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디바이스 시대, 음성 통화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이 글은 지난 해 12월 13일 스마트 초이스에 기고했던 글이다. 그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2개의 이통사에서 웨어러블 요금제를 내놨다. 하지만 웨어러블 요금제들은 데이터 셰어링의 개념을 적용하는 부가적 서비스로 접근하고 있다. 나는 통화와 관련된 기능만큼은 절대로 부가적 옵션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라도 통신을 쓸 수 있는 보편적 역무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통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하나 뿐이다. 일부 자사 고객을 위한 꼼수로 활용치 말아달라.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데이터를 소비하는 법을 익혔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그저 신기하기만 하던 데이터의 이용 경험들에 익숙해지면서 일상을 얼마나 이롭게 바뀌었는지도 배웠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제 데이터를 소비하는 방법이 단순히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 단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장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태블릿과 카메라가 그랬고 시계를 비롯한 다양한 웨어러블 장치의 발전을 이끌어낸 것도 이러한 데이터 소비에 따른 경험의 발전과 무관하진 않다. 때문에 여러 스마트 장치를 번갈아 가며 쓰는 멀티 디바이스 시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데이터가 중심인 장치들을 쓰더라도 바뀌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음성 통화다. 스마트 장치의 보급으로 인해 데이터는 폭증하고 음성 통화는 상대적인 감소세를 보인다고 하나 여전히 중요한 소통의 방법까지 완전히 버리려는 이용자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통신을 이용하는 경험의 비중이 조금 옮겨진 것일 뿐 없애도 좋다고 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음성 통화가 중요한 것은 분명한데, 이를 대하는 이통사의 자세는 미래보다 과거의 경험에 너무 집착한 듯한 느낌이다. 즉, 통화가 가능한 장치와 통화가 불가능한 장치로 갈라야 한다는 고정된 의식이 아직도 그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이용자 손에, 손목에, 눈에, 귀에, 가방에 수많은 장치를 차고 걸고 넣어 다니고 있지만, 이들 중 음성 통화가 가능한 장치는 소수에 불과한 것이다.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장치의 음성 통화 기능은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아니며, 최근에 음성 통화를 제거한 태블릿을 내놓으면서 점점 기능을 줄이고 있다.

이처럼 음성 통화를 다양한 장치에 반영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이통사에 근무하는 여러 지인들과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 보니 몇 가지 공통된 대답이 돌아온다. “이용자가 통화 기능을 원하지 않는다”거나 “그런 기능은 제조사가 알아서 넣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선다는 점이다. 물론 그 의견도 틀린 것은 아니다. 통화 기능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실험을 거쳐야 하고 관련 비용의 상승을 초래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제품을 살 때 더 비싸게 사는 일이 생긴다. 이런 일은 결국 제조사와 이통사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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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가 가능한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장치인 기어S. 이통사들은 온전한 음성 통화를 제공하지 않으며 일부 가입자에게만 이 장치의 기능을 쓸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가 비용의 문제를 떠나 곰곰이 생각해볼 게 하나 있다. 이곳에서 이동통신 서비스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를 누누이 해왔는데, 이 문제도 이통사가 지켜야 할 이동통신 서비스 가치의 관점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이통사는 지금까지 이용자에게 무선 전파를 이용한 음성 통화나 데이터 통신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해왔다. 이 말은 곧 이용자가 만족하는 뛰어난 통화 품질의 이통통신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할 의무가 이통사에게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장치에 따라서 통화를 제한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 오히려 보편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용자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모든 장치에서 통화를 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되도록 많은 장치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쓸 수 있게 해야 할 의무가 이통사에게 있는 셈이지만, 지금은 보편적 서비스 관점보다 서비스 통제의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통신 서비스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단순히 다양한 장치에서 통화 기능을 넣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닐 것이다. 장치에 통신 모듈을 넣고 통화 기능을 살리면 그만이라서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다양한 장치를 쓰더라도 그것이 여러 개의 이통통신 서비스를 가입해야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서비스로 이 장치를 모두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절대로 요금제와 관련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용자가 많은 이들과 소통하는 단 하나의 전화번호를 여러 장치에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나의 전화번호를 여러 장치에서 쓴다는 말은 동시에 그 전화번호를 모든 장치에서 쓰자는 것이 아니다. 여러 장치가 하나의 전화번호를 공유하되 통화는 단 하나의 장치만 하는 것이다. 이용자가 통화를 원하는 장치에서 전화번호의 통제권을 가지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인 것이다.

이것은 지금 시점에서 크게 부각될 이유는 없지만, 스마트폰은 물론 통신 모듈이 탑재되는 태블릿이나 각종 웨어러블 장치가 점점 늘어나면 이에 대한 고민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웨어러블 장치의 등장은 앞으로 스마트폰을 손에 들지 않고도 어떤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갖고 있다. 즉, 스마트폰을 전혀 쓰지 않는 상황은 나오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이 거추장스러워 할 때가 올지 모른다. 그 때 통화를 위해 유일하게 필요한 스마트폰은 당연히 불편한 장치가 될 수밖에 없고, 그 장치에 얽매인 음성 통화 서비스만 써야 하는 이용자들은 이통사를 향해 그 불만을 터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예측 가능한 통신 서비스의 불만을 줄이려면 이용자가 통화를 위한 통제권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이통사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데이터를 나눠 쓰기 위한 OPMD(One Person Multi Device) 같은 방식처럼 여러 장치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 아닌, 이용자가 통화하려는 장치에만 권한을 갖도록 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히 장치의 기능으로 해결할 수 없고 반드시 통신 시스템과 연계되어야만 가능한 서비스이다. 이통사가 주도적으로 이용자 경험을 예측하고 시스템을 개발해야만 쓸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보안의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기술적인 해결책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이용자가 얼마나 손쉽게 통화의 권한을 가져올 수 있으며, 얼마나 많은 단말에 그와 같은 기능을 부여할 것인가 같은 여러 고민 거리들이 있다. 이것이 귀찮은 문제일 수도 있으나 이통통신 서비스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통사가 좋은 품질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는 것과 이용자가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보편적인 이동통신 서비스를 쓰는 것은 서로 별개로 볼 게 아니라 공통 분모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다양한 장치를 쓰게 될 이용자를 생각하고 움직이는 이통사의 바람직한 모습이며, 미래의 음성 통화에 대한 경험을 확장하는 또 다른 길이 될지도 모른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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