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연결한 구글 크롬박스가 즐거워졌다

크롬OS와 크롬박스
지난 7월 중순 쯤 크롬박스 개발자 버전을 구한 뒤 이를 구글TV 대용으로 쓸 수 있는지 평가해봤다. ‘TV에 물려 본 크롬박스 단상‘이란 글을 통해 크롬박스가 구글TV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때 내린 결론을 이렇게 고쳐야 할 것 같다. ‘크롬박스를 구글TV 대신 쓸 수도 있다’는 쪽으로.

크롬박스와 구글TV는 전혀 다른 개념의 장치다. 크롬박스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한 PC의 대체제 성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고, 구글TV는 TV가 갖추지 못한 인터넷 연결성을 강화해 다양한 컨텐츠를 소비하는 스마트 셋톱이기 때문이다. 개발 방향이 다른 두 제품은 결코 영역의 충돌이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 컴퓨팅 장치라는 속성과 구글의 클라우드 기반에 작동하는 환경에서 상당 부분 유사성을 지닌다. 심지어 UI는 다르면서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한 조작도 비슷한데, 이는 구글TV가 PC와 다른 TV의 이용자 경험을 차별화하는 데 사실상 실패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먼저 선보인 구글TV가 단순하게 설계하지 못한 이용자 경험과 느린 하드웨어로 불편을 준 터라 크롬박스에 기대를 많이 걸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크롬박스를 구글TV처럼 쓰겠다는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딱 하나였다. TV에서 소리를 출력하는 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크롬박스는 HDMI 단자가 없는 대신 DVI와 디스플레이포트++ 단자로 영상을 출력하고 소리는 자체 스피커나 이어폰 단자를 통해 내보내도록 설계되었다. DVI to HDMI 케이블을 이용해 크롬박스와 TV를 연결할 수는 있지만 TV를 통해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TV에 표시되는 컨텐츠를 즐기는 맛이 반감된다. 물론 TV에서 인터넷 컨텐츠를 소비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그럴 경우 크롬박스의 이용 환경은 더욱 제한되는 문제가 생긴다.

크롬OS와 크롬박스
크롬박스의 뒤쪽 단자에 HDMI가 없지만 DVI 단자로도 소리 출력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8월 21일 크롬OS가 21.x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소리와 관련한 문제가 해결됐다. 크롬박스를 DVI to HDMI로 TV와 연결해도 TV에서 소리가 나도록 기능을 손봤기 때문이다. 이 기능은 8월21일자 업그레이드의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도 없고 크롬OS 업데이트 소식에도 뒤부분에 짧게 언급된 정도의 수정이지만, 실제 크롬박스를 TV에 연결해 쓰는 입장에서 이것만큼 획기적인 업그레이드 요소는 없다. 크롬OS의 UI가 부분적으로 개선되기는 했지만, 크롬박스가 다양한 환경에 쓰일 수 있도록 가장 밑바닥에서 문제가 된 연결성을 단순화하고, 대형 TV를 비롯한 좀더 다양한 표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서다.

크롬OS와 크롬박스
새로운 크롬박스의 앱 런처. 작은 화면에 페이지를 나눠서 표시하는 방식이 더 불편하다

크롬박스는 전문 엔터테인먼트 기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 컨텐츠를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특히 브라우저만 있으면 볼 수 있는 컨텐츠는 상당 부분 문제 없이 돌아간다. 이러한 컨텐츠 중에 TV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제법 된다. 유투브나 다음 팟, 티빙 같은 서비스로, 이들은 주문형 비디오와 TV 채널을 대신할 수 있다. 이런 인터넷 영상 서비스는 크롬박스에서 기막히게 작동했지만, 이번 업그레이드 전까지 TV에서 적극적으로 쓸 수 없었다. 앞서 지적한 소리의 출력 때문이었고, 이번 업그레이드 덕분에 이제는 TV에서도 즐거운 장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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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이 좋아 인터넷 컨텐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긴다
인터넷 컨텐츠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 크롬박스를 구글TV 대신 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 구글TV와 크롬OS는 분명 다른 제품이다. 하지만 UI가 다를 뿐 둘의 지향점이 같고 사실상 같은 서비스를 다른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둘 중 하나를 우리나라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크롬박스가 나을 수도 있다. 이는 브라우저를 통해 다룰 수 있는 동영상과 음악, 게임 같은 인터넷 서비스가 더 많고 빠른 처리 성능 덕분에 부드럽고 빠르게 다룰 수 있는 장점이 더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구글은 며칠 전 구글 플레이의 음악과 TV 프로그램을 크롬OS에서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는데, 이러한 컨텐츠 서비스의 확대는 업무용이나 교육용 클라우드 컴퓨터라는 크롬박스의 이미지를 벗기는 데 도움이 될만한 변화다. 인터넷 컨텐츠를 원하는 환경에서 편하게 즐기는 크롬박스가 훨씬 친근하고 다가가기도 편하니까. 이런 변화가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앞서 내렸던 부정적인 평가는 얼마든지 기쁜 마음으로 뒤집으려 한다. 지금처럼.

덧붙임 #

1. 그래도 지금의 크롬박스의 엔터테인먼트 지수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50점쯤 될까? 크롬OS 안의 플레이어와 홈네트워크에 있는 PC 컨텐츠를 스트리밍할 수 있는 기능이 더해진다면 더 많은 점수를 받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2. 지금은 일반인들이 크롬박스를 살 시기는 아니다. UI가 많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구글 클라우드에 대한 적응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은 쓰기 어렵다.

3. 궁극적으로 구글TV는 넥서스Q 형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TV 세트 업체를 위한 플랫폼으로 구현하더라도 넥서스Q 같은 형태로 이용자 경험을 축소해야 한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 Comments

  1. 2012년 9월 2일
    Reply

    지금 윈도우PC를 TV연결해서 사용중인데 크롬박스를 달아볼까 하면서 찾아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높네요.

    • 칫솔
      2012년 9월 4일
      Reply

      네. 아직 비쌉니다. 그리고 쓰면 쓸수록 어려운 부분도 있고요. 원래 소비자용 제품이 아니긴 하지만, 크롬OS 자체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꼭 쓰겠다는 분이 아니면 추천하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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