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7 리콜과 헛똑똑이 된 삼성

21일 저녁, 마침내 녹색 배터리 아이콘이 또렷한 새 갤럭시 노트7을 손에 쥐었다. 문제가  된 갤럭시 노트7의 교환 절차를 모두 끝낸 것이다. 19일 아침에 시작되어 21일에 마무리한, 삼성도 준비한 교환 가이드라인에도 나오지 않는 최고 난이도를 모두 통과한, 끝판왕급 교환 작업을 마무리한 뒤 상담원과 난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과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갤럭시 노트7의 교환은 참으로 쉽지 않았다. 19일 당일에 마친 이용자를 빼고, 자가 유통 단말의 복잡한 교환 과정을 감안하면 3일 안에 끝낼 수 있던 것는 행운이라 부를 만하다. 이렇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던 것은 이 일을 열성적으로 해결하려고 애쓴 이들을 만난 행운의 결과다. 어쨌든 이걸 행운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같은 제품을 갖고도 교환 예정일이 미뤄지진 다른 이용자가 여전히 많은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교환 제품은 매일 소량씩만 공급되는 데다 5천 건 이상의 전산 작업이 밀려 있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이 교환 작업이 이달 말이라도 마무리 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현장 상담원들의 비관적인 예상은 이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번 갤럭시 노트7의 교환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는 글을 남긴다. 이 교환 처리를 지켜본 입장에서 삼성의 위기 관리에 상당한 허점을 봤기 때문이다. 원래 이 글의 원본은 나의 페이스북에 있지만, 각 사안에 따라 좀더 내용을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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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받은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표시 아이콘은 녹색으로 바뀌어 있다

1. 나는 삼성전자 무선 사업부 고동진 사장이 9월 2일 이번 사태에 직접 관련 입장을 표명한 점은 적절했다고 본다. 다만 딱 거기까지다. 나는 그 때의 발표를 전달받는 과정에서 갤럭시 노트7을 구매한 이용자들이 해명과 사과를 받았다고 여기지 않을 것을 알았다. 크게 다른 이유는 아니다. 나는 이날 IFA 취재를 위해 독일 베를린에 있던 터라 발표 상황을 정확히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혹시나 고동진 사장의 메시지가 SNS에서 공유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분명 그날 직접 입장을 표명했지만, SNS를 활용한 사과와 해명은 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에 출입하는 뉴스 매체의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던 고동진 사장의 메시지 전달법은 고객과 소통할 수단이 널린 SNS 시대에서 맞지 않는 방법이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고객들에게 직접 정확한 문제 해명과 사과를 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은 고객의 한사람으로 정말 유감인 것이다. 수많은 뉴스에서 고동진 사장의 행동을 보도하며 그의 용기있는 결정을 칭찬했고 주식 시장도 그에 반응했다. 이와 달리 고객의 한사람으로써 고동진 사장의 말이 탐탁지 않던 것은 시장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고객들에게 직접 소통하는 방법이 같을 거라는 착각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수많은 뉴스를 통해 ‘미안하다고 전해 주시오’라는 방법을 택한 탓이다. 이는 5년 전 소니 PSN이 해킹당했을 때 소니 CEO 카즈오 히라이는 유투브를 통해 차분하게 해명과 사과를 했다. 이때와 비교해 너무 상반되는 모습이다. 분명 삼성은 SNS를 잘 활용하는 기업이지만, 고객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여전히 낡은 시대의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이번에 확실히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하다.

2. 갤럭시 노트7의 교환 방침을 알린 뒤, 삼성의 대응이 안일했다고 보는 것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구매자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발표 당일 100만 대 중 25대만 문제될 수 있다는 통계를 인용함으로써 이용자에게 발화 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풀도록 만들었고, 결국 갤럭시 노트7을 소유하고 있던 모든 구매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삼성은 국내서 판매된 40만 대를 구매한 고객에게 알리는 게 한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구매처가 달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 말이 정말 핑계처럼 들리는 것은, 내가 독일에서 돌아온 날까지 삼성 스토어에서 구매한 내게도 해당 제품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하라는 안내를 직접 받아본 게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은 한꺼번에 상황을 알릴 수단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방법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모든 갤럭시 스마트폰은 보안이나 기능을 추가하는 시스템 업데이트를 하기 위한 동의를 먼저 받는다. 이 업데이트가 뿌려질 때 업데이트된 내용을 전달하는 안내문을 띄울 수 있으므로 모든 단말에 메시지를 보내는 게 전혀 불가능하진 않았다. 이미 이용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의 업데이트에 동의한 사항인데다 안전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만 했다.

3.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는 독일에서 돌아오자마자 갤럭시 노트7을 점검 받았는데, 서비스 센터가 의외로 한산해 놀랐다. 점검을 받아야 할 고객들로 넘칠거라는 예상과 너무나 다른 이유는 이용자들이 발화 위험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 판매된 40만대 중에 12% 정도(약 5만대)만 서비스 센터에서 점검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이를 말해준다.

