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 2014, ‘갈지자 횡보’ 윈도 전략 멈추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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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각으로 4월3일 자정을 넘겨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개발자 행사인 빌드 2014는 눈여겨 볼 수많은 소식을 쏟아냈지만, 소셜 네트워크의 타임라인은 너무도 조용했다. MS에게 이런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은 지 몇년이 흐르긴 했지만, 선장이 바뀌고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나온 순간에도 싸늘한 반응은 어쩌면 MS가 서둘러 극복해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날 MS는 수많은 서비스와 새로운 상품과 전략을 개발자들에게 공개했다. 모두 하나하나 의미가 있는 시도였지만, 무엇보다 의미 있는 사실은 ‘윈도 통합’의 관점과 이용자 지향적 관점으로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물론 이 메시지는 현장에 있는 개발자에게만 던진 것이 아니라 관련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와 그 제품을 쓰는 이용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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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개인비서 코타나 시연 모습. 빠른 응답성이 눈길을 끈다.

MS는 빌드 2014에서 여러 외신이 예상한 대로 윈도폰 8.1과 개인 비서 코타나, 윈도 8.1 업데이트 등이 소개됐고, 더불어 XBOX One과 다이렉트X 12, 오피스앱의 개발 환경, 그리고 윈도의 가격 전략이 공개됐다. 윈도 8.1의 달라진 기능과 개인비서 코타나의 놀라운 응답 능력, 돌아온 시작 버튼을 보았을 때 환호성(사실 가장 많은 환호성이 터져 나온 때는 참석자들에게 XBOX One과 500달러 MS스토어 상품권을 준다고 했을 때다)을 지르긴 했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이제야 MS가 ‘윈도’라는 가치를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 갈피를 잡은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간단하게 이날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윈도폰 8.1은 안드로이드폰처럼 상단바에서 끌어내리는 새로운 액션 센터와 다양한 잠금화면, 시작 화면의 배경 타일에 배경 이미지 넣기, 스카이프 통합, 좀더 빠른 스와이프 키보드, 기업 계정 삭제시 관련 앱 동시 삭제 같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또한 퀄컴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마이크로맥스와 프리티지오가 윈도폰 진영에 새롭게 가세했다. 코타나는 시리와 구글 나우 같은 음성 인식 비서지만, 클라우드 연동 없이 장치에서 직접 처리하고 장치에 있는 데이터를 장치 안에서 분석해 이용자에게 다음에 할 일을 제안한다. 검색은 MS의 빙(Bing)과 통합되어 있으며 어떤 개인 데이터도 MS 클라우드 서비스로 보내 처리하지 않는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11은 IE8 호환 모드를 넣어 오래 전에 구축된 웹서비스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강화했다. MS는 이용자가 윈도 스토어에서 윈도폰과 윈도8용 앱 중 하나만 구매하더라도 두 계정을 연동해 쓰는 PC와 스마트폰 양쪽에서 해당 앱을 추가 구매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윈도 8.1 업데이트는 앞서 미리 보기 글에서 소개했던 것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지만 시작 화면과 통합한 개선된 시작 버튼을 보여주는 것으로 큰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다만 이 시작 버튼은 4월 8일 업데이트에 앞서 먼저 공개된 MSDN 판에는 적용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인터넷과 연결성을 가진 소규모 처리 시스템을 겨냥한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용 윈도(Windows for IoT) 버전도 이날 처음 시연했다. MS는 9인치 이하 화면을 가진 장치에서 윈도폰 OS와 윈도를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선언했고, IoT용 윈도 역시 무료로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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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의 중요한 소식만 요약해 정리했으나 사실 하나씩 들여다보면 훨씬 더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기에 솔직히 이 요약본으로는 모든 내용을 전한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좀더 멀리 떨어져서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면 그동안 화면 환경에 따라 개별적으로 나눠 놓았던 것을 하나의 경험으로 통일하고 그것을 산업적으로 좀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종전 MS 제품이나 서비스는 화면의 크기가 다른 디지털 장치마다 다른 환경을 추구했다. 이러한 다른 환경을 통합할 수 있는 적임으로 클라우드를 손꼽았던 그들이다. 하지만 이번 빌드는 어떤 화면의 장치를 갖고 있든 모두 ‘윈도’라는 단일 경험으로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려고 애쓴 인상이 짙다. 과거 윈도는 PC용 운영체제를 의미했지만, 모바일과 PC, 가정용 장치, 그리고 사물 인터넷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용어로써 확대하고 개발자에게 그 단일 환경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개발자는 하나의 개발 도구 안에서 모든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을 생산할 수 있고, 이용자 역시 하나의 응용 프로그램을 구입해 여러 환경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모바일과 PC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이용 범주로 묶고 고화질 게임처럼 PC와 콘솔 게임기의 공통 분모를 함께 적용해 결국 하나의 코드가 어떤 환경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것이 이번 빌드가 말하려한 메시지로 보인다.

이것은 앞서 MS가 하고 싶은 것을 대부분 내려 놓았다는 말이지만, 앞으로 윈도가 탑재된 장치를 만드는 제조사들이나 이용자들도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제품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성격이 다른 각 장치들이 따로 제작하고 따로 구매해 썼다면 앞으로는 이 장치들을 마치 단일 군집으로 통합한 제품과 이용 경험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다. 이번 빌드는 그런 환경을 위한 밑거름이 되려는 의지 하나만큼은 분명하게 보여준 듯했다. 하지만 제조사와 이용자의 판단은 아직 알 수 없다. 이런 메시지에 약한 반응은 아직 많은 의구심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MS가 해온 갈지자 횡보를 보면 이런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이제 제조사와 이용자가 갖고 있는 수많은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더 확실한 움직임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 Comments

  1. 2014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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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용 윈도(Windows for IoT) 버전’이 아니라,
    ‘사물 인터넷용 윈도(Windows for IoT) 버전’이 맞는 표현같은데요 ㅋㅋㅋ

  2. 201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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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모로 놀라운 소식이 많았던 행사였습니다. 다음 번 운영체제 업데이트도 기대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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