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쉴드, 안드로이드 게임계의 예상치 못한 명작

엔비디아 쉴드 리뷰, 쉴드의 특징, 쉴드의 장단점
지난 컴퓨텍스에서 만졌을 때보다 상용 버전의 엔비디아 쉴드는 이상하리만치 묵직했다. 이런 무게라면 들고서 게임하는 휴대 게임기로써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했고, 쉴드의 리뷰가 혹평으로 시작해 혹평으로 끝나게 되면 그 첫 번째이자 마지막 이유가 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뒤 며칠 동안 쉴드를 즐기면서 무게에 대한 생각은 싹 잊고 있었다. 무게보다 게임 그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쓴 소리로 시작하는 리뷰가 될 뻔했지만, 이 안드로이드 게임기는 아주 훌륭하다는 결론으로 끝나는 리뷰다.

쉴드는 안드로이드 기반 게임기다. 구글 플레이에서 게임을 사거나 내려받아 즐길 수 있는 게임기다. 즉, 쉴드가 아니어도 안드로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하드웨어는 이미 넘치고 또 넘친다. 스마트폰, 태블릿, 그 밖의 여러 장치에서 즐길 수 있다. 어쩌면 쉴드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장치보다 쉴드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 데는 오직 게임만 즐길 수 있는 환경에 최적화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 쉴드 리뷰, 쉴드의 특징, 쉴드의 장단점
기존 안드로이드 장치들이 게임에 적합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게임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장치에서 오래 즐기긴 힘들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게임만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범용적인 하드웨어다. 전화나 메시징, 인터넷, 다양한 모바일 앱을 실행해야 하므로 게임에 알맞게 하드웨어를 만들 수 없다.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 게임은 대부분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에서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게임도 터치스크린에서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있다. 단지 기존의 모바일 장치는 게임처럼 부하가 많은 작업을 할 때 고성능으로 작동하도록 만든 터라 발열이 많아지고 배터리 소모 속도도 빨라진다. 중요한 점은 처리 장치가 내뿜는 열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손가락에 전달되는 순간 게임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하는데, 게임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라면 이러한 발열 구조에도 신경을 썼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해야 할 다른 일, 즉 메시징이나 각종 데이터 기반의 작업을 위해 배터리를 남겨야 하므로 오랫동안 게임만 즐기기 어려운 문제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분명 쉴드에서 남의 이야기다. 터치스크린과 처리 장치를 분리해 발열을 느낄 수 없고, 다른 작업 때문에 배터리를 아까워할 필요도 없다. 물론 쉴드도 열은 난다. 테그라4의 발열도 적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열이 나는 곳에 손을 대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것을 느낄 겨를도 없어 방해받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오직 안드로이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최적화된 하드웨어. 이러한 하드웨어의 등장은 그동안 몰랐던 안드로이드 게임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저 단순한 안드로이드 게임기로 취급받을 뻔한 쉴드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쉴드의 형태도 다른 안드로이드 장치보다 게임을 하는 데 적합한 것이 사실이다. 쉴드는 XBOX용 게임 패드에 5인치 터치스크린을 붙인 듯한 모양새다. 아날로그 스틱과 D 패드의 위치가 바뀌고 안드로이드 조작을 위해 몇 개의 버튼이 더 추가됐을 뿐 얼핏 보면 콘솔 게임기의 컨트롤러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 덮개 형태의 화면부는 게임을 하지 않을 땐 컨트롤러를 완전히 덮을 수 있고, 게임을 하기 위해 열었을 땐 180도 수평으로 펴진다. 게임을 하기 좋은 각도로 조절할 수 있다.

물론 쉴드에서 모든 안드로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안드로이드 게임이 쉴드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쉴드를 지원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그래픽, 다른 하나는 컨트롤러다. 엔비디아는 테그라의 그래픽 성능과 품질에 더 초점을 맞추어 왔지만, 이는 PC 업계는 몰라도 안드로이드 표준이 아닌 까닭에 게임 업계의 참여가 많은 편은 아니다. 다만 테그라에서 즐기는 THD 게임의 품질은 매우 뛰어난 것은 분명한 것은 느껴지고 테그라 그래픽을 살리는 게임도 점점 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쉴드 컨트롤러는 앞으로 엔비디아 더 많은 게임사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화면을 직접 터치해야 하는 몇몇 캐주얼 게임을 제외하고 레이싱이나 3D 액션 게임 등은 쉴드의 조작 장치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쉽기 때문이다. 쉴드 컨트롤러를 쓸 수 있는 게임이 많이 부족한 편인 것을 감안하면 이와 관련한 기술적 도움을 좀더 넓히는 엔비디아의 행동이 필요하다.

