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L 얹은 세 가지 넥서스에 관한 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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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구글이 안드로이드 L을 얹은 세 가지 넥서스를 발표했다. 넥서스 6, 넥서스 9, 넥서스 플레이어다. 각각의 성격은 스마트폰, 태블릿, 가정용 미디어 플레이어로 제원이나 형태가 모두 다르다. 그렇다고 밝혀진 제원이나 공개된 형태만 두고 하는 세 제품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쯤 지겹게 느낄 법한데, 사실 세 제품의 발표만 보면 조금 흥미로운 점을 몇 가지 찾아낼 수 있다.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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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 가지 레퍼런스 제품을 만든 회사는 모토롤라와 hTC, 그리고 에이수스다. 모토롤라가 중국 레노버에 매각된 상황이므로 이번 세 제품은 모두 중국과 대만에서 개발하고 생산되는 제품들이다. 문제는 이번 레퍼런스 제품들의 제조사 사정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세 가지 제품을 모두 만날 수 있을지 무조건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단 다행인 점은 2012년에 한국 지사를 철수한 hTC가 지난 8월 넥서스9의 전파 인증을 마친 것으로 확인된 것. 구글 코리아도 블로그를 통해 넥서스9만큼은 10월 말에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으므로 AS 편의성에선 어려움을 겪더라도 넥서스9은 머지 않아 국내 구글 플레이에서 구매 버튼을 볼 수 있다. 넥서스 7을 내놨던 에이수스는 국내에 지사를 두고 있어 넥서스 플레이어의 국내 유통에 좀더 신경쓸 수 있지만, 아직 전파 인증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터라 출시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가능성은 높은 편으로 분류해도 될 듯하다. 가장 큰 고민은 모토롤라. hTC와 마찬가지로 해당 제품의 수입을 책임질 국내 지사가 없는 탓에 우리나라에서 해당 제품을 살 수 있을지 정말 예측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구글이 나서서 해당 제품의 전파 인증을 비롯해 제품 유통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진행할 까닭이 없는 터라 당분간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물론 제반 사항을 해결하더라도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은 적지 않은 부담이어서 선뜻 선택은 쉽지 않을 듯하다.

모두 다른 프로세서, 엔비디아와 인텔의 64비트 레퍼런스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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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다른 세 가지 넥서스를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들면서 운영체제 이외의 공통점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처리 장치만 보면 넥서스 6는 퀄컴 스냅드래곤 805, 넥서스 9은 엔비디아 K1 덴버(듀얼코어), 넥서스 플레이어는 아톰 Z3560(실버몬트)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현재 가장 좋은 성능을 갖고 있는 AP로 알려진 것들이므로 다른 경쟁 제품들과 비교해도 성능에서 크게 뒤쳐지는 일 없이 경쟁할 수 있을 듯하다. 일단 넥서스 9은 64비트 안드로이드 L을 실행하는 최초의 모바일 제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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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텔 프로세서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인텔 프로세서가 처음으로 레퍼런스 제품군에 탑재된 것 뿐만이 아니라 정말 아톰 Z3560이 탑재됐다면 넥서스 플레이어 역시 안드로이드를 얹은 64비트 플레이어인 것이다. 이날 발표한 넥서스 9에 실린 엔비디아 테그라 K1 덴버와 함께 첫 번째 64비트 코드 지원을 받은 최초의 프로세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이 넥서스 플레이어에 올린 안드로이드 L을 64비트로 활성화했는지 아직 알 수 없는데다 이에 대한 질문이 없다보니 지금까지 확인한 정보로는 64비트 코드를 쓰는 것 같진 않다. 어쨌거나 구글이 지난 구글IO에서 개발자에게 엔비디아 테그라4를 얹은 안드로이드 TV 시제품을 전달한 이후 첫 상용 제품인 넥서스 플레이어에서 인텔 프로세서를 얹은 것은 의미있는 변화다. 만약 64비트 플레이어였다면 할 말은 더 많았을 테지만 이런 변화에 대해 인텔은 그렇게 싫지도, 마냥 좋아하지 못할 그런 상황인지도 모른다. 모바일 시장의 확대를 위해선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된 레퍼런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등장하는 것이 인텔에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지만, 여전히 현실은 그런 그림을 그려주지 않고 있어서다.

