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호핀(hoppin)의 불편 3종 세트 – 2부

(1부에서 이어진 글.)

스마트폰에서 볼 컨텐츠, PC에서 도토리부터…


PC에서 해야 할 작업을 마치고 ID와 비밀 번호를 넣으면 해당 콘텐츠에 대한 설명이 뜹니다. 다운로드 또는 바로 보기에 앞서 화면을 올려보면 제작 정보와 줄거니 비슷한 영화와 해당 콘텐츠와 관련된 뉴스 같은 또 다른 콘텐츠, 그리고 이 콘텐츠와 관련된 주제어가 잘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본 이들의 댓글이나 리뷰, 또는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등으로 관련 내용을 퍼갈 수 있는 기능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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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핀이 해당 영화와 연관있는 컨텐츠를 추천한다.
어쨌든 선택한 콘텐츠를 보는 법은 두 가지입니다. 바로보기를 눌러 실시간으로 보거나 다운로드한 뒤 보는 방법이죠. 실시간 바로보기나 다운로드 보기 모두 무선 랜이 연결된 상태에서만 보거나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 다운로드해 놓는 것이 여러 모로 편하긴 합니다만, 영구 소장으로 구매해도 다운로드 횟수에 제한이 있어 무조건 다운로드할 수도 없더군요.
(솔직히 이 부분은 약간 이해가 안 됩니다. 기간 안에 다운로드 제한인지 영구적인 다운로드 제한인지 좀더 확인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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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로 결제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이해가 안되는 것은 결제 방식입니다. 호핀의 콘텐츠는 도토리로 계산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도토리는 네이트의 전자 화폐지요. 도토리 1개는 100원입니다. 소장할 영화는 가장 비싼 것이 도토리 55개, 드라마나 TV 예능은 30개가 넘습니다. 문제는 이 도토리를 호핀 단말기에서 충전하지 못합니다. PC에서 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에서 볼 컨텐츠를 사는데, PC에서 그 ID에 충전을 해야 한다니… 휴대폰 결제 만큼은 잘 구축해 놓은 이통사가 SKT 아니었나요?


디지털 TV에서 2% 아쉬운 화질


일단 도토리 충전을 한 뒤에는 호핀 폰에서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이후 일반 화질의 인셉션과 다크나이트, 고화질의 터미네이터4는 호핀 단말기에서 샀거든요. 구매한 콘텐츠는 호핀 폰에 모두 다운로드했습니다. 일반 화질(SD)은 대략 1.5GB쯤 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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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한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면서 바로 볼 수 있다.
다운로드한 인셉션과 다른 영상들은 호핀 스마트폰에선 볼만하더군요. 비트레이트가 낮은 탓에 일명 ‘깍두기’ 현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작은 화면에서 보는 데는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호핀폰에서 보던 이 영상들을 디지털 TV에서 보는 것은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보던 그대로 TV에서 보려면 거치대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쉽고 빠릅니다. 다만 호핀 단말기를 거치대에 꽂기 전에 블루투스 리모컨을 먼저 인식시켜 놓아야만 작동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말기를 빼서 블루투스 패어링을 한 뒤 다시 꽂아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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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버튼을 눌러야 TV로 출력
위 조건을 다 만족시킨 뒤 동영상 재생 중인 호핀을 거치대에 꽂고 TV 입력 단자를 선택하면 호핀이 TV에 연결했으니 그쪽으로 출력할 것인지 묻습니다. 확인을 누르면 TV용 호핀 인터페이스가 뜨는데요. 큰 화면에 맞춰 TV와 영화, 뮤직 비디오, 뉴스 등을 바로 선택할 수 있고, 이용자가 다운로드한 동영상도 볼 수 있습니다. 리모컨으로 이 메뉴를 옮겨 다니고 실행하는 것은 무척 쉽더군요.


