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글쓴 이 - 칫솔(CHiTSOL, PHILSIK CHOI) | 인사이드 디지털/개인 컴퓨팅 l 2018/01/0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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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7년의 발행일자를 남겼어야 할 몇 개의 글 재료 중 하나다. 그럼에도 해를 넘겨서 쓰게 된 것은 몇 가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2018년형 LG 그램에 대한 이야기라면 무척 쉬운 글이 됐을 테지만, LG가 내놓는 PC 제품들이 지금 PC 시장의 변화를 얼마나 담고 있는가를 말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다. 물론 구매자들이 그 변화에 맞춰 PC를 사는 게 아니긴 해도 흐름을 이끌거나 적합한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제조사의 능력과 관련된 일이라서다.

LG를 대표하는 PC 제품군이라면 역시 LG 그램이다. 이름 대로 무게를 줄여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휴대성에 초점을 둔 제품으로 LG는 지난 해까지 CES가 끝난 직후 신형 그램을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더 CES보다 2주 가까이 빠른 지난 해 12월 21일, 2018년형 그램을 공개하면서 국내 데뷔를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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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대신 gram 로고로 대체된 2018 LG 그램

그런데 2018년형 LG 그램의 변화는 제품보다 브랜드에서 느껴진다. 물론 제품도 달라졌지만, 브랜드 자체가 독립했기 때문이다. 첫 그램을 선보였던 2014년부터 따지면 벌써 5번째 시리즈인 그램의 정식 이름은 'LG 울트라 PC 그램'. LG 전자의 노트북 브랜드인 울트라 PC의 일부였으나 울트라 PC를 떼고 그램만 따로 남긴 것이다. 있으나마나한 성은 떼어 내고 이름만 부르는 셈이랄까? 그 이전에도 LG PC 그램이라 부르긴 했는데, 이번에는 노트북 상판에 LG 로고를 지우고 gram 이라는 새 로고를 새긴 것은 LG의 주력 노트북이라는 그 상징성을 확실히 강조한 부분이다.

상판 로고를 대체할 만큼 그램의 상징성은 가볍고 오래가는 노트북이기에 해마다 무게를 줄이는 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던 LG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다. 오히려 조금 무거워졌다. 해마다 무게를 줄인 그램 소식을 전하던 것에 익숙했는데 올해는 그 반대라 조금 당황스럽다. 13.3인치와 14인치 모델은 25g, 15.6인치 모델은 5g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무게는 965g과 995g, 1095g 밖에 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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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용 배터리는 스마트폰 충전을 위한 배터리 부분을 별도로 추가했다. 램과 SSD 확장 슬롯을 추가해 확장성을 보강했다.

어쨌든 무게 증가의 원인은 있다. 배터리다. 요즘 배터리는 어디에서나 뜨거운 화제를 낳는다. 그램도 별반 다르지 않다. 75와트시(Wh) 배터리를 넣었는데, 지난 해보다 20% 늘었다. LG가 13.3인치 그램에서 자체 측정으로 확인한 최대 작동 시간은 31시간, 동영상은 23시간 30분이다. 실제 사용 시간이 이와 같지 않을 지라도 하루 종일 배터리 걱정 없이 쓸 수 있다면 25g을 탓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2018 그램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확장성이다. 얇고 가벼운 노트북의 공통적인 특징은 되도록 모든 부품을 메인 보드에 납땜하고 확장 슬롯을 없애는 방식을 취한다. 프로세서는 그렇다쳐도 램이나 SSD 저장 공간을 확장하지 못하는 것은 제품에 대한 불만을 낳는 이유인데, 그램 2018은 그 점을 고쳤다. 램 슬롯과 M.2 슬롯을 준비해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램이나 SSD 용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8GB 기본 램을 가진 14인치와 15인치 모델보다 4GB 램의 13.3인치 모델은 좀더 값싸게 램 확장을 할 수 있을 듯하다. SSD도 마찬가지. 13.3인치 모델은 128GB SSD를 실었는데, 이용자가 직접 업그레이드를 함으로써 필요 기능을 확보하는 부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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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모서리 부분의 복원력은 여전히 의문이다.

2018 그램이 여전히 뛰어난 휴대성에 확장성을 겸비한 점을 강조할 만하지만, 전원 단자, 전원 케이블, 어댑터 등 전원과 관련된 전반적인 부분에서 단자 형태나 어댑터의 완성도 등 비싼 본체에 어울리지 않는 싸구려 이미지는 여전하다. 여기에 덮개 중앙부를 기준으로 압력을 견디는 내구성 테스트를 했지만, 사실 화면 모서리 부분을 쥐고 움직일 때 그 부분을 원래대로 복원하는 능력은 이전 세대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아마도 그램에 대한 평가는 자세한 리뷰들을 통해서 진행되겠지만, 확실히 LG가 그램에 쏟는 정성은 보통 이상으로 여겨진다. 얼굴 인식 대신 전원 버튼에 지문 인식 센서를 넣어 윈도 헬로를 살린 점이나 노트북 배터리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등 편의성 측면에 대한 고려를 봐도 그렇다. 적어도 얇고 가벼운 노트북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명한 자신감은 제품이나 브랜드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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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울트라 PC GT

하지만 그램을 제외하면 나머지 LG PC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그램이 초슬림 노트북 시장에 내놓는 대표 브랜드이나, 그 이외의 시장에서 기억하는 LG PC 브랜드는 거의 없다. 울트라 PC라는 노트북 브랜드가 지난 수 년 동안 LG를 대표하는 노트북 브랜드였어도 목적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는 PC 시대를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가 아닌 탓에 미래의 PC 전략에서 한 걸음 뒤쳐진 것이다. LG가 울트라 PC 브랜드를 내놓은 것은 더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위한 인텔 울트라북 전략에 맞춰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볼 때 이미 그 힘은 충분히 소비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는 울트라 PC 자체의 전략을 유지하는 듯하다. 더 이상 업계에서 울트라북 전략을 쓰지 않고 있지만, 울트라 PC의 제품 영역을 더 넓혀 다양한 소비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제품이 울트라 PC GT다. 울트라  PC에 고성능을 보완한 제품이다. 겉보기에는 15인치 노트북처럼 보이지만,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50을 내장해 게이밍 능력을 보완했다. 그런데 LG는 이 제품을 게이밍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평범한 노트북처럼 속여 게임에 빠질 것을 걱정하는 구매자를 안심시켜 판매를 늘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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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지포스 GTX 1050을 탑재해 게이밍 성능을 보완했다.

나름 고민한 끝에 내놓은 결론이겠지만, 제품 전략으로는 정말 의미 없는 이유다. 그램이 강력한 휴대성에 기반한 모바일 컴퓨팅이라는 이점으로 브랜드를 기억하게 했던 것과 달리 강력한 성능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이들에게 맞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겠다는 브랜드의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다. 이미 PC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한 게이밍에 대한 전략이 없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비슷한 그래픽 칩셋을 내장해 성능을 보완한 더 뛰어난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를 가진 노트북들과 맞서려는 의지는 읽기 어렵다.

물론 LG가 의도한 대로 울트라 PC GT가 많이 팔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파는 제품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까? 이용자에게 확신을 주는 PC는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걸까?성 빼고 이름만 기억한 그램에서 답을 찾지 못한 걸까? 갑자기 늘어나는 질문 속에서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같은 영화 <타짜>의 대사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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