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누굴 위해 뛰고 또 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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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2월 8일 0시에 하려던 KT 2G 서비스 종료에 제동을 걸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2G 종료를 결정함에 따라 KT는 이날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이 주파수로 LTE 전파를 내보낼 예정이었나 법원이 ‘KT 2G 서비스 폐지승인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를 유보한 상황이다. 이번 결정으로 KT는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2G 서비스를 유지해야 하고, 2G 이용자들 역시 당분간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방통위가 KT의 2G 종료를 승인한 것은 기존 가입자 대비 1%의 이용자가 남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 수가 자그만치 15만 명. 분명 1%는 크게 와닿지 않는 숫자지만, 15만 명은 결코 적은 수라고 할 수 없음에도, 방통위는 백분율을 근거로 내세워 15만 명이나 쓰고 있는 2G 서비스 종료를 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렸다. KT가 이용자 보호를 다하지 못할 경우 고작 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방통위의 대책은 이용자 보호와 전혀 거리가 먼 것이었다.

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직후 이번 결정 이후 KT는 2G 서비스 종료 자체를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며 잠정 보류한 것일 뿐, 방통위의 2G 종료 결정을 최대한 빨리 이행하겠다는 다짐을 자사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쟁선언문 같은 공지를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항고할 것이 아니라, 반발하고 있는 15만 명의 2G 사용자에 대한 미흡한 보호 조치에 대해서 재검토를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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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번 KT의 2G 종료는 많은 잡음과 상처, 문제를 남겼다. 방통위의 2G 서비스 종료 결정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거대 통신 기업이 자기 사업의 진행을 위해 이용자와 맺은 서비스 계약을 무시하고 폐지를 강행하려 한 점은 곱씹어 봐야 할 문제다. 이는 이용자와 맺었던 계약의 신뢰를 깨는 행위로써 이용자의 마음에 큰 상처를 냈고, 이것이 결국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는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KT는 이 사안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비록 2G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더라도 KT는 이용자와 맺은 2G 서비스 계약을 스스로 깨버리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KT는 2G 이용자들이 그것을 포기하는 대가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대다수는 2G를 가입했을 때의 계약 조건을 그대로 유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쓰던 번호 그대로 현 요금제를 유지하는 조건이면 해결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KT는 2G를 포기하고 3G로 이동하는 데 있어 둘 다 허용하지 않고 있다. 즉 2G를 포기하는 순간 새로운 3G 요금제를 써야 하고, (방통위의) 3G 010 통합 정책으로 인해 (01x 이용자는) 새 번호를 써야 한다. 2G를 이용할 때 맺었던 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원인은 결국 KT와 방통위가 제공한 셈인데, 이것이 이용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기업이 계약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큰 일이다. 어떤 이유든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기업을 이용자들이 신뢰하긴 어려운 것은 분명한 일이다. 물론 이런 일이 이후에 KT의 이용자 수가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허나 이번 사태를 보며 적어도 KT의 서비스를 쓰는 이들은 늘 찜찜한 마음으로 경계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 번 일어난 일,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15만 명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데 도대체 어떤 고객을 만족 시키기 위해 뛰고 또 뛰겠다는 건가?

“고객 만족, 뛰고 또 뛰겠소”라는 구호, 고작 1%라는 15만의 2G 이용자들에게는 왠지 서글픈 구호일 뿐이다.

덧붙임 #

상기 칼럼 중 일부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내용을 덧붙이고 바로 잡습니다.

1. “2G를 포기하는 순간 새로운 3G요금제를 써야 하고”에 대해서 2G에서 쓰던 요금제와 동일한 혜택을 받는 3G의 유사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2G이용 가입 고객에게만 허용됩니다.

2. “3G의 010 통합 정책으로 인해 새 번호를 써야 한다”에 대해서 KT의 3G번호로 전환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에 따라 2013년까지 2G번호 그대로 이용이 가능하며, 타사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타사의 2G서비스 제공 기간동안 01X 번호 그대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8 Comments

  1. 2011년 12월 11일
    Reply

    “펜대”로 뛰겠소!

    머.. 정통부도 말아먹고 어디서 듣보잡 하나 데리고 온 정권이고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으로 결정하는 윗분들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도 생각이 됩니다.

    • 칫솔
      2011년 12월 15일
      Reply

      당연한 결과라기 보다는 이런 결과가 안 나와야 맞는 거겠죠. 아무튼 잘 풀렸으면 합니다.

  2. 지나가다
    2011년 12월 12일
    Reply

    3g로 옮겨도 기존번호로 2013년까지 쓸 수 있고, 요금제도 지금은 그대로 3g에서도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 망을 가입자가 잔존할때까지 남아있는 것은 무리죠. 그러나 kt가 너무 무리하게 진행한 것이 문제같습니다.

    • 가키
      2011년 12월 12일
      Reply

      016 번호 쓰던 사람들은 보통 KT를 10년 이상 사용한 고객입니다. 자. 그럼 2013년까지 유예를 줄테니까 네 바뀐 번호를 모두에게 알려라? 이거 무슨 퀘스트인가요? 문자로 보내주니까 괜찮다구요? 그런 분들 핸드폰 전화번호부도 모자라서 명함과 수기식 전화번호부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분들 전화번호만 보통 천개 정도 가지고 다닙니다. 예전 망을 가입자가 잔존할 때까지 남아있는 것은 무리라구요? 삐삐 아십니까? 페이저? 그거 몇년 전까지 서비스했던 건 아십니까? 그 때 사용자가 1500명 이었나. 아무튼 만명도 안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까? 결국은 수익성 문제로 서비스를 접었지만 KT는 2천명도 3천명도 아닌 15만명이 아직 서비스하고 있는데 서비스 접겠다고 나섭니다. 이게 고객만족인가요? 고객이 잘못한건가요? 언제까지 고객이 기업 사정 봐가면서 소비를 해야하는건지 모르겠네요.

    • 칫솔
      2011년 12월 15일
      Reply

      네. 관련 내용은 첨부했습니다. 의견 고맙습니다.

  3. 2011년 12월 12일
    Reply

    방통위가 승인하더라도
    서비스사인 K사가 늦추지 못할망정 ㅋ

  4. 2011년 12월 12일
    Reply

    만약 2G를 이렇게 한다면…
    3G라고 못할까요?

    한번이 어렵지 2번 3번은 너무 쉬운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2G 사용자가의 일이 KT를 사용하는 모든 분들의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라고 무시하면 안되죠~ 제대로 비용을 내고 사용하는 고객인데…)

  5. 2011년 12월 13일
    Reply

    아 할머니댁은 3g가 안잡혀서
    2g로 쓰는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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