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생태계적 한계와 타협해버린 넥서스7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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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7에 대한 주위의 기대치는 제법 높다. 한편에는 구글이라는 상표에서 느끼는 믿음도 있을 테고, 무엇보다 고성능 단말기를 30만 원도 안되는 값에 살 수 있다는 것에서 이끌리는 모양이다. 이달 중순부터 우리나라에서 넥서스7을 쓰는 이들은 물론 조급한 마음에 다른 나라에서 출시된 넥서스7을 구매했던 이들 역시 다른 이유를 들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던 것을 구글이 정확하게 파고 들었고 그것이 소비자가 구매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되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결과가 좋아 보이기는 해도, 여기에는 몇 가지 불편한 문제가 숨어 있다. 물론 그것은 이용자로부터 빚어진 문제가 아니라 안드로이드의 태블릿 생태계에 내제된 불안 요소다. 지금은 결과에 묻혀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넥서스7의 결과를 분석한 이들의 경고음이 여기저기에서 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넥서스7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태블릿의 화면 크기가 7인치 대다. 물론 그 이상의 크기로 만들어진 것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구글이 레퍼런스에 준하는 첫 태블릿인 모토롤라의 줌을 내놓았을 때 10.1인치였고, 삼성은 10.1인치 갤럭시탭과 갤럭시 노트를 출시했었다. 그 밖에도 여러 10.1인치형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내놨지만, 그럼에도 꾸준하게 반응을 보인 것은 7인치 모델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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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안드로이드 태블릿 세계에서 7인치는 무척 전략적인 선택이다. 첫 번째 이유는 단말기 제조 단가의 문제지만, 두 번째 이유는 앱 생태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7인치 단말기의 앱 생태계의 문제는 사실 이미 많은 이들이 오래 전부터 지적해 온 해묵은 논란거리 중 하나인데,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의 문제란 한마디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위한 앱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나왔음에도 전용 앱이 없다는 것은 의외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물론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65만 개의 앱 중에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위한 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고, 종종 그런 앱들을 구글 플레이에서 찾아볼 수는 있다. 단지 큰 화면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앱이 빠르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큰 화면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이용하는 매력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고 이용자에게 가치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제조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부족한 태블릿용 앱으로 인해 스마트폰용으로 개발된 안드로이드 앱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 지금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충이다. 결국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스마트폰용 앱을 실행하기 적합한 화면 크기를 가진 장치로 절충해야만 했는데, 그것이 갤럭시탭이나 넥서스7 같은 7인치 대 제품들이라는 것이다. 과거 갤럭시탭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비꼬았던 더 커진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애석하게도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갖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 중 하나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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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 시점의 해결책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앞으로 앱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넥서스7의 판매량이 늘더라도 넥서스7을 태블릿을 인식해 새로운 앱을 만들어 낼 것인지 불분명하다. 지금처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맞는 앱을 개발하고 넥서스7 같은 7인치 단말에서 수행 가능한 형태의 개발 환경이 계속 유지되고 고착화되면 앞으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위한 앱 개발 속도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구글이 이에 대한 해결 의지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앱을 개발해 내놓을 만큼 시장을 주도할 만한 단말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불안 요소다. 넥서스7 이후 대형화되고 고해상도의 화면을 가진 새로운 레퍼런스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에 앞서 앱의 소비를 주도할 단말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드로이드 태블릿 앱 생태계는 꽤 심각한 영양 결핍에 빠져들 수 있다.


결국 구글은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의 활성화를 명목으로 넥서스7의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어쩌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앱 생태계가 균형적 발전을 이루기 힘들 수 있고, 그것은 곧 더 큰 시장을 열지 못하는 구글의 한계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구글이 다른 것을 모두 포기하고 7인치 시장 만이라도 꽉 잡겠다는 전략이라면 어쩌면 옳은 판단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이 전략은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태블릿 한 대를 더 팔기 위해 돌아다니는 구글이 해야 할 일은 더 큰 시장을 창조하기 위해서 제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는 일이 아닐까?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9 Comments

  1. 2012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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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잘봤습니다. 저도 7인치대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는 킨들파이어를 사용했었는데요.
    말씀하신것처럼 태블릿용 앱은 그리 많지않고 스마트폰용 앱은 게임을 제외하면 UI가 많이 깨지거나7인치에서는 사용하기 애매한 앱들이 많더라구요 .^^
    결국엔 앱보다는 영상이나 이북을 주로 보는데 쓰는 ‘PMP’같았습니다. -0-;;

    • 칫솔
      2012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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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글에서 논하는 구글 플레이 중심의 앱 생태계에 킨들 파이어를 넣기는 조금 어렵긴 합니다만, 김범롤링베베님이 경험하신 앱의 문제는 어느 생태계에서나 공유될 수밖에 없는 문제일 것입니다. PMP 이상의 경험을 만들어내야 할텐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요. ^^

  2. 안드로이드 타블릿의 해답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의 넥서스7이 드디어 국내에서 지난 2012년 9월 28일부터 예약판매를 들어갔습니다. 국내에는 16gb모델만 판매가 되는데… 나오면 꼭 사야지 하고 생각해논 아이템인데도 여러가지 이유로 고민하게 되더군요. 가격은 29만 9000원으로 하이마트와 롯데마트를 통해서 유통이 됩니다. 1차 예약자는 빠르면 12일부터 받을 수 있다고 하는군요. 쿠폰이나 카드포인트를 활용하면 2~3만원정도 더 저렴하게 구입이..

  3. 2012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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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읽었습니다. 저렴해서 하나 구매할까 했는데, 말씀 들어 보니 섣불리 결제 버튼을 누르지 못하겠네요.
    돈 더 모아서 다음 달에 윈도우 8 태블릿이나 사야겠습니다;;

    • 칫솔
      2012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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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아크몬드님. 제품 자체는 괜찮습니다. 써먹을 방법도 많고요. ^^

  4. Tigris
    2012년 10월 5일
    Reply

    넥서스가 잘 팔리면 해결될 문제라고 봅니다.
    최근 인기가 늘어나니 아이패드용 앱이 넥서스를 지원하도록 발매된 일도 있네요 (http://www.onswipe.com/)

    • 칫솔
      2012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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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넥서스7은 잘 팔릴 겁니다. 이 글은 잘 팔릴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하나 끄집어 낸 것일 뿐이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듯 합니다.

  5. 익명
    2012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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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모토로라 줌이 나올 때 이야기가 아직도 진행중이었습니까?
    정말 넥서스7의 어깨가 무겁겠네요.

    • 칫솔
      2012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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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최근 대형 화면의 태블릿에 맞는 가이드 라인을 내놓기도 했는데, 앞으로 어찌될지는 두고 봐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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