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AMD의 안드로이드 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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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과 AMD는 차지하고 있는 파이의 크기는 다르지만 어쨌거나 전통적인 PC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일반 소비자 또는 기업용 PC와 노트북들은 대부분 이들의 프로세서들이 작업을 처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필요에 따라 더 쉽고 편하면서 비용 소모가 적은 쪽으로 작업 환경을 바꾸어 왔고, 이것은 인텔이나 AMD의 전통적인 PC용 프로세서를 쓰는 제품을 기피하게 만드는 가장 위협적인 배경 요인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모바일의 급부상도 그런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인텔과 AMD가 모바일에 대한 반격 대신 수용을 택했다. 어차피 대세가 된 모바일에 저항해봤자 얻을 것도 없기 때문에 전통적인 PC의 개념을 무리하게 바꾸기보다 PC 안에서 모바일 환경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 중 하나가 윈도 환경에서 안드로이드 같은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를 쓰는 기능이다. 인텔이 CES에서 윈도와 안드로이드의 운영체제 전환을 쉽게 만드는 듀얼 OS를 선보인 반면 AMD는 블루스택(BlueStacks)과 꾸준하게 협력하며 윈도 환경에서 안드로이드 응용 프로그램을 쓸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인텔과 AMD가 윈도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동시에 구현하는 것에는 약간 차이는 있다. 인텔 듀얼 OS는 윈도와 안드로이드가 각각 독립적으로 실행되는 방식이다. 반면 AMD는 윈도 안에서 안드로이드의 응용 프로그램을 에뮬레이션 방식으로 실행한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른 기술 방식인 만큼 이용자 경험 측면에서 다를 것은 분명하지만, 이 둘의 지향점은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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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듀얼 OS 기능을 탑재한 에이수스의 듀엣 TD300
사실 PC 환경에서 굳이 모바일 응용 프로그램을 다뤄야 할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PC와 모바일은 환경이나 경험적으로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PC나 모바일의 접점이 있는 제품군이라면 달리 볼 필요도 있다. 작아진 PC와 커지는 모바일 제품 사이에 있는, 아마 큰 화면의 태블릿이 그런 시장인데 이 부분이 애매하다. 이용자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아마도 가장 큰 흐름을 갖춘 시장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둘을 다 취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는 하나를 버릴 가능성이 높다면 기존 PC 시장은 더 빨리 수명을 단축하게 될 수도 있다. 아직 모바일 시장에 착륙하지 못한 인텔과 AMD는 그 수명 단축을 막을 수는 없어도 준비를 마칠 시기까지 진행을 늦출 필요는 있다. PC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윈도 태블릿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모바일 환경까지 아우르는 것으로 적어도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이용자의 고민을 덜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한 예는 이미 7년 전에도 있었다. 애플이 2006년 맥용 프로세서를 파워 PC 대신 인텔 프로세서로 바꾸면서 한 가지 의미 있는 기능을 더했다. 맥과 맥북의 핵심 처리 장치를 인텔 프로세서로 바꾼 때문에 모든 구성이 일반 PC와 똑같아진 터라 부트 캠프(boot camp)를 통해 윈도를 쓸 수 있도록 했다. 2006년 베타로 시작해 2007년 2.0부터 정식 기능으로 선보인 부트 캠프는 하드디스크의 공간 일부를 떼어 윈도를 설치할 수 있었고, 이용자는 맥 제품을 시작할 때 OS X와 윈도 중 시작할 운영체제를 선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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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 캠프의 등장으로 흥미로운 점은 맥 이용자들이 윈도 PC를 함께 사야 할 이유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OS X로도 많은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당시 더 많은 지배력을 가졌던 윈도가 필요한 이들조차 더 이상 윈도 머신을 추가로 사는 부담을 없앨 수 있던 것이다. 물론 윈도와 함께 쓸 수 있는 맥 제품은 더 좋은 만듦새의 제품을 원하던 종전 윈도우 PC 이용자들을 솔깃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후 패러럴즈 같은 가상화 프로그램을 통해 맥 안에서 두 운영체제가 경계 없이 쓰이면서 여러 제품을 써야 하는 불편함을 줄인 것은 분명하다.


이와 같은 부트 캠프의 효과를 인텔 듀얼 OS나 AMD가 미는 블루스택 같은 방식에서 얻게 될지도 모른다. 인텔이나 AMD는 윈도를 지키고 싶은 게 아니라 기존 PC 이용자의 이탈을 막고자 하는 것이 이유라면 기대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인텔은 BYOD(Bring Your Own Device)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기업 시장에서 아직 안드로이드가 갖추지 못한 보안 문제를 보강하기 위한 것으로 이야기한다. 마치 안드로이드를 메인으로, 윈도를 보안을 위한 보조적 운영체제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앞으로의 시장성과 개발의 용이성으로 인해 인텔과 AMD가 안드로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PC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함께 쓰는 이용자들에게 두 환경을 갖춘 제품은 더욱 쉬운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은 부인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제조사들의 선택은 그 다음 넘어야 할 장벽으로 남아 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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