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단통법, 어디에서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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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설마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하고 다른 한쪽에선 ‘이렇게 될 줄 몰랐냐?’며 자조섞인 푸념과 원망과 조롱이 교차한다. 10월 1일부터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의 풍경이다.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비롯된 단통법은 법 시행 이후 당초 이용자를 보호하는 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통신 시장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단통법은 애초부터 만들지 말았어야 했던 법일까? 이 법에 관해 논의를 하게 된 당초 취지로 돌아가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아니다. 이통서비스를 가입하는 동시에 사게 되는 단말기의 가격 편차가 가입 시점과 지역에 따라 심하게 나타나고, 법정 보조금을 넘어서는 불법과 편법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이 늘어나면서 그 원인이 된 단말기와 보조금의 유통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 논의를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비싼 가계통신비를 낮추려는 현정부의 의도가 곁들여지면서 단통법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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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의 근거로 삼은 단말기 유통시장. 원인은 찾았는데, 풀이 과정이 잘못됐다. (이미지 출처 : 방송통신이용자정보포털 http://www.wiseuser.go.kr/jsp/commView.do?bcode=221&vc=2409)

그런데 이용자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단통법의 기본 취지는 구체적인 시행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상한 길로 빠진다. 그 법의 중심에 있어야 할 이용자가 사라지고 제조사, 이통사, 판매자들 같은 업계의 입장만이 무한 반복되는 싸움장으로 변한 것이다. 특히 단말기로 인한 차별 요소를 해소하는 게 아니라 이통사나 제조사의 단말기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면서 보조금 산정 같은 생산성이 전혀 없는 문제에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것이다. 결국 보조금을 계산하기 위한 수학 공식을 만드는 데에 서로 열을 올린 결과 그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단통법의 결과를 지금 보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이용자의 차별을 없애는 것은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시행 중인 단통법처럼 모두에게 보조금을 더 주고 적게 주는 수학 공식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불투명한 단말기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바꾸면 돌려받게 될 이용자의 이익이 얼마나 될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보조금이라는 유일한 수단으로 단말기 유통 시장의 사전 통제는 애초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것이다.

앞서 단통법이 이용자의 차별과 가계 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시작된 법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려면 먼저 이용자의 차별을 없앨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어야 한다.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가 서비스를 쓰기 시작한 전후로 차별이 발생하게 되면 그 차별에 의해 받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어제 이통 서비스를 시작한 이용자가 오늘 시작한 이용자에 비해 손해가 발생한다면 앞으로 발생하게 될 손해 비용에 대해서 서비스 사업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쪽으로 개선하는 쪽이 어쩌면 더 나앗을지 모른다. 물론 이같은 방향으로 개선해도 보조금 상한선이 존재하는 한 피해 신고는 어렵다. 지금 법으로 규정한 보조금 상한선으로 인해 그 이상의 보조금을 받으면 불법으로 간주되는 만큼 이용자들이 그 피해를 신고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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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유통 환경부터 조성하지 않는 법으로는 그 무엇도 고치기 어렵다

또한 단말기유통개선법이 이용자의 가계 통신비 인하에 기여하기 위한 법이라면 이용자가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단말기를  수 있는 유통 환경을 고치는 방향의 법안으로 논의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은 여전히 이통사 중심의 단말기 유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왜 이게 문제가 될까? 지금 이용자는 원하는 단말기만 따로 살 수 없다. 단말기를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소비자 가격 구조가 없는 탓이다. 물론 자급제로 유통하는 구글 넥서스 시리즈나 소니 엑스페리아 시리즈, 일부 외국에서 구매하는 폰과 애플 아이폰 정도 만이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알아서 구매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공기계만 사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통사의 상품을 팔아야만 실적에 따른 보상을 받는 휴대폰 매장들은 단말기만 팔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없고 공기계를 판매했을 때 추가 물량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공기계 판매를 기피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통법은 판매점 인증과 관리를 이통사가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가 휴대폰 매장에서 공기계만 살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된 상태에서 이통사가 자기 통신 상품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팔기 위해 출고가 결정에 관여하는 연결 고리를 끊지 않고 오히려 강화시켜 준 것이다. 결국 단말기 가격을 내릴 이유가 하나도 없음을 법이 보증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단말기를 오래 쓰면 요금을 할인 받을 수 있다고는 하나 이용자가 새로운 단말기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놓지 않은 데다, 설령 직접 구매를 했다고 해도 개통 이력을 손쉽게 만들어주지 않아 유심 이동마저 까다로운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의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 환경의 개선과 통신 요금 인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단통법이 진정으로 통신 이용자들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담았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 법에는 통신 이용자의 배려가 전혀 없다. 입법에 관여한 모두가 통신 이용자의 목소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보조금과 이통 업계의 논리에만 초점을 맞춘 지금의 단말기유통개선법은 이통사를 제외한 모두에게 슬픔을 던지는 확실히 실패한 법에 불과할 뿐이다. 연일 오르는 이통사의 주가를 보며 어떻게 성공한 법이 되길 바라는가?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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