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원, 넥서스S, 그리고 갤럭시 넥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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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넥서스 같은 레퍼런스 단말기에 왜 그리 관심을 갖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다른 스마트폰보다 하드웨어적으로 더 나은 것도 없는 데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나온 레퍼런스 시리즈를 모두 다 모았으니 관심이 많아 보일 법도 하지요. 실제로 관심이 많기는 합니다. 레퍼런스 단말기는 단순히 하드웨어로만 보는 게 전부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생태계의 역학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단말기이기 때문이죠. 안드로이드를 공급하고는 있어도 직접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않는 구글이 자기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레퍼런스는 독특한 균형감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물론 구글이 직접 운영체제의 업그레이드를 관리하는 편의성도 무시하긴 어렵지만, 그보다 더 많은 생태계 역학을 볼 수 있는 것이 레퍼런스 단말기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레퍼런스 단말기는 넥서스원, 넥서스S, 갤럭시 넥서스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레퍼런스가 고작 2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기에 출시되었다는 점입니다. 정말 빠른 안드로이드의 발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면서 이를 둘러싼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흐름도 볼 수 있는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넥서스원부터 갤럭시 넥서스까지 레퍼런스의 역사와 그 의미에 대해서 가볍게 정리해 봅니다.

* 이 글은 스마트디바이스에 올렸던 ‘갤럭시 넥서스까지 레퍼런스의 역사‘라는 글의 일부를 보강해 재편집한 것입니다.

1. 넥서스원(Nexus One)

한국 시각으로 2010년 1월 10일 새벽, 구글은 자체 브랜드의 넥서스 시리즈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HTC가 제조하고 구글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 최초의 넥서스원은 1GHz 프로세서와 800×480 해상도의 3.7인치 AMOLED 화면을 가진 하드웨어에 안드로이드 2.1 에클레어를 얹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었지요.

지금은 1GHz 이상의 스마트폰이 흔하지만, 넥서스원이 나올 당시만 해도 1GHz 스마트폰은 거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1GHz AP를 달았던 넥서스원은 당시 단말기와 비교했을 때 고성능 단말기의 시초였지요. 때문에 구글은 넥서스원을 내놓으면서 ‘슈퍼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마켓 플레이스나 앱스토어 플랫폼의 진화를 위해 업계의 생태계를 바꾸고 이에 맞는 고성능 하드웨어를 선보인 것을 종합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상징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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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사실 넥서스원을 통해서 안드로이드에 필요한 하드웨어의 기준을 제시한 셈입니다. 물론 운영체제를 단말기에 최적화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안드로이드의 여러 기능을 수행하기에 알맞은 최소 제원을 스스로 설정한 것이기도 했지요. 물론 넥서스원 이후 고성능 단말기가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떨어지는 제원의 스마트폰을 만나는 일도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넥서스원은 생각만큼 많이 팔리지 않았습니다. 단품 판매가가 530달러로 싼 편이었지만, 이통사를 통한 판매가가 결코 싸지 않은 데다 이를 판매하는 이통사도 적었지요. 더구나 구글도 열심히 팔려고 하지 않았지요. 마케팅도 손을 놓았고요. 그래도 최근 진저브레이드까지 업그레이드하는 등 운영체제에 대한 책임은 다하려고 노력했는데,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로 업그레이드는 하지 않을 것 같군요.

2. 넥서스S(Nexus S)

구글이 두번째 레퍼런스인 넥서스S를 준비한다는 소문은 솔직히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빨리 등장해 버리고 말았지요. 2011년 초에 선보여질 것으로 예상됐던 두 번째 레퍼런스 단말기인 넥서스S가 2010년 12월에 발표되었으니까요. 물론 실제 출시는 약간 연기됐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이른 발표였습니다.

이렇게 서둘러 발매된 배경으로는 앞서 발표한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를 얹은 단말기의 출시가 늦어지면서 시장의 공백을 메울 장치가 필요한 것이 가장 컸습니다. 또한 넥서스원 때와 다르게 삼성으로 제조사를 옮기면서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필요도 있었지요. 넥서스투 대신 넥서스S라는 이름을 쓴 것도 두 번째(Second)의 S도 있지만, 삼성의 내놓은 갤럭시S의 S와 같은 의미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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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S는 레퍼런스지만 맨 처음 진저브레드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원은 당시 다른 안드로이드폰보다 뛰어나지 않았지요. 1GHz의 허밍버드 프로세서와 16GB i낸드 메모리, 512MB램, 4.0인치 슈퍼아몰레드 터치스크린, 3축 자이로스코프를 비롯한 각종 센서(가속센서, 디지털 콤파스, 근접 센서, 조광 센서), 500만 화소 카메라, 1500mAh, A-GPS, 블루투스 2.1, 무선 랜, 배터리를 갖췄습니다. 곡면 유리를 쓴 독특한 외형이 눈길을 끌기는 했어도 제원만으로는 돋보이는 하드웨어는 아니었지요.

그런데 넥서스S를 발표하면서 구글보다는 삼성이 좀더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넥서스S의 보급을 위해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외부 마케팅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섰지요. 이러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구글과 삼성은 넥서스S를 GED라 불렀는데, 구글을 경험하는 장치(Google Experience Device)라는 의미였습니다. 사실 레퍼런스 단말기는 구글 서비스 이외의 그 어떤 것도 올라가지 않으므로 그 특징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데, 레퍼런스에 대한 의미를 좀더 강조하고 나선 것이지요. 실제로 진저브레드를 얹었으면서도 넥서스S와 다르게 NFC를 갖추지 않은 단말기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레퍼런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NFC 기능은 실제 활용성은 떨어졌다는 아쉬움도 있는데, 어쨌든 넥서스S는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업그레이드가 예정되어 있다는군요.

