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대 옵티머스보다 LG에게 중요한 것

얼마 전부터 제품이나 기술 발표회를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2주 전에 열렸던 인텔 개발자 포럼은 물론 마이크소프트의 MIX나 CES, IFA, E3 같은 대규모 행사의 기조 연설 등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것을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세계 곳곳에 깔리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으로 인해 이제 직접 현장을 찾지 않아도 몇몇 중요한 소식들을 안방에서 직접 보고 들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대규모 행사 외에도 기업 제품 발표회 역시 인터넷 생중계로 열리는 시대입니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발표할 때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넓은 장소나 제품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독특한 곳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이러한 관례마저 깨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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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 LG도 인터넷을 통해 의미있는 제품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옵티머스 원(Optimus One)과 옵티머스 쉬크(Optimus Chic)라는 두 개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제품 발표회(Digital Press Conference)를 인터넷을 통해서 진행했습니다. 방송인 리사 켈리의 사회로 진행된 이 방송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든 나라에서 볼 수 있었죠. 영어로 진행되었던 터라 외국에서 방송을 한 게 아니냐는 분도 있는데, 상암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생중계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발표회가 흥미로운 점은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셜 네트워크를 접목한 부분입니다. 트위터로 행사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치우친 다른 발표회와 다르게 트위터를 통해 받은 질문을 스크린에 띄운 뒤 방송을 통해 답변하는 등 좀더 적극적으로 SNS를 이용하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했을 수도 있지만,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터라 의외로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파트2는 이쪽에서 -> http://www.youtube.com/watch?v=5XZ06h0P0yA


그런데 신선하게 느꼈던 발표 형식과 별개로 이날 옵티머스 원과 쉬크에 대해서는 꺼림칙한 게 있었습니다. 이 디지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답변자로 나섰던 안승권 사장이 세계 120개 파트너를 통해 1천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잡았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죠. 뭐, 이러한 목표를 잡은 것까지 따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런 결과도 기업에게는 매우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그 뒤에 나온 J.D.파워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와 겹쳐서 보면 이 목표를 이루는 게 중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LG는 J.D.파워의 2010년 하반기 휴대폰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4회 연속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사용성, 디자인, 기능에서 별 5개 만점을 받아 총점 731점으로 이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죠. LG도 이 점을 부각시켜 보도자료로 배포했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알릴 만한 이야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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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J.D.파워는 휴대폰과 별개로 스마트폰의 고객만족도 조사도 공개했습니다. 이 결과에서 LG 스마트폰은 순위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고객 만족도를 얻지 못할 만큼 제품을 팔지 못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LG가 북미 시장에 제품을 내놓지 않은 상황도 아닌 것을 보면 만족도를 따질 만큼 제대로 된 제품이 있었는지 궁금해 지는 부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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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파워의 고객만족도 조사를 본 뒤에 옵티머스 원과 쉬크의 1천만 대 목표가 더 공허하게 다가오는 듯 합니다. 옵티머스 원과 쉬크의 제품 발표회에 나온 제원과 기능을 봤을 때 ‘정말 1천만 대를 목표로 삼을 만한 제품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 제품력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지요. 구글의 모든 서비스를 잘 쓸 수 있는 가장 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는 게 경쟁력이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내년도 스마트폰 만족도에 오를 것 같지 않은 게 솔직한 생각입니다.


물론 J.D.파워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가 뛰어난 스마트폰을 가려내는 절대 척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소비자로부터 평가를 할만한 제품이 되었는지 그 수준을 가늠할 잣대 정도는 되겠지요. 하지만 수준이 조금 좋아졌다고 해도 그저그런 제품으로 평가를 받는다면 1천만 대 판매 목표를 달성해도 자랑삼아 이야기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옵티머스 원과 쉬크를 1천만 대 이상 팔겠다는 그 목표.
저는 이렇게 수정되기를 바랍니다.


“모든 나라의 소비자 만족도에서 1위를 하겠습니다!”라고.


덧붙임 #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라는 말은 LG 뿐만 아니라 언제나 판매 대수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모든 기업에게 하고픈 이야기입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9 Comments

  1. 2010년 9월 27일
    Reply

    음.. LG휴대폰…
    사실 지금껏 한번도 써본 적이 없기에…
    그리고 앞으로도 써 볼 마음이 없고…
    그게 가장 큰 문제인 거 같습니다 ㅜㅜ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저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ㄷㄷㄷ

    • 칫솔
      2010년 9월 28일
      Reply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아야 할텐데 말이죠. 걱정이에요.

