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퀘스트2의 비용 절감이 낳은 부작용

오큘러스 퀘스트2가 발표될 당시 놀라웠던 점은 299달러(원화 41만4천 원)라는 가격이었다. 이전 세대인 오큘러스 퀘스트가 6자유도 독립형 VR 헤드셋이라는 399달러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적지 않게 놀랐지만, 후속 제품에서 100달러나 더 값싸게 내놓았으니 더 놀랄 수밖에 없던 것이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퀘스트2 가격을 100달러나 내렸음에도 더 성능 좋은 처리 장치인 스냅드래곤 XR2로 채웠고, 헤드셋의 부피와 무게까지 줄이는 등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을 강조해 왔다. 실제 이 두 가지는 이전 퀘스트에서 지적됐던 여러 단점 중 일부였기 때문에 해당 문제를 개선한 것도 충분히 환영받을 만하다.

오큘러스 퀘스트와 오큘러스 퀘스트2. 실물을 나란히 놓고 볼 때 확실히 오큘러스 퀘스트2가 작다.

하지만 실제 배송된 오큘러스 퀘스트2와 오큘러스 퀘스트를 나란히 놓고 보면 두 제품 간 만듦새는 여러 모로 다르다. 마감이나 각 구성 등 오큘러스 퀘스트가 더 나은 부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감을 바꿔야 했는지 금세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성능을 강화한 제품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비싼 마감재를 쓰지 않은 점은 이해하지만, 일부 요소에서 새로운 불편 비용이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오큘러스 퀘스트2 패키지는 오큘러스 퀘스트에 비하면 내용물을 좀더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내부 구성을 바꾸었다. 내용물은 VR 헤드셋 본체, 두 개의 터치 컨트롤러, 안경 사용자를 위한 보조 페이스 커버, 어댑터, USB 케이블 등이다. 부속품은 이전 퀘스트와 동일하지만, USB 케이블은 다르다. 종전 퀘스트는 3m USB-C 전원 케이블을 제공한 반면, 퀘스트2는 1m 케이블만 들어 있다. 케이블의 형태와 길이도 완전히 다른 형태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3m 케이블을, 오큘러스 퀘스트2는 1m 케이블을 준다.

VR 헤드셋을 보기에 앞서 먼저 컨트롤러를 비교해봤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컨트롤러가 오큘러스 퀘스트보다 좀더 크다. 특히 스틱과 버튼이 있는 면이 훨씬 넓어졌고, 센서 링과 애지로 누르는 그립 버튼도 더 크게 만들었다. 그런데 컨트롤러도 마감이 달라졌다. 종전 퀘스트는 손가락으로 쥐는 부분에 고무 재질을 쓴 반면, 퀘스트2는 컨트롤러 전체가 플라스틱 재질로만 마감해 이전보다 단순해졌다. 손목에 끼우는 줄도 오큘러스 리프트와 같은 천 소재로 변경했다.

컨트롤러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고 헤드셋은 더 많은 변화를 담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오큘러스 퀘스트2는 오큘러스 퀘스트보다 좀더 작은데, 이는 두 제품을 함께 놓고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왼쪽 퀘스트의 터치 컨트롤러는 고무 마감이 되어 있지만, 오른쪽 오큘러스 퀘스트2는 다른 재질을 섞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적인 마감은 퀘스트가 좋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형태는 퀘스트와 거의 똑같으나 본체 대부분을 플라스틱으로 마감했다. 반면 퀘스트는 전면부를 제외하고 본체 전체를 천으로 두른 터라 딱딱한 느낌을 없애면서 훨씬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남긴다. 또한 본체 안쪽 마감도 다르다. 퀘스트2는 본체 안쪽 렌즈 부분을 그대로 드러낸 반면 퀘스트는 렌즈부를 탄력 있는 천으로 완전히 덮어 안쪽 구조를 최대한 숨기려 했다.

오큘러스 퀘스트2(왼쪽)는 깔끔하지만 밋밋하게 마감한 반면 퀘스트(오른쪽)는 천으로 마감한 터라 더 고급스럽다.