3. 갤럭시 넥서스(Galaxy Nexus)

앞서 두 번의 레퍼런스 단말기는 운영체제와 함께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넥서스원은 운영체제가 흔히 쓰이는 시절에 나왔고, 넥서스S는 운영체제 공개 뒤 출시되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면 갤럭시 넥서스는 여러모로 파격적인 레퍼런스입니다. 갤럭시 넥서스는 운영체제와 함께 2011년 10월 19일에 발표되었으니까요. 또한 다른 제조사를 택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다시 삼성을 통해 개발과 생산을 하면서 삼성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를 앞에 내세운 이름에 대한 양보도 드문 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갤럭시 넥서스도 듀얼 코어 스마트폰이긴 하지만, 상당히 앞서는 제원은 아니지요. 코어텍스 A9 기반의 1.2GHz 듀얼 코어 AP(TI OMAP 4460)와 1280×720 해상도의 4.65인치 슈퍼 아몰레드 HD, 1GB램, 16GB의 저장 공간, 앞 130만 화소/뒤 500만 화소 카메라, NFC와 무선 랜, 각종 센서 등 다른 스마트폰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화면 해상도를 HD로 올리면서 이에 맞춰 UI를 모두 바꿨다는 점은 전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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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넥서스는 이용자들이 많이 쓰는 기본 기능을 좀더 강화했습니다. 빨리 사진을 찍고 넓은 파노라마 사진을 쉽게 찍는 촬영 기능을 강화한 데다 간단한 편집 기능도 갖췄습니다. 이용자가 데이터 사용료를 초과해 쓰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데이터 전송 용량을 관리 기능이 더해졌고, 홈 화면 위젯의 크기 조절과 폴더 생성을 좀더 쉽게 만들었습니다. 잠금 화면 조작 기능도 늘어나 노티 바를 곧바로 내릴 수도 있고, 이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잠금 화면을 해제할 수 있지요. NFC를 이용해 지도 정보나 연락처 등을 주고 받는 안드로이드빔도 새로 추가됐습니다. 데이터를 좀더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와이파이 다이렉트, 음성 입력 엔진 개선 화면 캡처 기능도 기본으로 들어가거나 개선되었고요.

이처럼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이전 안드로이드에 비할 수 없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었고, 지금은 유일하게 갤럭시 넥서스에서만 즐길 수 있습니다. 머지 않아 ICS 단말이 쏟아져 나오면 갤럭시 넥서스는 자연스럽게 기억에서 멀어지겠지요. 하지만 그 다음 레퍼런스가 나오면 또 갤럭시 넥서스에 대한 추억을 꺼낼 것입니다. 레퍼런스는 그 역사를 돌아볼 가치를 가진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거든요.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2 Comments

  1. 2011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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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서스원 / 넥서스S 를 써온 넥부심 때문일까요?
    갤럭시 넥서스에도 많은 관심이 가는데요.
    한가지 궁금한게 있네요.

    갤럭시 넥서스 옆구리에 접촉단자로 보이는 3개 점….
    넥서스 원에서처럼 충전용 거치대를 위한 단자겠죠? ^^;;

    • 칫솔
      2011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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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부심. 오랜만에 듣네요. ㅎㅎ
      그나저나 충전 단자 맞는데 아직 거치대가 안 나왔어요. ㅠ.ㅠ

  2. 2011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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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 칫솔
      2011년 12월 15일
      Reply

      고맙습니다. ^^

  3. ㅎㅎ
    2011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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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갤럭시 넥서스는 비슷한 시기에 강력한 스펙을 갖춘 폰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lte때문인지 별로 그렇지 않더군요 그래서 스펙도 꽤나 경쟁력이 있어보입니다.ㅎㅎ

    • 칫솔
      2011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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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체제의 경쟁력만 놓고 보면 따라 올 게 없지 않을까요? ^^

  4. Jordan
    2011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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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넥서스에서 ‘갤럭시’를 앞에 내세운 것은, 구글의 요청이었다고 합니다.
    혹시나 저 ‘양보’라는 말을 ‘구글의 양보’라는 뜻으로 쓰신건지 해서 댓글 올려봅니다.

    • 칫솔
      2011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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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여러 각도로 확인해본 바 구글이 요청한 게 아니었습니다만… 혹시 구글이 요청했다는 것을 뒷받침할 정보가 있으면 좀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5. 넥서스
    2012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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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두넥원쓰는유저대 넥원이 안드로이드 기준돼잇는폰이면서 이러케제작하면됀다는거확인해준셈이죠 넥원은ㅠ 문제가 간혹터치문제 ㄷㄷ

    • 칫솔
      2012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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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도 수두룩.. 그게 안드로이드죠.

  6. 2012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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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휴대폰 기기보상을 통해 넥서스로 갈아탔는데요 (구버전)
    안드로이드 기기들 많이 봣지만.. 안드로이드 OS 를 이용한 기기들중.. 가장 직관적이더군요
    솔찍.. 기기보상전 HTC,나 국내 기기들은 개발일을 하고있는 제가 휴대폰 기능에 대해서
    부모님에게 설명 드리기 참 난해하고 어려웠답니다..
    그러나 넥서스는 좀더 간결함? 이라고해야할까요? 넥서스 구매해서 쓰시는분들 후회하진 않을듯하네요

    • 칫솔
      2012년 1월 18일
      Reply

      사실 부모님 세대에는 좀더 쉬운 UI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지만… 조금만 배워도 쓰실 수 있다면 다행이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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