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보다 속도에 욕심 낸 샌디스크 낸드 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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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벽을 넘으면 그 다음 더 높은 벽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기술 기업들이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지만, 어쩌면 낸드 플래시 기업들에게 그 벽들은 더 가혹한 것일 지도 모른다. 장치의 특성에 따라 저장 매체가 달라진다 해도 여전히 한정된 공간 안에 더 많은 비트를 우겨 넣어야만 하는 스스로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종종 그러한 압박을 이겨내고 기술적 장벽을 겨우 하나 넘더라도 그것이 업계의 트렌드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실 남은 건 기술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도 비슷한 처지다. 스마트폰처럼 작은 장치는 플래시 메모리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넓힐 수 없어 플래시 메모리의 제한된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비트를 저장해야 하는데, 이를 풀어내는 해법은 플래시 업체들마다 비슷하다. 손톱 크기만한 제한된 면적에 효율적인 저장을 위해 도입한 기본 개념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지금까지 대부분은 하나의 셀에 부유 게이트나 부도체에 전하를 저장하는 층을 늘려 2~3개의 비트를 저장하고, 미세 공정을 통해 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셀의 간격을 좁히는 방법으로 용량을 늘려왔다. 하지만 셀의 간격을 좁힐 수록 읽고 쓰기 위해 인가하는 전압으로 인한 셀간 간섭 현상이 심해져 결국 쓰기나 읽기 오류를 일으킨다. 낸드 플래시 업체는 셀간 간섭의 해법을 찾아 그 장벽을 넘어왔는데,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치자 3D 낸드 플래시라는 새로운 해법으로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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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낸드 플래시 구조는 각 플래시 업체마다 구현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셀에 저장하는 기본적인 원리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종전에 전자를 담는 구조를 수평에서 수직으로 틀고 각 셀의 간격을 넓히면서 간섭을 줄이는 구조로 바꾼 것인데, 단독 주택들이 모인 구조를 복도식 아파트 같은 구조로 바꾼 셈이다. 이렇게 구조를 바꾸고 셀을 겹겹이 쌓아 올리면 결국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게 된다.

3D 낸드로 전환하면서 낸드 플래시 업체들은 몇 단을 쌓느냐는 경쟁을 해왔다. 간섭 없이 단을 늘리는 것도 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였는데, 단의 증가는 곧 낸드 플래시 용량과 직결되는 부분이라서다. 최근까지도 낸드 플래시 업계는 기존보다 더 높은 단을 쌓는 데 성공하자마자 곧바로 보도자료를 뿌릴 정도로 많은 신경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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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낸드 플래시 늘어난 용량은 스마트폰의 저장 공간을 올리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용량 많은 낸드 플래시일수록 스마트폰 제조사는 비용 측면이나 공간 설계, 전력 등 여러 유리한 이점을 얻을 수 있는데, 특히 모바일 데이터의 저장량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로 볼 때 대용량 낸드 플래시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샌디스크가 지난 월요일 제품 설명회에서 공개한 낸드 플래시도 이러한 요구를 충족한다. 손톱 크기만한 하나의 낸드 플래시에 최대 256GB까지 저장한다. 여러 개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넣지 않고 하나만으로도 스마트폰에 필요한 저장 공간을 충족한다. 하지만 하나의 낸드 플래시에 최대 용량을 선보인 것은 샌디스크가 아니다. 샌디스크에 며칠 앞서 삼성은 최대 512GB를 저장할 수 있는 낸드 플래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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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샌디스크가 용량보다 강조한 게 따로 있다. 저장 속도다. 업계 요구에 맞춰 낸드 플래시의 용량은 늘릴 수 있다고 말하는 샌디스크는 상대적으로 저장 속도의 차이를 강조한다. 샌디스크가 국내에 출시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표면적으로 eMMC 5.1과 UFS 2.1 두 가지 규격에 맞췄다. 흥미로운 점은 두 제품의 순차 쓰기 속도가 순차 읽기 속도로 착각할 법하다는 점이다. eMMC 5.1을 채택한 iNAND 7550은 순차 쓰기 속도 260MB/s, UFS의 iNAND 8521은 500MB/s의 순차 쓰기 성능을 갖고 있다.

샌디스크는 순차 쓰기 속도에서 경쟁사보다 빠른 이유로 스마트SLC를 든다. 스마트SLC는 셀에 곧바로 쓰기보다 속도가 더 빠른 SLC를 버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웨스턴 디지털에 인수되기 전 샌디스크의 MLC 또는 TLC SSD의 쓰기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쓰던 방식이었다. 낸드 플래시에 집적된 SLC의 용량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샌디스크는 eMMC 5.1 규격의 iNAND 7550에 4세대 스마트SLC를, UFS 방식에는 5세대를 각각 썼다. 4세대와 5세대의 기본 구조는 거의 같지만, 5세대는 4세대에서 펌웨어로 구현되던 일부분을 컨트롤러에 넣은 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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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스크는 이처럼 속도의 우위를 강조한 두 개의 낸드 플래시가 어떤 스마트폰에 적용될 지 말하지 않는다. 늘 그렇듯, 고객이 직접 밝혀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두 제품이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장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추할 수 있는 범위는 그리 넓지 않다. UFS는 플래그십, eMMC 제품은 중급 이상의 제품이다. 2018년에 출시될 모든 제품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시리즈가 유지되는 제품이라면 대략 한 가지는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18년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라면 이제 256GB는 넣어야 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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