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윈도RT로도 PC시장 문턱 넘기 벅찬가?

ARM은 지속적으로 PC 시장의 문턱을 넘기 위한 도전을 계속해 왔다. ARM이 PC 시장을 넘봤던 데는 모바일과 임베디드 시장을 벗어나 더 넓은 소비재 시장을 확장하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PC보다 더 많이 팔리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PC는 개인 컴퓨팅 장치의 중심적 역할을 맡고 있었던 터라 꾸준히 PC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때문에 넷북이 큰 인기를 끌자 그와 유사한 스마트북 컨셉을 선보이기도 했고, 그 이전에도 꾸준하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스마트북은 말만 다를 뿐 ARM판 넷북이었던 셈이지만, 레노버와 같은 일부 제조사의 컨셉 제품을 제외하면 실제 출시는 거의 되지 않았다. 사실상 포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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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의 스카이라이트, 상용화 직전의 스마트북 중 하나였다.
그 뒤 ARM은 2년 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ARM 플랫폼을 위한 윈도를 개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제는 진짜 소원을 풀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을 지도 모른다. 운영체제, 특히 PC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윈도가 ARM 진영을 아우르기로 함으로써 숙원이나 다름 없던 PC 시장 진입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니 말이다.(인텔은 반대로 안드로이드 지원이 그들의 숙원을 풀어줄 거라 기대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ARM은 그런 기대감을 좀더 일찍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해 10월 새로운 윈도가 시장에 풀리는 것과 동시에 ARM용 윈도 RT를 채택한 윈도 RT 태블릿과 노트북이 몇몇 제조사로부터 나왔지만, 오늘의 반응은 미지근한 정도가 아니라 싸늘하게 식어버린 느낌마저 든다. 윈도RT의 대표 주자로 볼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RT은 올 1월까지 채 100만 대를 팔지 못했고, 초기 윈도RT를 만들 수 있도록 허가된 사업자 가운데 삼성은 유럽에서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을 이유로 아티브 탭을 미국 시장에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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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RT. 생각만큼 많이 팔리진 않고 있다.
물론 HTC나 노키아는 윈도 RT 진영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제조사가 있다는 사실과 아직 성장 동력을 완전히 잃은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 윈도 RT가 낯선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 초기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어서다. 다만 윈도 RT가 PC의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기에는 이용자의 욕구 충족 실패와 열악한 구동 환경 문제가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 문제점들을 짚어 보자. 일단 이용자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한 부분은 윈도 RT를 채택한 태블릿 PC의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다는 점이다. 물론 여느 PC보다는 싸지만 더 싼 윈도 태블릿을 바랐던 이들의 기대만큼은 아니다. MS의 서피스 RT가 499달러(세금 별로)에 나오긴 했으나 다른 제조사의 윈도 RT 장치들은 이 가격에 맞추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이 정도 제원과 성능이면 굳이 윈도 RT를 써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가격적 저항은 모든 제품에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윈도 RT 태블릿 PC의 문제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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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RT 장치에 아이팟을 연결하면 이 형식의 장치를 인식할 수 없어 재생하지 못하는 오류를 출력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동안 PC에서 이용했던 주변장치와 소프트웨어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윈도 RT가 데스크탑 모드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외부 장치를 연결했을 때 드라이버가 호환되지 않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이팟과 같은 장치를 윈도 RT 장치와 일반 윈도8 태블릿에 연결했을 때 윈도 RT 장치에서는 드라이버를 찾을 수 없어 아이튠을 실행하지 못하는 반면, 윈도8 태블릿 PC는 곧바로 아이튠을 띄워서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다. 물론 아이튠 역시 윈도 RT에서 실행할 수 없다. 현 시점에서 윈도 RT는 윈도8과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주변 장치의 연결이나 소프트웨어 이용 면에서 PC와 같은 사용성을 갖고 있지 못하는 탓에 PC의 대안 장치 역할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ARM이 바라는 유형의 하드웨어와 운영체제가 나왔음에도 기존 PC를 통해 쌓여진 높은 장벽을 아직 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주변 장치와 소프트웨어 호환성은 일찍이 지적된 사항이지만, 제품 출시 이후 현실에서는 그것이 분명한 장애로 나타난 셈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 장애를 극복할 가능성은 보일까? 당분간 그 가능성을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윈도RT의 보급이 늘어야 주변 장치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환경 개선에 나설 수 있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수월한 상황은 아닌 탓이다. 앞서 말한 대로 시장 상황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제조사는 출시를 미루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파편화를 막기 위해 통제를 강화하느라 제조사를 쉽게 늘리지도 못하고 핵심 AP의 수를 제한하느라 경쟁과 발전을 막고 있다. 소비자가 고를 만한 제품은 없고 값은 만만치 않은 데다 PC처럼 쉽게 돌지도 않으니 난감하다. 윈도RT가 PC시장의 문턱을 넘게 해줄 구세주가 될 것이라 믿었을 ARM 진영에게 애석하지만 또 한번의 좌절을 맛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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