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이들의 ‘엔비디아 터치 비주얼’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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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보도 자료를 받으면서도 그다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이 제법 있다. 엔비디아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인 ‘엔비디아 터치 비주얼’도 그 중 하나다. 솔직히 말해 기업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의무적인 일로 받아들였던 데다, 엔비디아 같은 기술 기업의 특성상 그 속성에 더 집중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했기에 이를 더 비중 있게 다뤄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생각을 바꾸게 만든 전시회가 있다. 엔비디아와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 한국화가협동조합이 함께 개최한 ‘터치 비주얼 전시회’가 그 이유다.

‘터치 비주얼’은 7년 째 이어져 온 엔비디아 코리아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다. 엔비디아의 지사가 있는 국가마다 시행 중인 ‘엔비디아 봉사’(nvidia Gives) 프로그램의 한국식 프로그램인 터치 비주얼은 다른 지역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이 프로그램의 대상 때문이다. 그래픽 기술 기업이라는 이유만 보면 왠지 그래픽을 다루는 영역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대상은 다름 아닌 시각장애 학생들. 터치 비주얼은 이 학생들의 미술 활동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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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이승연 작>

그런데 터치 비주얼 전시회는 지난 7년의 활동을 돌아보면서도 한편으로 쉽게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비록 눈은 보이지 않으나 그림, 조소, 사진, 설치 미술 같은 예술 활동을 통해 시각장애 학생들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작품으로 직접 말하고 있어서다. 세상을 볼 수 없다는 이유 만으로 편견의 틀 안에 가둬 놓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시각장애 학생들은 똑 같은 것을 하고 싶고 해낼 수 있다는 목소리를 미술 작품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보는 이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은 필요하기에 그들 곁에는 항상 터치 비주얼 서포터가 있다. 해마다 20명 안팎으로 모집하는 터치 비주얼 서포터는 손끝의 촉감으로 눈을 대신하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세상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함께 걷고 손끝으로 볼 수 있는 경험의 폭을 넓히며, 재료를 골라주는 일을 위해 매주 4개의 맹인 학교를 찾는다. 모든 서포터는 시각장애 학생과 교감하면서 필요한 도움만 줄 뿐 어떤 상황에서도 이 학생들의 작품 작업에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 이렇게 132명의 터치 비주얼 서포터가 지난 7년 동안 시각장애 학생들의 미술 활동을 돕는 도우미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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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나무 읽는 숲, 권도연 외 18인>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함께 스스로 소통의 방법을 찾아 완성한 작품이다.

이처럼 세상을 읽는 방법이 다른 시각장애 학생들의 미술 작품은 마치 세상을 보면서 작업한 것 마냥 세심한 이해를 담고 있다. 이는 눈으로 보고 머리로 계산하는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친 덕분이다. 이 같은 시각장애 학생들의 접근법과 표현력은 현장에서 함께 수업을 하는 이들에게도 영감을 준다. 시각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티칭 아티스트 이진 씨는 “정형화된 교육을 학생들은 볼 것을 보여주려고만 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시각장애 학생이 마음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해석으로 미술을 하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에 보여주는 예술의 참 의미를 실천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이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은 점에서 고마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여기에 기자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게 있다. 눈으로 보지 않고 정말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과 관련된 편견을 보기 좋게 깨준 것에 대해서. ‘마음에서 마음으로, 함께 보다’라는 이 전시회의 제목은 아마도 이 작품을 봤던 이들에겐 공감이 되리라. 이 전시회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갤러리쿱에서 진행 중이다. 갤러리쿱은 12일까지 문을 열어 둘 예정이다.

갤러리 쿱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 68 화선빌딩 갤러리쿱(Gallery 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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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코끼리, 황채연 작> 원래 작품은 3m 크기의 실물 크기로 만들었다. 방사능에 영향을 받아 기형이 된 코끼리의 아픔을 담았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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