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없애려면 먼저 사라져야 할 세 가지

요즘 심심치 않게 PC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참 흥미로운 떡밥이지요. 이는 미래의 컴퓨팅 환경에 대한 다양한 상상의 시나리오를 쓰는 데 매우 좋은 주제입니다. 하지만 PC를 없애려면 먼저 사라져야 할 것이 있습니다.


1. 게임이 사라져야 한다


야동과 더불어 지금까지 컴퓨팅의 발전을 이끌어 온 것 중에 하나가 게임입니다. 게임은 하드웨어 기반 위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한, 정말 PC 분야에서 보기 드문 종합 엔터테인먼트지요. 과거나 지금이나 최신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PC를  업그레이드를 하려는 이들이 여전히 많을 정도로 게임은 PC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 배경이 무엇일까요? 게이머들이 원하는 재미가 때문일까요? 그런 면도 없진 않지만, 무엇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계의 욕심이 맨 먼저 반영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더 빠르고 더 실감나는 효과를 내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그 어느 분야보다 먼저 적용됩니다. 더 빠른 CPU, 더 강력한 그래픽 프로세서, 현실감을 살리는 다양한 그래픽과 사운드 효과 등을 보여주는 게임은 모든 컴퓨팅 기술의 집합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PC 업계의 기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PC 게임 만한 것도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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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게임은 모든 PC 환경을 주도합니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이를 이루는 소프트웨어 환경까지 말이죠. 게임을 즐기지 않더라도 게임을 위해 만들었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기술이 언젠가는 일반적인 PC 사용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러니 PC 게임이 먼저 사라져야 PC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PC는 이 세상에서 가장 대중적인 게임 플랫폼이 되었다는 사실이지요.


2. 드라이버가 없어져야 한다


드라이버는 PC를 쓰는 이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용어일겁니다. 무슨 장치를 하나만 설치하면 ‘드라이버를 깔아야 한다’는 것은 이제 알만한 상식이 됐으니까요. 프린터, 카메라, MP3 플레이어, 메모리 카드 리더, 스피커, 캘리브레이터, 그리고 키보드/마우스까지 모든 장치를 쓰려면 드라이버가 필요합니다. 각 장치의 드라이버를 까는 이유는 이 장치들로부터 데이터를 주고받거나 특정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지요. 드라이버를 통해 장치와 장치가 대화를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이버를 없애려면 장치와 장치가 대화를 좀더 쉽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연결 규격이 필요합니다. 애초에 드라이버라는 존재 조차 없는, 장치간 호환성을 극대화한 독립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몇몇 장치는 그러한 변화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모든 장치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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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것이 PC 무용론자들이 너무 쉽게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다양한 연결 단자를 넣는 이유는 PC가 여러 장치를 연결하는 허브로서 기능을 갖기 때문입니다. 주변 장치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고, 데이터를 교환하는 일을 PC에서 해왔던 터라 이를 쉽게 바꿀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PC가 바뀌어도 이전 세대 장치를 쓸 수 있는 하위 호환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러한 대안을 준비하지 않고는 PC를 없애는 게 쉬운 이야기라 할 수는 없습니다.


3. PC 없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나마 다양한 PC를 접하면서 삽니다. 데스크탑 PC나 노트북이나 넷북이나 울트라씬이나 MID라는 것들을 만져봤거나 그러한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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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아직도 PC를 쓰는 인구가 10억 명이 안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나 봅니다. 세계 인구를 60억으로 놓았을 때 50억 명 이상이 PC를 전혀 다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지요. PC 업체들에게 이 사실은 잠재적으로 PC 구매층입니다. 즉, 자기들이 만든 PC를 살 수 있는 고객들이라는 이야기지요. 이들에게 PC가 꼭 필요한 수단은 아닐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PC가 필요하게끔 분위기를 만들어 팔 상인들입니다. 이처럼 거대한 잠재 시장을 두고 PC 업체들이 PC를 안만들면 뭘 하겠습니까.