  2. 2010년 9월 27일
    Reply

    소비자만족도를 높인다 이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맨날 목표대수만 보다가…ㅎㅎ
    칫솔님 오늘도 좋은정보 잘 보고 갑니다^^

    • 칫솔
      2010년 9월 28일
      Reply

      목표를 정하는 것도 좋지만, 정말 좋은 제품이라면 그 목표를 더 뛰어넘겠죠. ^^

  3. 2010년 9월 27일
    Reply

    어제 일본 방송에서 엘쥐 소개하던데~~
    오~~~
    좋습니다~~

    • 칫솔
      2010년 9월 28일
      Reply

      어으.. 일본에 갔을 때 LG, 삼성 하나도 못봤는데.. 방송에도 나왔군요. ^^

  4. 2010년 9월 27일
    Reply

    sns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몇개월전에 포스팅한 스마트폰에 관한 댓글이 지금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반인들은 스마트폰이 뭔지 이제서야
    알아보는 추세더군요.
    엘지에서 sns를 다룬 부분은 잘 한것 같습니다.

    • 칫솔
      2010년 9월 28일
      Reply

      확실히 실시간으로 SNS를 접목해서 발표하고 보니 차별화가 된 것 같더라구요. 다음 발표회도 기대됩니다~

  5. 2010년 9월 28일
    Reply

    소비자 만족도를 높히는 것은 모든 기업이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 칫솔
      2010년 9월 28일
      Reply

      그렇긴 한데, 실제로 만족도를 높이는 제품이 안나온다는 게 참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6. 2010년 9월 28일
    Reply

    디지털, 스마트, 소셜 미디어라는 용어는 이제 ‘클리셰(Cliché)’의 예로 위키피디아에 올라도 좋을만큼 최근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회자한 빈도는 높지만, 이를 제대로 잘 활용하는 사례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저희 LG전자 MC사업본부는 최근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모두 접목한 매우 뜻깊은 행사를 치렀습니다. LG전자가 야심 차게 선보이는 ‘옵티머스 원(Optimus One)’과 ‘옵티머스 시크(Optimu..

  7. 하노의
    2010년 9월 29일
    Reply

    lg의 문제는 타이틀이 없다는점 같네요.. 협상력부족에, 정말 little girl 이 되는거 같은…ㅠㅠ
    생각은 좋으나 생각이 한참 늦게 나오는듯한 인상입니다..아니면 너무 앞서가거나..

    잡설이고 여튼 제대로된 포지셔닝이 나오지 않는거 같습니다..핀트가 어긋난 느낌
    예전에도 말씀드렸듯이…좀 실망하네요 이젠..

    • 칫솔
      2010년 9월 30일
      Reply

      포지셔닝을 잡는 것은 중요한데, 요즘 LG가 혼란기에 접어들어 정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예전의 이름 값을 언제나 찾아올 지 모르겠어요. ^^

  8. 2010년 10월 2일
    Reply

    소비자 만족도.. 중요한 이야기죠. 팔고 나면 끝이나는 판매대수보다는 쓰고 만족하게 만들면 그 다음은 또 산다는거… 이걸 명심해야되니까요^^

    • 칫솔
      2010년 10월 2일
      Reply

      이번 인사 이동이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되기를 바랄 뿐이랍니다… ^^;

  9. 2010년 10월 2일
    Reply

    만족도는 커스터마이징과 기본스펙이 된다면 사용자가 알아서 만족도를 올려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만
    국내에서는 일단 요금제 부터가 안티가 되서.. 힘들지 않을까 봅니다.

    일단 통신사들이 제대로 된 요금제 부터 좀 냈으면 좋겠어요.
    결국에는 어떤 요금제를 선택하던 얼마정도의 요금 하한선이 딱 보이니..

    • 칫솔
      2010년 10월 2일
      Reply

      통신사들은 아마 지금의 요금제가 어느 정도 안정적이라고 볼 겁니다. 누군가 또 흔들지 않는 한 당분간 이 요금제가 유지되겠죠. ^^

  10. 2010년 10월 5일
    Reply

    흠 약간의 무리水.? 같은….

    • 칫솔
      2010년 10월 5일
      Reply

      일단 어떻게 갈지 두고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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