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잰걸음 걷기 시작한 TG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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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삼보컴퓨터의 2008년 중점 전략과 TG삼보 김영민 대표
“PC 시장 점유율 20%를 이뤄내겠다.” 지난 4월28일 TG삼보컴퓨터의 2008년 전략 발표회에서 김영민 대표가 한 말입니다. 노트북과 PC 시장을 모두 합쳐 20%면 우리나라에서 거의 빅 3안에 들어갈 수 있는 점유율일텐데요. 지난 몇 년 동안 경영 위기로 부침이 심했던 TG삼보컴퓨터를 보노라면 20% 점유율은 왠지 뜬금없어 보입니다. 특히 2007년 4월 자본 잠식에 따른 상장이 폐지된 뒤, 2007년 여름부터 절차를 밟아 셀런과 이제야 합병을 마무리한 기업이 세운 목표치고는 너무 빠른 속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우울했던 지난 날을 빨리 벗어나겠다는 의지, 또는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예정대로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TG삼보컴퓨터는 PC와 노트북에서 상반된 정책을 펴왔습니다. PC는 대부분 고가 소비자 시장(리치 마켓)을 겨냥하고, 반대로 노트북은 중저가 시장을 겨냥했습니다. 즉 PC의 가치는 높여 팔고, 노트북은 대중적인 시장을 노렸다는 이야기지요. 루온이나 리틀 루온, 최근의 루온 크리스탈로 이어지는 TG삼보의 PC들은 예나 지금이나 결코 싸다 말하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조립 PC가 50~60만 원대를 형성하던 때-지금도 마찬가지-에도 100만 원 이하로는 안 팔았으니까요. 단지 그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고가 PC를 산 이들에게 가치를 주기 위해 노력-디자인과 성능 개선, 품질 관리, 24시간 콜센서, CEO 핫라인, 신속한 AS-한다는 점이 다를 것입니다. 노트북은 삼성, LG, HP보다 가격차를 느낄 수 있는 수준에서 팔기 위해 확실히 값싼 전략 모델을 지속적으로 투입했는데 이것은 제법 재미를 봤습니다. 그 덕에 어려웠던 회사에 나름 힘을 보탠 것은 분명합니다만, 에버라텍이 싸구려 이미지의 브랜드로 굳어버린 문제도 안게 됐지요. 앞으로는 이 전략을 수정, 13.3인치, 14.1인치, 15인치 등 노트북 모델을 다변화하고 가격을 조금씩 올려 LG와 비슷한 수준에 맞춰 중고가 시장을 노려 수익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사실 2008년 TG삼보컴퓨터의 전략은 전통적인 PC와 노트북 사업의 수익 극대화가 핵심이지만, 여기에 시장 다변화와 비PC 제품의 다양화도 포함되었습니다. 지난해 셀런과 합병을 진행하면서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IPTV 컨버전스 PC, UMPC, 휴대용 PC 등 여름 이후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고, 발표는 했지만 출시를 안 했던 내비게이션 ‘파비콘’과 앞서 소개한 두 가지 PMP 등을 내놓는 등 제품 다양화를 통해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북미와 일본, 독일, 동남아(필리핀) 등 시장을 넓혀 수익선을 다변화해 올해 안에 매출액 3천817억 원, 영업이익 190억 원, 경상이익 254억 원을 실현하겠다고 하는군요. 지난 1분기에 861억 원의 매출에 8억 원의 영업 이익을 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 이는 지난 해 이뤄진 구조 조정과 셀런과 구매 채널을 통합해 원가를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입니다. TG삼보가 매출이나 이익 부분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2009년 재상장이라는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만, 재상장 요건-매출 300억, 영업이익 25억, 자기자본금 100억, 상장 예정 주식 총수 100만주-보다 훨씬 나은 실적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보면 단순히 재상장만을 위해서는 아닌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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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과 판매량 확대를 통해 2008년 1분기 수익을 끌어올렸음을 설명하는 한편, 더 많은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2009년 3월 거래소 재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TG삼보가 올해의 목표를 성실히 이뤄나가는 게 중요하겠지요. TG삼보컴퓨터의 투자자 이익을 위해 상장을 하겠지만, TG삼보가 스스로 밝혔듯 소비자에게 신뢰성을 주기 위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겠죠. 단지 제품 라인업을 다채롭게 갖추고 시장을 확대하는 것으로 그 이익이 증대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비록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으로 매출과 이익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해도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서 통할지 알 수 없고, 외국 바이오에게 호평을 받았다고는 해도 올해 외국 시장의 매출 전망치인 5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노트북 시장의 제품 다변화와 가격 인상으로 이익을 늘리겠다는 부분도 이전 에버라텍이 갖고 있는 중저가 이미지를 따져보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받고 있습니다. 데스크탑의 판매량이 노트북보다 2배 더 많은 구조-지난 1분기 데스크탑 10만7천 대, 노트북 5만대 판매, 자사 출고 기준-만 봐도 하반기 노트북 중고가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기 위해 쏟아부어야 할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테고, 중고가 브랜드로 자리를 잡는 동안 다른 업체들의 견제도 더욱 심해지겠지요. 그래도 품질 관리나 고객 서비스 강화, 광고를 통한 제품 홍보, 구매 원가/제조/서비스 비용 절감 등은 이미 실행에 옮기면서 2008년 1분기 흑자 전환을 이뤄낸 만큼 이익 구조를 얼마나 더 튼실하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일 것입니다. 내년도 같은 자리에서 있을 지도 모르지만 2009년 TG삼보컴퓨터 전략 발표회 때 올해의 내세웠던 목표치대에 근접했거나 초과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합니다. 1년 뒤에 한 때 법정 관리를 받아 재기의 안간힘을 쏟은 PC 업체의 부활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을 쓰기보다 더욱 치열해진 PC사업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그 방법을 아는 기업이라는 타이틀로 글을 쓰고 싶거든요.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 Comments

    • 2008년 5월 2일
      Reply

      공플님이 살만한 제품을 내놓을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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