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마지막 모바일 전략, ‘셀룰러 PC'(Cellular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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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해마다 WinHEC라는 하드웨어 컨퍼런스를 연다. 개발자들에게 서비스나 응용 프로그램의 개발 동기를 부여하는 빌드처럼 윈도 기반 하드웨어를 만드는 제조사들이 이 생태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협력을 강화하는 행사다. 일반적인 공개 행사가 아닌 만큼 WinHEC의 정보는 제한적으로 나오지만, 연말에 열리는 파트너 대회라는 점에서 이듬 해 하드웨어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도 중국 선전에서 진행된 WinHEC에서 MS는 PC를 좀더 현대화된 하드웨어로 진화시키기 위한 두 가지 주제를 내걸었다. 하나는 실제와 가상 현실을 섞은 홀로렌즈 같은 복합 현실 하드웨어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가 ARM 프로세서에서 구동되는 윈도 10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대부분은 복합 현실보다 ARM에서 실행되는 윈도 10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ARM 프로세서에서 윈도를 실행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소식은 아닐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흑역사 중에 그런 시도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ARM 기반 서피스의 태블릿의 탄생과 동시에 ‘윈도 RT’라는 ARM 전용 32비트 윈도의 기록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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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 기록에서 보면 이번 발표는 두 번째 시도인 셈이지만, 과거 윈도 RT와 다른 부분이 있다. PC용 윈도에서 실행했던 데스크톱 응용 프로그램을 64비트 ARM 기반 하드웨어에서 실행하는 점이다. 이를 테면 어도비의 이미지 편집 도구나 MS의 오피스, 게임처럼 데스크톱 모드에서 실행되는 윈도 프로그램을 따로 ARM에 맞춰 컴파일하지 않고 윈도 10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장치에서 그대로 실행하고 다룰 수 있다는 의미다.

윈도 8과 함께 발표했던 윈도 RT는 거의 모든 인터페이스가 윈도 8의 모던 UI와 비슷했음에도 데스크톱 모드가 없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ARM 용으로 컴파일한 기본 프로그램 이외에는 쓸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인텔, AMD의 PC용 프로세서와 모바일에서 쓰는 ARM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명령을 처리하도록 설계된 까닭에 윈도에서 작성한 프로그램의 호환성이 없었던 것이다.

그 뒤 MS는 윈도 10을 출시하는 것과 아울러 하나의 코드로 모바일부터 PC, 복합 현실까지 실행할 수 있는 유니버설 윈도 플랫폼(UWP) 환경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다. 윈도 10을 얹은 어떤 하드웨어라도 UWP 앱을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UWP 전환은 현재 진행형일 뿐 여전히 수많은 프로그램이 데스크톱 환경에서 실행 중이다. 특히 기업용 관리 프로그램들은 UWP로 전환을 미루는 상황이다. 이것은 다른 영역의 윈도에서 항상 응용 프로그램의 숫자와 호환성이라는 단점으로 지적됐다. MS가 WinHEC에서 윈도 10에 x86 에뮬레이션을 얹은 것을 발표한 데는 유니버설 윈도 플랫폼으로 전환을 미루고 있는 데스크톱 프로그램의 호환성으로 인해 윈도 10 하드웨어의 선택을 미루지 않도록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MS가 ARM에서 데스크톱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윈도 10을 공개하는 동시에 셀룰러 PC(Celluar PC)라는 폼팩터를 함께 내놓은 것도 그 이유다. 하나의 기지국이 포괄하는 지역(Cell) 안에서 작동하는 휴대폰(Cellular Phone)처럼 망에 연결되어 있는 PC를 의미한다. 다만 그 형태가 스마트폰인지, 태블릿 형태인지, 투인원 PC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모두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MS는 그냥 항상 무선 랜이나 이동통신 망에 연결된 PC라는 의미만 전했다. 적어도 무선 랜만 접속하는 PC와 달리 지금이라도 이동통신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하드웨어와 운영체제의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정도다.

MS는 셀룰러 PC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내놨다. 일단 지금처럼 심카드를 꽂는 형태가 아니라 전자적으로 이통서비스를 활성화하는 e심(eSIM) 기술을 내장하는 것이다. 셀룰러 PC 이용자는 해당 하드웨어를 이통사에서 개통하는 게 아니라 윈도 스토어에서 데이터 플랜을 구매하는 것만으로 e심을 활성화할 수 있다. MS가 이통사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판매 중개를 하고 관리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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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종전 x86 프로세서 기반으로 통신과 연결되는 PC를 만드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 해도 항상 이동통신에 접속해 있는 것은 항상 망에 연결되어 있는 그 점으로 인해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전원을 끄지도 않고 이동통신망과 끊어짐 없이 데이터를 소비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효율성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PC용 프로세서들은 상대적으로 열세다. 전원을 끄지 않을 때의 대기 전력의 효율성이나 데이터망과 통신할 때의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 x86 프로세서의 강점이 없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ARM쪽이 더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ARM 아키텍처 기반의 하드웨어는 앞서 말한대로 데스크톱의 호환성의 문제로 인해 선택을 하지 않았던 뼈아픈 기억이 남아 있다. 때문에 MS는 전력 효율성이 더 좋고 항상 망과 연결된 셀룰러 PC의 진화를 위해 ARM 아키텍처에서 데스크톱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MS가 모바일 시장에서 고전한 이유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드웨어 전략이었다는 점을 보면 이번 데스크톱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셀룰러 PC의 전략도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셀룰러 PC가 ARM 기반 제품이라고 하나 스마트폰 초기 윈도폰7을 내놓을 때와 마찬가지로 퀄컴을 첫 파트너로 맞이한 것이다. MS는 스마트폰 제조사의 자유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앞서 출시했던 윈도폰에서 제품 관리를 위해 프로세서를 강하게 통제했는데, 이번에도 그 전략은 유지하는 모양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종전 윈도폰은 싸게 출시하기 위한 부분에 초점을 맞춘 반면, 셀룰러 PC는 고성능을 요구하고 있어 2017년에 출시하는 퀄컴 스냅드래곤 835가 첫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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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데스크톱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이 강점이라도 해도 기업용 시장에서 요구하는 성능이 나올 것이냐는 점이다. 말 그대로 ARM 아키텍처로 작동하는 셀룰러 PC에서 데스크톱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방식이 에뮬레이션이기 때문에 전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64비트 ARM 아키텍처에서 32비트 x86 에뮬레이션만 가능해 32비트 윈도 프로그램만 실행할 수 있다. 아직까지 완벽한 에뮬레이션이라고 말하기 힘든데다, 그 성능에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려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를 쓰는 경험을 담은 셀룰러 PC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것이 MS의 현재 상황 때문이다. 여러 시장 조사 기관의 스마트폰 시장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본 MS는 안드로이드와 iOS에 밀려 스마트폰 시장에서 더 이상 1% 미만의 점유율로 시장 퇴출 직전까지 몰려 있다. 지금까지 MS는 다양한 방법으로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 했다. 자체적인 모바일 생태계 구축에 실패한 MS에게 그나마 남은 것은 PC 생태계를 모바일로 이전시키는 것뿐. 결국 PC의 경험이라는 남은 자산을 모두 쏟은 셀룰러 PC는 MS 모바일 전략의 최후일 수도 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 Comments

  1. 2016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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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로 모바일에서 참패한 인텔입장에서 PC까지 침략당하게 생겼군요..

    • 칫솔
      2016년 12월 15일
      Reply

      사실 이번 협력의 취약점이 여전하지만, 그보다 효율적인 면을 고려하면 말씀대로 인텔에게 불리한 부분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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