테그라 그래픽과 지금 테그라 그래픽과 쉴드를 동시에 지원하는 게임은 대략 40가지. 이 가운데 블러드 소울이나 좀비 드라이버, 익스펜더블 리암드, 리얼 복싱, 립타이드 GP2, 칸두잇 HD 같은 게임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즐기는 것과 다른 재미를 갖고 있다. 하나 또는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과 버튼을 누르며 화면 속의 다양한 변화를 맛볼 수 있는 점을 보면 쉴드가 휴대 게임기의 특징을 놓치지 않고 있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쉴드 전용 게임 외에 쉴드의 컨트롤러를 써먹을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마 고전 게이머들에게 쉴드는 거의 완벽한 휴대용 오락실로 환영받을 것이다. 안드로이드에서 작동하는 여러 에뮬레이터를 설치한 뒤 조금은 귀찮지만 컨트롤러 설정만 끝내면 방향 버튼과 좌우 트리거를 제외한 6개의 게임 버튼으로 거의 완벽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비록 쉴드를 지원하는 전용 게임이 부족하지만 당분간 이 게임으로 지루함은 날릴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개방된 다양성을 수용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설정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쉴드의 특징 중 하나다.

화면을 보며 컨트롤러로 게임을 즐기는 재미가 매우 좋지만, 풍부한 소리의 외장 스피커 품질도 제법이다. 또한 HDMI 케이블로 대형 TV에서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고 외부 출력에서 생길 수 있는 지연 현상도 없다. 단지 720P 해상도의 5인치 화면을 미러링 하는 터라 풀HD 모드는 아니다. 한 가지 문제는 엔비디아 쉴드를 한국어로 설정한 뒤 쉴드 인터페이스의 게임 설명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점이다. 아직 국내 출시를 하지 않는 장치여서 한글 지원은 미비한 모양인데 개선은 필요하다.

엔비디아 쉴드 리뷰, 쉴드의 특징, 쉴드의 장단점
한국어 모드로 설정하면 쉴드의 게임 안내 화면이 깨진다
쉴드는 엔비디아가 직접 생산, 판매하는 휴대 게임기다. 칩셋 제조사가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판매하는 것에 우려가 많았으나 초기 반응은 의외로 좋다. 국내 판매는 미정. 하지만 지난 컴퓨텍스에서 만난 엔비디아 코리아 관계자로부터 국내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은 바 있기 때문에 국내 출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게임 환경이 다른 만큼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렵지만, 출시 가능성을 떠나 높은 완성도 만으로도 안드로이드 게임 세계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태블릿을 위한 심심풀이로 치부되는 안드로이드 게임의 가치를 다시 한번 보게 만드는 진정한 능력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쉴드의 의미는 충분하다. 언제나 알맹이 없는 메시지만 던지던 엔비디아. 그러나 쉴드만큼은 다르다. 이런 예상치 못한 명작은 그래서 너무 반갑다.  

덧붙임 #

PC와 연동하는 플레이피씨 기능에 대한 평가는 좀더 테스트한 뒤 공유할 예정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8 Comments

  1. 2013년 8월 17일
    Reply

    상당히 묵직해 보이네요~ 안드로이드 기반이라면 에뮬같은것도 구동이 되겠네요~~!
    나중에 크롬캐스트를 이용해서 TV와 무선으로 연동이 된다면 대화면에서 더욱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네요 🙂

    • 칫솔
      2013년 8월 17일
      Reply

      네. 묵직하고 에뮬도 모두 작동하지만 버튼 설정은 따로 해줘야 게임을 즐기기 좋더라고요. 아참, 무선 디스플레이도 지원합니다. 지연 현상이 있어서 지금은 무선보다 유선으로 하는 게 좀더 편한 듯해요~

  2. 나래의귀환
    2013년 8월 18일
    Reply

    요놈 아주 예의주시 하고 있는데요
    상당히 관심가는 녀석입니다..

    • 칫솔
      2013년 8월 18일
      Reply

      정말 주변에도 기대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그 관심을 엔비디아에서 알아야 할텐데 말이지요. ^^

  3. 2013년 8월 29일
    Reply

    음마야~ 괴작이 될 것이라던 생각을 뛰어넘는데요? -0-;;
    정통 RPG 같은거 오래하기에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ㄷㄷㄷ

    • 칫솔
      2013년 8월 31일
      Reply

      게임은 역시 게임기에서 해야지요. 엔비디아가 장사를 잘 못하는 게 문제지 제품은 아주 좋습니다. ^^

  4. dsfsdf
    2013년 12월 27일
    Reply

    좋아보입니다.
    좀더 분발하면,psp 아니 ps4나 xbox보다 더 좋아질수있을것같네요
    좋은 게임만 나와준다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휴대하기도 편하고 좋다고 봅니다.

    • 칫솔
      2014년 1월 2일
      Reply

      그 좋은 게임이 문제긴 하지만 플랫폼이 다른 이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면에서는 상당히 좋고 발전 가능성도 있어 보이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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