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터치패드, 훌륭한 UX를 지닌 갑갑한 하드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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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MWC에서 직접 본 여러 스마트패드 중에 webOS(이하 웹OS)를 넣은 HP 터치 패드도 있었습니다. 지난 해 웹OS를 인수한 HP가 MWC 직전 터치패드를 발표한 터여서 급관심이 갔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데, MWC 현장에서는 터치패드를 거의 만져볼 수 없었습니다. 데모용으로 내놓은 단말기가 고작 두 대 뿐인데다, 데모 조작을 하던 사람이 터치패드를 손에서 놓질 않더군요. 만져볼 수 없고 눈으로만 보니 제품의 특징을 제대로 알 수가 없어서 이달 초, 미국에 출시된 터치패드를 한 대 샀습니다. 분노의 지름인 셈이지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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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상자에 담긴 HP 터치패드의 포장을 열고 터치패드를 꺼내보니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이 들더군요. 4대 3 비율의 9.7인치 화면과 이를 둘러싼 적당한 폭의 테두리, 둥글게 깎은 모서리 등 약간 아담한 느낌을 주면서도 튀지 않는 모양새가 돋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패드 제품군과 비교하면 조금 두툼하고 무게감도 느껴지는군요. 옆을 둥글게 다듬은 터라 손에 쥘 때 편하긴 합니다. 앞부분에는 위쪽의 전면 카메라와 아래쪽 홈 버튼 뿐이고 뒤에는 로고 밖에 없습니다. 위쪽에는 전원과 마이크, 오디오 단자, 오른쪽에는 음량 조절, 왼쪽 위아래로 두 개의 스피커, 아래쪽에 USB 단자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마감은 깔끔하게 잘 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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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을 대충 살펴본 위 일단 전원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습니다. 기본 설정에 들어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더군요. 1분 30초는 걸린 것 같습니다. 맨 처음 설정은 터치 패드에서 쓸 각종 언어를 선택하는 것으로 아직 한글은 고를 수 없더군요. 그 뒤 무선랜을 잡아 웹OS 계정을 만들고 e메일을 등록한 다음 웹OS로부터 온 계정 인증 메일을 눌러 간단한 등록 과정을 거치면 설정은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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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패드의 홈 화면은 텅 비어 있다
설정을 마친 터치패드의 홈 화면은 아이패드나 허니콤과 확연히 다릅니다. 앱이나 이용자가 마음대로 설정하는 위젯 중심의 다른 패드와 달리 터치패드는 작업 중심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홈 화면의 한가운데에 위젯이나 앱은 찾아볼 수 없는 대신 지금 실행되고 있는 모든 작업들이 줄줄이 표시됩니다. 더불어 여러 페이지를 옮겨 다니는 방식이 아니라 단 하나의 화면에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는 구조도 다르더군요. 여러 페이지에 흩어진 앱을 찾아 먼저 실행하거나 결과를 바로 보는 기존 제품들과 분명 다른 관점에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홈 화면의 가로 세로 전환을 하더라도 그 작동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가로 세로 전환은 부드러우나 화면 전환에 걸리는 시간은 한박자 정도 느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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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화면은 실행되고 있는 여러 작업을 관리하는 용도로 쓴다
홈 화면이 작업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전체적인 사용성은 이전의 다른 패드 제품군에 비해서 밀리거나 낯설게 느껴질 부분은 없습니다. 화면을 좌우로 밀거나 당겨 여러 작업을 전환하고, 현재 실행 중인 작업을 위로 밀어올려 프로그램을 닫거나 비슷한 작업끼리 합치는 것 같은 모든 조작은 정말 쉽게 되어 있더군요. 또한 동일한 응용 프로그램에서 수행된 프로그램끼리 묶거나 분리하는 기능은 다른 패드 OS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인데, 여러 개의 웹브라우저를 띄운 뒤 접속하는 페이지마다 모두 분리하거나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관리할 수도 있더군요. 이미 스마트폰을 다뤄본 이들이면 어렵지 않게 조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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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처의 기본 응용 프로그램
홈 화면을 작업 중심으로 뺀 대신 응용 프로그램이나 설정 같은 작업은 모두 런처로 옮겼습니다. 런처에서는 기본 응용 프로그램(Apps)과 다운로드한 앱, 그리고 이용자가 원하는 앱만 모은 Favorites, 그리고 설정(setting) 탭으로 나눴더군요. 기본 응용 프로그램과 내려받은 응용 프로그램으로 분리한 것이 조금 이색적이긴 한데, 사실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번잡스러워서 하나로 합치는 게 더 낫겠다 싶더군요. 다만 필요한 부분만 바로 값을 고칠 수 있도록 런처로 설정 항목을 모두 빼낸 것이 좋아 보였습니다. 더불어 설정에 들어가지 않아도 언제나 오른쪽 위를 누르면 무선 랜이나 블루투스, 소리, 밝기 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모든 앱도 복잡한 구조를 갖지 않도록 왼쪽 상단에 그 앱의 설정이나 그밖의 메뉴를 열도록 통일해 놓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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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
인터넷 브라우저, e메일, 일정, 메시징, 사진, 오피스, 음악 같은 기본 앱들은 모두 터치패드의 환경에 잘 어우러지도록 만들었더군요. 사무실과 같은 곳에서 활용하기에는 매우 좋은 구성이었습니다. 각 작업을 할 때 UI는 정말 편하게 설계했더군요. 각각의 화면을 확장할 때 마치 미닫이 문을 열고 닫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인터넷 브라우저의 호환성이 좋은 편인데다 플래시나 자바 스크립트 등도 별 문제 없이 잘 돌아갑니다. 한글 페이지도 깨짐없이 잘 출력하지만, 한글 입력기가 없기 때문에 글을 입력할 때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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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카달로그 안에 있는 피봇이라는 잡지
HP 터치패드도 다른 스마트 장치처럼 HP APP 카탈로그를 통해 다운로드 할 수 있는데, 이 카탈로그가 마치 잡지처럼 되어 있어 눈길을 끌더군요. 단순하게 앱 설명에 그치지 않고 잡지를 읽다가 그에 어울리는 앱을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감성적인 접근이 돋보였지요. 물론 원하는 앱을 바로 찾아서 다운로드할 수도 있고, 그것이 일반 웹OS 용인지 터치패드용인지 구분도 잘 해 놨습니다.