거치대에 꽂기 전에 보던 동영상은 비디오 플레이어에서 찾아 재생해야 합니다. 그런데 호핀 단말기에서 보던 영상을 TV로 볼 때 어딘가 아쉽더군요. TV가 커서 그런지는 몰라도 큰 화면으로 출력되는 화질은 아쉽습니다. 인셉션을 볼 때는 선명함은 떨어지고 색채도 조금 칙칙하더군요. 터미네이터4는 인코딩 된 자막이 깨지는 현상도 적지 않았고요. 그나마 HD는 제법 괜찮은데 비해 SD 영상은 이런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문제는 호핀에서 판매하는 콘텐츠가 모두 HD가 아니라는 점인데요. 가장 인기있는 인셉션도 일반 화질(SD)로 인코딩한 것이고 인기작들은 HD보다 SD가 더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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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화면의 화질은 괜찮다
개인적인 느낌이라기보다 호핀 단말기에 비해 TV의 해상도가 더 높고 화면이 큰 데 다운로드했던 동영상의 화질이 TV에 맞춰져 있지 않은 것이 원인일 것입니다. 지금 올라와 있는 콘텐츠가 다양한 스크린의 특성에 맞춰서 준비된 게 아니라는 뜻이죠. 이용자가 구매한 동영상을 각 화면에 맞춰서 최상으로 서비스를 해야 할 몫은 SKT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공급하는 업체도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베타 기간 동안 좀 더 다듬었으면…


SKT 입장에서 보면 N스크린 서비스를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입니다. 또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서비스와 전략 단말기를 내놓은 것을 탓할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오히려 TV나 영화 컨텐츠를 즐기고 싶은데 시간이 모자라는 이용자들에겐 적극 권할만한 서비스가 될 수도 있지요. 사실 호핀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많은 기능을 녹이려는 노력에 감탄했습니다. 추천 시스템이나 개인화 기능, 플레이어의 편의성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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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핀 단말기에서 재생할 때 관련 정보를 함께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직접 써보니 가장 중요한 몇 가지를 놓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용자가 이 서비스를 쉽게 쓸 수 있느냐는 점이지요. 물론 제 입장에선 호핀이 어려운 서비스는 아니었습니다만,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쓰려는 일반 이용자에게 호핀의 가입과 결제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더불어 호핀 단말기에서 보던 컨텐츠를 PC나 TV에 이어 보는 것은 그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때 화질 문제도 걸림돌이 될 듯 합니다. 이용자가 주로 쓰는 화면의 호핀에 대한 사용성을 높이고 그 뒤에 기능을 확장해 가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호핀 서비스는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써야 하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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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터페이스는 좋지만, UI 화질도 더 높여야 한다
‘처음’이란 보이지 않는 벽과 같습니다. 처음이라는 벽이 없거나 낮으면 그 다음 벽을 넘는 것도 쉽겠지요. 하지만 처음의 벽이 높으면 대부분 그 벽을 넘으려는 생각을 접기 마련입니다. SKT 호핀도 처음 이용하는 입장에서 그 벽이 있는지 없는지, 얼마나 높고 낮은지 살펴보고 좀더 보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니 정식 서비스 전까지 그 벽을 낮추거나 없앨 시간은 있습니다. 정식 서비스에서는 더욱 편해지길 기대합니다.


덧붙임 #


1. 현재 호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컨텐츠는 워너 브라더스의 최신 영화를 포함, 3천 개 정도입니다. 연말까지 7천 개로 확대할 계획이랍니다.


2. 지금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아직은 베타 서비스인 상황입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6 Comments

  1. 2011년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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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결제도 도토리에… 스마트폰에서는 도토리 충전조차 힘들다니… 정말 이 서비스를 출범한 의미가 뭔지 다시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칫솔
      2011년 2월 6일
      Reply

      도토리를 생각할 필요가 없죠. 정액제가 아닌 이상 그냥 휴대폰 결제해서 보면 되는 문제인데 말이죠.

  2. 2011년 6월 8일
    Reply

    처음에 설명만 듣고는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TV로 봤을때 화질이 떨어지는 부분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네요.
    꼼꼼한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칫솔
      2011년 6월 11일
      Reply

      네, 이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 짚고 넘어 가겠습니다. ^^

  3. 서효준
    2013년 8월 26일
    Reply

    좋은글 감사합니다~
    호핀에 대해 많이 알고 갑니다.

    • 칫솔
      2013년 8월 31일
      Reply

      이 글 이후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것을 감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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