구글이 대신 팔아주는 모토X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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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온 구글의 넥서스 스마트폰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어느 한 제품도 이전 제품과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는 것과 더불어 그 제품을 만든 제조사의 다른 단말기와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HTC 디자이어가 넥서스원과 비슷했지만, 버튼 구조나 부분적인 만듦새가 다르고 넥서스원 이후에 나온 제품이었기 때문에 넥서스원의 고유성은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넥서스 시리즈는 제품마다 다른 제조사로 인해 연속성을 느낄 수는 없어도 넥서스 만의 차별화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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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토롤라의 넥서스6는 그 규칙을 깨는 첫번째 제품이 될 듯하다. 넥서스 6는 화면을 비롯해 전체적인 크기만 다를 뿐 뒤쪽의 느낌이 모토X 시리즈와 놀랄 만큼 닮아 있어 구글이 종전에 존재했던 유사 제품 중 하나를 넥서스 생태계로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물론 넥서스 6에 쓰인 재질이나 전반적인 완성도에서 모토X와 다른 점을 찾는 것은 어렵진 않으나 새로운 넥서스라는 이미지보다 모토롤라의 이미지에 확실히 근접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모토X와 겹치지 않는 고급형 제품이라는 차별화를 할 수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구글이 넥서스의 이름을 모토X에 비싸게 빌려준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말 그대로 구글 넥서스보다 구글 모토X가 더 어울리는 표현일 수도 있다. 어쩌면 제조사에서 출시한 단말기에 순정 안드로이드를 올린 구글 에디션 프로그램의 파기로 인해 기존 제품의 레퍼런스 모델을 더 이상 유통하지 않기로 한 구글 입장이라면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지만, 넥서스 시리즈의 개성을 약화하고 가격적 접근도 어렵게 한 점에선 그다지 좋은 시도는 아닌듯하다.

안드로이드 TV 얹은 넥서스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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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플레이어에 관한 여러 이야기 가운데 잘못 알려진 것이 많아 보인다. 넥서스 플레이어는 이미 지난 구글 IO에서 발표한 안드로이드 TV 플랫폼의 첫 상용 제품이다. 이미 구글은 가정용 스마트 TV 플랫폼인 구글 TV를 셋톱 박스와 TV 제조사를 통해 선보인 적이 있었고, 안드로이드 TV는 구글 TV의 자리를 대체하는 제품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따라서 시제품만 선보인 뒤 출시를 포기했던 넥서스 Q와 관련이 없고, 크롬캐스트 역시 기능성은 비슷할 지라도 시리즈의 연결 고리가 약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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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구글이 직접 넥서스 플레이어를 선보인 것은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운영체제라는 종전의 특성을 유지하는 두 개 제품 외에도 좀더 범용적인 환경으로 갈 수 있는 안드로이드 L의 새로운 특징을 이해시키기 위해 추가한 새로운 안드로이드 플레이어다. 안드로이드 TV 플랫폼도 안드로이드 L 기반에서 작동한다고 구글 IO에서 밝혔기 때문에 모바일과 홈이 하나의 운영체제로 통합된다는 의미를 담은 제품이라는 것이다. 또한 넥서스 플레이어의 구글 캐스트 기능은 이미 크롬캐스트에 내장된 것과 다름 없다. 단지 넥서스 플레이어에 더 성능 좋은 프로세서와 넉넉한 메모리를 담고 컨트롤러를 추가해 안드로이드 게임 같은 환경의 적응력을 강화한 점에선 크롬캐스트보다 더 높은 활용도로 기대케 한다. 물론 실제로 그런 가능성에 대해선 제품이 출시되면 확인해 다시 정리할 예정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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