전체적으로 터치패드 UX는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iOS나 허니콤 제품들과 차별점도 명확하고 다루는 재미도 쏠쏠하더군요. 그런데 HP 터치패드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운영체제가 무거운지 최적화가 덜된 건지 1.2GHz에 1GB램의 제원을 갖췄음에도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응용 프로그램을 몇 개 띄우면 각각의 멀티태스킹 수행 속도도 떨어지더군요. 또한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간의 안정성도 부족한지 가끔씩 잠금 화면에서 얼어버릴 때도 있고, 다른 패드와 비교해 배터리도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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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패드 전용 앱이 너무 부족하다.
웹OS를 위한 앱은 1천 개 이상 찾을 수 있이지만, 터치패드 전용 앱은 100개도 안되는 것 같더군요. 웹OS 생태계가 이제 시작이라 앱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터치패드에서 즐길 거리가 부족한 것은 당분간 약점으로 지적될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HP 터치패드는 정말 훌륭한 UX를 갖고 있지만, 그 특징을 살리지 못하는 하드웨어는 갑갑하게 보입니다. 웹OS 중심의 사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HP에게 있어 터치패드는 그 첫 번째 시험대나 마찬가지인데, 아무래도 첫 시험의 점수를 후하게 매길 수는 없을 것 같군요. 단지 발전 가능성은 다른 진영보다 훨씬 높은 것은 사실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할 제품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싶네요.


덧붙임 #


1. 한국 출시는 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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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른 장치와 다르게 터치패드는 전용 어댑터를 쓰지 않으면 충전이 안되더군요.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1 Comments

  1. 2011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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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P가 언제쯤 스마트폰을 출시하나 했었는데 이제 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는것 같습니다. 어제 관련 기사가 보도되었죠. HP의 부사장인 에릭 카도가 내년초 스마트폰 “로드러너 HD폰(Roadrunner HD Phone)”을 출시할것이라는 내용을 컨퍼런스 도중 얘기했다고 하는데 예상대로 OS는 웹OS 2.0을 탑재한다고 합니다. 웹OS 2.0은 지난 8월 처음 알려졌는데 웹OS 2.0의 인터페이스는 Stacks라는 차세대 멀티 태스킹 인터페이스가 핵심적..

  2. 2011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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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chpad 홈화면에 어플리케이션이 쌓여 있는것이 stacks라는 UI라고 하던데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매우 궁금하더군요. 충전방식은 터치스톤 무선 충전방식을 기대했는데 아니어서 조금 실망… 전에 작성해 놓은 관련글이 있어 트랙백 남겨요~ ^^;

    • 칫솔
      2011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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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치스톤은 따로 스탠드를 사야만 쓸 수 있습니다. 그것까지 필요친 않더라구요. 저는 veer를 사고 싶더라구요. ^^

  3. 마르스
    2011년 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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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우,,, 멋진걷 같긴 한데.. 하드웨어가 좀 떨어지고 앱이 너무 없나 보군요…?

    • 칫솔
      2011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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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앱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많이 걱정이 되긴 하네요. ㅜ.ㅜ

  4. 김대원
    2011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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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저도 구매를 고려중인데요
    한글입력기가없으면 어떻게하죠? 한글자판 어플도없나요?;;
    그리고전용어뎁터를사용해야충전이된다고하셧는데요 220v에서는 어떻게충전하죠??ㅠ

    • 칫솔
      2011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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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입력은 불가능한데, 요즘 구글과 네이버는 가장 한글 키보드가 있어 검색 정도는 무리가 없습니다. 전용 어댑터는 따로 필요 없고 저 위에 있는 녀석에 돼지코만 꽂으면 220v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

  5. ㅇㅁㅇ
    2011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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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블루투스키보드를 사용해서 한글입력이안되나요?? 정말궁금하네요 ㅠ

    • 칫솔
      2011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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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일단 IME 자체가 없으면 한글 입력할 수 있는 블루투스 키보드라도 한글은 입력할 수 없습니다. ^^

  6. 방구뽕
    2011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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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달에 99불 세일을 할때 구매를 했습니다. 아직도 기다리는중.. -_-;

    • 칫솔
      2011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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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군요. 저는 차액만 환불 받았습니다. 저도 반송 기다리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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