본체 겉모습은 거의 비슷하지만 일부 구성이 달라졌다. 퀘스트2는 왼쪽에 이어폰 단자 1개, USB 단자 1개가 있고, 오른쪽에 전원 버튼, 아래 쪽에 음량 버튼이 있다. 퀘스트는 왼쪽에 이어폰 단자가 양옆에 모두 있고, USB 단자 1개가 오른쪽 옆에 있다. 하단에는 음량 버튼 및 좌우 동공 사이의 렌즈 거리를 조절하는 IPD(interpupillary distance)를 위한 레버가 있다. 퀘스트2는 IPD 레버가 없으나 안쪽 렌즈를 양옆으로 밀거나 당기면 IPD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종전의 퀘스트는 페이스 커버가 넓어 안경을 쓴 채 착용할 수 있는 반면, 오큘러스 퀘스트2(오른쪽)는 페이스 커버가 좁아진 탓에 기존 안경을 쓴 채 착용하기 어렵다.

페이스 커버의 안쪽 너비도 달라졌다. 종전 퀘스트에 비하면 퀘스트2의 기본 페이스 커버 너비가 상대적으로 좁고 깊이마저 얕다. 때문에 안경 사용자라면 퀘스트2에 동봉된 페이스 커버 연장 부속을 먼저 끼워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페이스커버의 좌우 폭이 좁다 보니 안경을 쓴 채 오큘러스 퀘스트2를 쓰는 것이 쉽지 않다. 종전 퀘스트는 뿔테 안경을 쓰고 헤드셋을 착용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던 반면, 퀘스트2는 이용자가 안경을 벗지 않고 착용하는 게 어려워졌다. 페이스북에서 내놓은 전용 렌즈 어댑터가 포함된 오큘러스 퀘스트 2 피트 팩(Fit Pack)을 쓰지 않으면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아직 서드파티 VR 커버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오큘러스 퀘스트2(왼쪽)과 퀘스트(오른쪽)의 헤드 스트랩. 기능은 똑같지만 기능성은 눈에 띄게 다르다.

오큘러스 퀘스트 2과 퀘스트에서 눈으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큰 차이는 헤드 스트랩 부분이다. 퀘스트2의 헤드스트랩은 신축성을 가진 천 재질인 반면, 퀘스트는 뒤통수를 감쌀 수 있는 형태를 유지하는 고무 재질로 되어 있다. 아마도 탄력을 가진 천이든 형태가 변하지 않는 고무든 머리를 감싸는 기능은 동일하다고 볼 수도 있다. 허나 실체 착용했을 때 두 재질과 형태에 따른 기능성은 확연하게 다르다. 비록 오큘러스 퀘스트2의 무게를 줄였다고 천 재질의 헤드 스트랩은 헤드셋을 심하게 움직이면 조금씩 위치를 이동하게 되어 잠시 쉬는 틈을 타 다시 위치를 잡아줘야 한다. 반면 퀘스트는 헤드셋이 좀더 무겁지만, 뒤쪽 스트랩이 변형되지 않아 헤드셋을 단단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스트랩을 고칠 일이 거의 없다.

오큘러스 퀘스트2도 퀘스트 같은 변형 없는 헤드 스트랩이 있다. 엘리트 스트랩(Elite Strap)이라 부르는 퀘스트2 전용 헤드 스트랩은 기본 품목이 아니라 별매다. 이 스트랩의 선택은 자유지만, 너무 떨어지는 기본 스트랩의 기능성을 고려하면 거의 필수 품목일 듯 싶다.

오큘러스 퀘스트2 기본 패키지 구성. 사실 패키지도 가격을 절감하는 데 상당히 애쓴 듯 보인다.

이처럼 오큘러스 퀘스트2는 가격을 낮추기 위한 상당한 변경 사항들을 담고 있다. 다만 이전 퀘스트 이용자들은 마감의 차이는 물론 뒤쪽의 고정력이 약한 헤드 스트랩과 안쪽 공간이 좁은 페이스 커버로 인한 불편을 피할 길은 없을 듯하다. 더구나 오큘러스 퀘스트2가 퀘스트 대비 더 좋은 성능을 갖고 있는 만큼 퀘스트 이용자들 입장에서 업그레이드를 지체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편의 비용은 미리 감안해야 한다. 물론 퀘스트2의 페이스 커버나 기본 헤드 스트랩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 이들에겐 인하된 가격의 효과를 제대로 경험할 것이다. 다만 기본 패키지 만으로 충분히 편하지 않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편의 비용을 지출할 수도 있다는 점은 미리 새겨두자.

덧붙임 #

  1.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0년 10월 15일에 공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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