뭐, 이밖에도 사람마다 PC를 없애지 못하는 다른 이유는 많습니다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만 뽑아 봤습니다. 누군가 5년 이내 랩톱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더 넓은 환경으로 확장이겠죠. 더군다나 지금 랩탑 수요로 보자면 데스크탑을 앞지를 기세여서 5년 뒤에는 오히려 랩탑이 늘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 글을 미끼로 잠시 생각해 본 것이지만, 지난 수십년의 개인 컴퓨팅 환경을 뒤집기에는 5년은 좀 짧은 것 같습니다. 한 50년이면 모르겠네요. ^^

덧붙임 #

글을 다쓰고 생각해보니 없어져야 할 게 하나 더 있군요. 디지털 시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당신의 직장 상사~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38 Comments

  1. 2009년 12월 14일
    Reply

    피씨를 없애려면 3개월 간 우선 전기세를 내지 않는다 ㅡㅡㅋ
    므하하 농담이에요 ㅋ
    행복 가득한 하루되세요 ^^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요즘 같은 때 3개월 간 전기세를 안내면… 얼어죽죠. ^^;;

  2. 2009년 12월 14일
    Reply

    저도 pc없이는 못사는 1人입니다.ㅎㅎ
    잘보고갑니다.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저는 2대가 있어도 못살 것 같습니다. ㅋㅋ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3. 2009년 12월 15일
    Reply

    1번이 정답같기도 하지만..ㅋ
    게임에 손 안대고 산지 1년이 다되어 가는데 pc는 매일매일 하고 있는걸 보니.. 아닌가봐요.ㅋ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아, 1번은 업계의 이야기였답니다. 업계가 추구하는 기술적 가치를 게임에 맨 먼저 투영한다는 것이었죠. ^^

  4. 2009년 12월 15일
    Reply

    결국 PC는 지금과 같은 OS가 사라지고 좀 더 사람에게 친화적인 UX로 변모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OS가 사라진다기보다 없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고맙습니다~

  5. 2009년 12월 15일
    Reply

    PC를 없애려면 어머니께서 등 뒤에서 24시간 감시하면 됩니다 ㅋㅋㅋ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그보다는 아내에게 통장을 맡기는 게… ^^

  6. 제라칸
    2009년 12월 15일
    Reply

    일단…. pc를 없애려면 pc를 사야겠지요 ㅎㅎㅎㅎ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빙고~ ^^

  7. 2009년 12월 15일
    Reply

    예비군 동원 훈련가면 PC가 그리워지더군요. 어느새 노예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혹시 PC 안에 애인이라도 숨겨 놓으신건… 농담입니다. ^^

  8. 마구잡이
    2009년 12월 15일
    Reply

    칼라전자잉크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면 현재 사용되는 pc의 50%이상은 없앨 수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 아니고서는 사실상 pc가 필요없거든여,,,
    적어도 학생들이 노트북 들고 돌아다닐 이유는 없어지겠죠…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저는 뭔가 없어진다는 표현에 꽤 부정적이랍니다. 사실 디지털로 바뀌면 문서가 줄어든다고 했는데, 문서는 오히려 늘어났다죠? ^^ 어떤 기능을 1:1로 대치하는 것(이를 테면 아날로그 카메라 -> 디지털 카메라)이 아니면 없어지기보다 확장되는 흐름으로 나간다고 보는 게 맞을 듯 합니다.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저와 같이 굶으시겠군요? ㅎㅎㅎ

  9. 2009년 12월 15일
    Reply

    pc를 쓰고 있는 사람이 10억명이 안된다니 몰랐네요…
    훨씬 많이 사용하고 잇는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전 앞으로도 pc는 써야할 것 같아요.
    다른 것에 적응하기에는 너무 벅차답니다..ㅎ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사실 우리 주변에서는 다 쓰고 있어서 큰 문제가 아닌 듯 하지만, 세계적으로 IT 양극화가 업계 문제로 떠오를 조짐이 있답니다. 그러나 쉽게 해결하긴 어려울 듯 싶어요.