이는 삼성전자 역시 서비스 센터에서 적극적으로 점검을 받을 것을 독려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기도 하다. 19일부터 교환을 시작한다고 너무 일찍 알린 것도 이용자들이 굳이 서비스 센터를 찾지 않게 만드는 이유로 작용했을 게다. 하지만 이용자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제품을 점검하도록 만드는 삼성의 노력을 찾아볼 수 없던 것이다. 삼성이 초기에 한 일은 신문에 비싼 사과문을 싣고 SNS에 간단한 안내문을 올린 게 전부일 뿐, 미국에서 사용자제 권고가 나올 때까지 이용자에게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다. 최소한 구매자들이 심각성을 알고 서비스 센터에 방문해 진단을 받은 뒤 향후 대응에 대해 이야기를 전달받았다면 추가 발화로 인한 불안감에 떠는 것은 훨씬 줄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잘못된 설명은 앞으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서비스 센터에서 점검을 마친 뒤 해당 직원은 내게 “고객님의 단말기는 괜찮네요” 말을 했다. 이 말에 안심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사실 초기 모델을 모두 잠재적으로 발화 위험을 안고 있던 터라 이 발언은 ‘문제가 없는 제품’으로 오해하기 쉬운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가장 기본적인 대응 메뉴얼 조차 잘못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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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된 갤럭시 노트7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이 같은 배터리 상태 표시 문구가 뜬다. 하지만 제품 외부에 교체된 것을 알리는 표시는 따로 없다.

4. 앞서 교환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제기했지만, 교환이 어떤 원칙에 의해 진행되는가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은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분명 이번 교환에서 우선 순위에 들어가야 할 구매자가 있었다. 발화 위험이 있던 단말을 가진 이들이다. 문제는 그런 위험 제품을 갖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내려면 반드시 서비스 센터에 가야 하지만 실제로 어마나 점검을 받았는지 모른다. 오히려 발화 위험을 안고 있는 단말은 현장에서 회수한다는 게 알려진 탓에 오히려 발길을 끊었던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위험군에 속한 제품을 가진 이들에게 우선 교환 정책을 내세웠다면 좀더 많은 고객들이 사전 점검을 받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일 입장 표명 이후 19일부터 교환을 시작하겠다고 성급하게 발표한 탓에 교환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시간을 온전히 써도 모자랄 판에 긴 추석 연휴까지 있어 교환 작업을 준비해야 하는 이들에게 시간은 더 모자랐을 것이다. 내가 교환을 시작하는 첫 날의 경험을 공유했던 것처럼 교환 과정에 대해 고객들에게 정확하게 알리지 않아 더 혼란스러웠던 것도 알릴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이 컸을 것이다.

그렇게 이해를 하고 싶어도 교환을 시작하기로 한 19일 당일까지도 교환 받을 제품들이 전산에 입력되지 않은 점, 교환 작업을 맡아 진행하는 상담원들에 대한 교육이 당일 아침에 이뤄질 정도로 미진했던 점, 확실하게 처리한다며 받을 지 안받을지 모를 전화로 일일이 의사를 묻고 있는 점 등 교환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이 교환 절차가 얼마나 급조된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준 예들이다. 지금도 환불 정책이 바뀌고 고객 보상 이야기도 오락가락하는 걸 보면 제대로 준비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결국 이번 교환에서 드러난 모든 문제는 ‘무엇이 중헌지 모르는’ 삼성의 조급증이 빚어낸 잘못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부터 내년 3월까지 제품을 교환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 교환 작업은 더 늦게 시작해 짧은 기간 빠르게 교환하고 끝냈어야 옳다. 내년 3월까지 교환할 수 있도록 놔두면 남아 있는 갤럭시 노트7을 계속 위험한 제품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고 이는 서둘러 교환한 갤럭시 노트7 이용자에게도 직간접적인 피해로 남길 수밖에 없는 탓이다. 갤럭시 노트7이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혹시나 하며 불안을 느낄 이들을 생각하면 빠른 교환의 시작보다 짧은 기간 확실한 교환이 목적이어야 했지만, 삼성전자는 그 반대를 선택해 오히려 지속적인 위협 제품으로 남겨둘 가능성만 키워 놓았다. 빠듯한 시간에 일찍 교환을 시작한 것을 자랑할 게 아니라 제대로 끝내는 것에 집중했어야 맞다.

조금 더 고민한 뒤 교환 정책을 내놓았다면 이렇게 무질서하고 대책 없는 교환 과정에서 느꼈을 불편은 훨씬 줄었을 지 모른다. 누군가는 삼성전자의 결정, 교환 진행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직접 제품을 사서 교환의 현장을 목격한 나는 이번 갤럭시 노트7의 교환 경험을 통해 삼성전자의 미숙한 일처리가 또 다른 화를 불러오지 않기만을 진심 바라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교환 과정에서 성심을 다해 준 상담원과 묵묵히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 삼성전자에 나눠줄 칭찬은 하나도 없는 점이다. 끝까지 고객보다 자신만을 지키려한, 그야말로 헛똑똑이였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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