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함 잘 내던진 미러리스, 소니 알파 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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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두어달 전 소니의 알파 6000을 접했을 때 소니가 이제야 올바른 길로 들어선 듯한 인상을 받았다. 소니를 렌즈 교환식 시장의 절대 강자로 설 수 있게끔 첫 테이프를 잘 끊었던 미러리스 NEX-5를 쓰는 동안 쉽고 편하게 질 좋은 사진을 찍는 카메라라는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져놓았던 내게 있어 알파 6000은 지나친 성취에 흐려진 소니 미러리스의 정체성을 되살리려는 노력의 한 증거품 같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NEX-5 후속기의 정체성이다. NEX-5가 알파 5000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 그 정체성이 묘해졌다. 기능은 점점 고급화되고 기구는 복잡해지면서도 성능이나 품질은 과거와 비교해 고만고만한 수준에 머물렀다. 쉽고 가볍게 쓸 수 있어 인기를 모은 그 정체성을 상당부분 잃었던 것이다. 그나마 복잡함을 덜어내고 단순함의 정체성을 되찾은 것이 알파 5000이었다. 잘 쓰지 않는 상단부 다이얼을 제거하고 줌 버튼을 셔터쪽에 통합해 한 손으로 다루기 쉽게 만든 것만으로도 과거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쏟고 있는 것을 알아챌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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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냥 찍는 것만으로 성능이나 품질의 만족감이 넘쳤던 초기 NEX-5의 정체성을 알파5000 시리즈에서 완전히 되찾으려면 몇 가지를 더 손봐야 한다. 특히 잔재주를 늘리는 대신 사진을 찍는 쉬운 경험을 보강하기 위한 관점의 변경이 필요했다. 단순히 더 많은 센서를 넣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좀더 빨리 초점을 잡고 별다른 설정을 하지 않아도 만족할 결과로 저장할 수 있는 처리 프로세서의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소니가 알파5000을 선보인지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업그레이드 모델인 알파 5100을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파 5100은 분명 보급기에 가까운 모델이긴 하나 얼마 전 센서와 AF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꾼 알파 6000의 능력을 가져다 넣었다. 알파 6000과 다른 점이라면 좀더 전문가적 취향과 스냅샷 촬영의 목적 사이에서 외형과 기능 몇 가지에 차이를 두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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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6000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콘크라스트+위상차 듀얼 AF가 알파 5100에도 들어갔다. 위상차 AF를 센서에 통합하고 센서 전 영역에 179개의 위상차 영역을 나눈 덕분에 초점의 정확도와 속도를 상당히 높였다. 소니가 주장한 알파 5100의 초점 속도는 0.07초. 물론 상황에 따라 초점 속도는 달라질 수 있긴 하나 움직이는 피사체를 또렷하게 잡아내는 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이미지 셀과 각 셀마다 빛의 흡수를 돕는 작은 렌즈 사이의 빈공간을 없앤 갭리스 온칩 렌즈 기술을 적용한 2천430만 화소 APS-C 이미지 센서는 NEX-5T보다 800만 화소가 더 많다. 더불어 알파 5100의 비욘즈X 이미지 처리 장치는 NEX-5T에 썼던 비욘즈 프로세서보다 3배 더 강력해진 데다, 노이즈 제거 능력에선 알파 6000 시리즈의 샘플을 그대로 옮겨서 특징 소개용 팜플렛에 넣었을 만큼 차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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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효율적인 동영상 녹화에 쓰라고 XAVC 코덱을 넣기는 했는데, 요즘 소니가 밀고 있는 4K 촬영용으로 넣은 것은 아니다. 인터페이스의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화면을 터치하는 동안 초점과 연사 촬영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셔틀 줌 레버와 바운스 가능한 내장형 플래시, 셀카 촬영을 위한 180도 회전하는 LCD 등 알파 5000 때의 모습은 변한 게 없다. 어쩌면 알파 6000의 능력을 섞은 알파 5000이 알파 5100인 셈일지도 모르지만, 전혀 어정쩡하지 않다. 분명 렌즈 교환식이면서 스냅샷 카메라처럼 쓰길 원하는 알파 5000 시리즈의 이용자를 감안하면 바람직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여서다. ‘미러리스의 추월’이라는 거창한 메시지보다, 소니가 미러리스 시장에서 4년 연속 절반 이상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것보다, 어렵지 않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의 본질에 가까워진 알파 5100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단지 알파 5100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고, 내가 만져 본 시간은 매우 짧았으므로 제대로 된 평가를 확인하려면 판매가 시작되는 2주 뒤에 누군가 쓴 이용기를 찾아보는 것이 낫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을 뿐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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