  10. 2009년 12월 15일
    Reply

    게임 중독되면 이거 야동보다도 무섭다는.. ㅎㅎ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그렇죠. 한번 빠지면 뭐든 무섭지요. 다만 멋진 이성과 사랑에 빠지면 치료가 될 수도… ^^;

  11. 2009년 12월 15일
    Reply

    pc가 TV안으로 들어가는건 어떨까요? 너무 먼나라이야기인가요 ^^;;

    이제 TV에 주요 이슈가 3D 던데 말씀하신 것 처럼 더 실감나는 게임을 TV모니터를 통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

    • 칫솔
      2009년 12월 17일
      Reply

      이미 TV 안에 PC가 들어 있는 형태는 나오긴 했답니다. 많이 안팔렸을 뿐이지요.
      그나저나 실감나는 3D TV를 안경쓰고 보는 것은 또다른 불편일 듯 싶어요.

  12. 소프트케이
    2009년 12월 15일
    Reply

    드라이버가 필요없이 기능 극대화는 회사가 하나면 됩니다. (에?)
    게임은 뭐 안만들면 되긴 하지만. 게임이 없는 세상은 좀 그렇죠…;
    QOOK 같은 시스템이 좀 더 보편화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것을 이루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이네요.

    • 칫솔
      2009년 12월 17일
      Reply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는 일이 없네요. ^^

  13. 2009년 12월 15일
    Reply

    PC가 없어지려면 그 이상의 확장성을 이 가격에 구현하는 수단이 등장해야 하는데
    현재로는 가능성 0

    PC라고 통칭하지만 엄밀히 구분하면 전세계에 똑같은 PC는 한대도 없죠.
    하드웨어가 다르고, 소프트웨어가 다르고, 설정이 다르고, 세팅이 다르고
    어제의 PC와 오늘의 PC도 이름만 같을분 부품은 전혀 다르고…
    없어지려면 기능이 단순화되야 하는데….아직 그럴 때가 아니죠..

    • 칫솔
      2009년 12월 17일
      Reply

      네, 아직은 없어질 때가 아닙니다.
      그나저나 똑같은 PC가 있는 곳이 있긴 있죠. PC방. ^^;

  14. ^^
    2009년 12월 17일
    Reply

    초당 100MB 정도만 네트워크로 전송가능하면 PC가 아니라 NC로 개념이 바뀐다고 봅니다.
    브라질 모회사처럼 게임은 빵빵한 서버에서 돌리고 개인은 단말로 조작만 하는 거죠.
    그렇다면야 윈도우에 목매인 현재의 게임개발 환경도 개벽하게되겠죠. ^^

    • 칫솔
      2009년 12월 17일
      Reply

      그러면 이전 게임은 모두 버려야겠군요? ^^;

  15. 2009년 12월 19일
    Reply

    완전 공감합니다~~ 특히 게임은 엣날 도스게임 까지 하고싶어서 엣날 IBM 까지 데리고 온 사실 🙂 부팅할때 막 욕나와욧!!

    • 칫솔
      2009년 12월 19일
      Reply

      저도 요즘 옛날 게임 어떻게 돌릴까 고민 많이 합니다. 결국 하위 호환성도 중요하죠. ^^

  16. 2009년 12월 24일
    Reply

    많은 남성들에게는 성욕도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_-_…

    • 칫솔
      2009년 12월 26일
      Reply

      그럼 여성의 성욕은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씀이신가요? ^^

  17. dylanseo1995
    2010년 1월 5일
    Reply

    또한 회사나 전문 작업현장에서 쓰는데에는 PC가 필수적이죠,… PC만큼 편한 컴퓨팅 환경이 없으니 큰 LCD 패널과 고성능 그래픽과 메모리 속도 ….치기 좋은 타이핑 또한 필수..

    • 칫솔
      2010년 1월 7일
      Reply

      아마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많은 입력이 필요없는 세상으로 넘어갈 겁니다. 그 때에 맞는 인터페이스는 누가 주도하게 될지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18. dylanseo1995
    2010년 1월 9일
    Reply

    저와 같은경우 아무리 휴대기기가 성능이 뛰어나고 작업처리 능력이 좋다 하던데… PC가 제일 편한 1人
    FullHD로 콜오브듀티5 돌리기+7.1채널로 음악듣기 + 50inch LED패널로 영화보기 + 무선마우스 이렇게 있으면 휴대기기 끝~~~

    • 칫솔
      2010년 1월 12일
      Reply

      오~ 화려한 시스템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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