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만든 B&O폰, LG V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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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앤올룹슨(Band&Olufsen, 이하 B&O). 현대적 감각의 스피커, 헤드폰 등 오디오 제품을 내놓는 덴마크 오디오 브랜드다. 오디오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지만, 요즘들어 그 이름이 동네에서 자주 만나 어울리는 친구처럼 친숙하게 들린다. B&O가 새로운 제품을 자주 출시해서가 아니다. 그 이름을 마치 자기 브랜드처럼 쓰는 다른 제조사의 영향 때문이다. 그 제조사가 LG전자다.

최근 LG전자의 가전, 모바일 제품에서 B&O 상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단순히 이름만 빌려 쓰는 이벤트 수준이 아니다. 올레드 TV, 오디오, 블루투스 헤드셋 등 전 영역으로 B&O의 기술을 쓰고 그 이름을 새겼다. 스마트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LG G5는 B&O 플레이 부문과 손을 잡고 오디오 모듈을 넣었다. 여기에 B&O 플레이 H3 이어폰을 묶어 판매도 했다. LG에게 B&O는 단순한 협력 수준의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러다 B&O를 통째로 가져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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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B&O와 끈끈한 LG전자가 한번 더 그 이름을 새긴 제품을 내놨다. 또 다른 플래그십 스마트폰, LG V20이다. 지난 해 내놨던 V10의 후속 제품, LG V20을 내놓기도 전에 B&O의 이름을 먼저 보도자료에 써서 보냈던 LG다. 그리고 어제 공개한 V20의 뒷면에 있어야 할 LG 또는 V20의 브랜드 자리까지 B&O 플레이에 내줬다. 마치 제품 이름은 LG V20이지만, B&O 플레이 마크가 있는 뒷면만 보면 그냥 B&O폰이라고 해도 이상할게 전혀 없다.

물론 단순하게 LG V20에 B&O 플레이 로고만 새긴 것은 아니다. LG는 V20의 오디오 튜닝을 B&O에게 맡겼고, 이에 걸맞은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번들 이어폰까지 함께 작업했다. 번들 이어폰은 B&O와 공동 개발해 LG에서 생산을 맡았는데, 역시 B&O 플레이 로고를 붙여 놨다. B&O 플레이 이어폰으로 보일 수 있는, 꽂고 있어도 창피하지 않은 번들은 오랜 만이다. 이어폰 디자인이나 재질은 값 나가는 다른 B&O 플레이 이어폰과 맞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지난 해 AKG 튠을 했던 V10 번들은 LG 로고였던 걸 감안하면 결코 나쁜 결정이라고 말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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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어폰 품질, 음질에 대한 평을 당장 말하기는 어렵겠다. 공개 행사에서 짬을 대 번들 이어폰을 듣기는 했어도 당장 뭐라 평가할 만큼 충분한 정보는 쌓이지 않았으니까. 음식을 입안에 넣어 오물거리지 않으면서 간만보고 맛을 평가할 수는 없는 법 아닌가.

LG V20이 B&O와 가까운 관계에 있지만, 그 이름을 쓰는 것이 특화된 오디오의 전부는 아니다. 디지털 음원을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데 필요한 DAC를 1개가 아닌 4개를 넣어, 잡음을 50% 더 줄였다고. 단지 신호대 잡음비와 같은 구체적 수치는 따로 밝히진 않았다. 아마도 이 부분을 B&O 튜닝으로 잡았을 것이다. 32비트/192kHz 원음 오디오 디코딩에 못지 않게 24비트/48kHz의 녹음 기능은 좀더 살펴보고 싶은 능력이기는 하다. 참고로 4개의 DAC를 모두 작동시켰을 때 배터리 소모는 미미하다는 게 개발자들의 답변이지만, 이는 실제 테스트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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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는 확실한 인상을 심어준 반면, 카메라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의 연속이다. V10의 전면 듀얼 카메라는 이제 없다. V20은 앞에 하나, 뒤에 두 개다. G5와 같은 구성이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점은 G5처럼 광각과 표준 줌의 이미지 센서가 다르다는 점이다. 표준은 f/1.8 1,600만 화소, 135도 광각은 f/2.4 800만 화소다. 광각이 풍경을 찍는 데 더 많이 활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의문이 든다. LG 개발진은 카메라를 얇게 만들어 최상의 품질을 내기 위한 결정이라고만 말할 뿐이다. 아직도 이해가 되는 부분은 아니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질문을 던지게 될 부분이다.

카메라 기능에서 잘 쓰지 않는 심플 모드의 제외는 잘한 부분이다. 덕분에 카메라의 불필요한 조작은 사라졌다. 자이로스코프 센서의 반응에 맞춘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을 적용한 녹화 기능과 수동 초점모드에서 초점 영역에 표시하는 기능은 제법 쓸만하다. 오토포커스는 레이저 방식을 쓴다. 전면 카메라는 1개의 500만 화소 카메라지만, 표준 줌과 광각 모두 촬영한다. 이러한 기능들을 보면 카메라 센서의 차별적 적용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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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와 카메라를 강화(?)한 LG V20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라 부를 만한 제원은 갖췄다. 스냅드래곤 820을 기반으로 4GB램, 32/64GB 저장공간, 2,560×1,440의 5.7인치 IPS LCD 화면은 기본이다. 다만 화면 바깥의 검은 띠는 그대로 남아 있다. 전작 V10처럼 2.1인치 세컨드 스크린을 통해 꺼진 화면에서도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전작에 발생했던 빛샘 현상도 해결했다는 게 LG 개발자의 답변이다. LG는 V20도 뒤쪽 덮개를 열어 3400mAh 용량의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G5용 모듈은 V20에서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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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누가를 처음 탑재해 멀티 윈도로 여러 앱을 동시 실행한다. 대부분의 기본 앱은 멀티 윈도로 실행되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역시 멀티 윈도로 띄울 수 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은 현장에 설치되어 있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희한하게도 음악 앱이나 녹음 앱은 멀티 윈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누가를 채택했음에도, 여전히 LG의 기본 아이콘은 예쁘지 않다. 기본 아이콘만 바꿔도 LG 스마트폰의 이미지가 바뀔 텐데, 기어코 이것을 넣는 건 무슨 ‘똥고집’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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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LG V20이 발표됐다. 오늘은 애플 제품으로 여기저기 시끄러울 테지만, 그래도 V20에 대해, LG에 대해 해야 할 말은 남겨야겠다. 지난 해 V시리즈가 발표될 때 두 개의 플래그십 전략을 두고 LG 임원은 이렇게 구분한 적이 있다. G 시리즈가 세단 같은 느낌이라면 V 시리즈는 모험심 강한 도심형 SUV 같은 느낌이라고. 하지만 올해 출시한 G시리즈와 V시리즈는 정 반대다. G가 오히려 모험심 강한 SUV면, V는 튜닝 잘된 세단의 느낌이다. 시리즈의 연속성, 정체성이 흔들리는 느낌을 이제는 없애야 할 때 아닌가? 지난 해 V10이 도심형 SUV의 지나친 모험심을 강조했다면 V20은 외형적으로 너무 점잖다. 모험보다 지나치게 실리를 추구한 게 더 어색하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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