 스스로 시장의 경쟁을 좁힌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해부터 이통사는 LTE 통신망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둘러 전국망을 확충하고 더 나은 품질을 위한 투자를 하는 것과 아울러 3G보다 더 빠른 속도를 가진 LTE의 장점을 강조하며 신규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많은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다. 물론 그 마케팅 에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오직 LTE로만 출시하는 전략도 포함되어 있다. 아마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갤럭시 S3를 빼면 3G로 출시된 최신 스마트폰은 거의 없을 정도로 LTE 단말을 통한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국내 이통사를 위해 LTE 단말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제조사가 무척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장 규모가 작은 초기 시장은 그렇다 쳐도 한달 수십만 대 규모로 커진 지금도 국내 이통사를 위해 단말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기업은 삼성, LG, 팬택 등 국내 회사 뿐이다. 국내 LTE 시장에 대응하기 힘든 외산 제조사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간 것은 적은 규모, 좁아진 시장에서 굳이 전투력을 불사를 의미가 크지 않은 데다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던 외산 업체의 시장 전략에 변화가 생기면서 국내 시장에 적합한 제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까닭에 단말기의 다양성이 실종된 것이다. 국내 LTE 시장 초기에 시장 선점에 열의를 보이던 HTC 마저 본사의 경영 악화로 국내 투자 여력을 상실하면서 국내 LTE 시장은 국내의 제조 업체끼리 맞붙게 된 것이다.


결국 이통 시장에 필요한 단말을 공급하며 경쟁해야 할 제조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를 시장 논리로 볼 때 수요측보다 공급측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이통사 스스로 시장을 한 쪽으로 좁혀 놓은 탓에 경쟁이 실종되면서 자연스레 단말기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마저 줄어든 것이다. 국내 제조사들의 가격을 견제할 만한 경쟁력 있는 LTE 단말기의 부재가 비싼 단말기 가격을 고수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높은 출고가의 원인
넥서스4는 8GB 기종을 299달러, 16GB 기종을 399달러에 출시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이통사들은 여전히 LTE에만 올인하면서 소비자가 찾을 만한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내놓는 데는 인색하다. 대표적인 예가 LG 넥서스4다. 구글의 지원을 받아 299달러(8GB)라는 터무니 없는 가격에 판매될 넥서스4는 3G망을 이용하는 스마트폰이라는 이유로 국내 도입을 꺼려하고 있다. 넥서스4가 LTE 가입을 방해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LTE 가입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단말이라는 게 그 이유다. 물론 역대 레퍼런스 스마트폰의 신통치 않은 판매 성적도 그런 결정이겠지만, 결과적으로 낮은 출고가를 가진 스마트폰을 유통하지 않으면서 높은 출고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스마트폰의 높은 출고가를 말하는 이통사의 쓴소리가 어찌 허망하지 않을 수 있다 하겠는가?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6 Comments

  1. realsmart
    2012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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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채 회장님은 근데 왜 넥서스4를 출시하지 않을까요 ㅋㅋ
    출고가를 낮추려면 이것만한게 없는데 ㅋㅋ

    • 칫솔
      2012년 11월 17일
      Reply

      글쎄요. 아이폰 만큼 공을 내세우기 어렵기 때문은 아닐까요? ^^

  2. 이거뭐
    2012년 11월 9일
    Reply

    이거뭐.. 말하는게 ….게…. 베이비네…ㅡㅡ

    아이폰를 들여온 공로는 인정한다.. !!

    • 칫솔
      2012년 11월 17일
      Reply

      이제 새로운 공로를 세웠으면 좋겠군요. 아이폰 공적은 너무 오래되서..

  3. 2012년 11월 12일
    Reply

    정말 스마트 폰을 내 손에 일시불로 40만원 이하로만 살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그런 세상이 오려나요 ㅠ.ㅠ

    • 칫솔
      2012년 11월 17일
      Reply

      고성능 스마트폰은 50만 원 아래로 내리기는 참 힘듭니다. 넥서스4는 구글 지원이므로 좀 예외인 경우고요. 어쨌거나 내년에 쓸만한 자급제 단말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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