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길러진 미라캐스트, 구글에 소외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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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캐스트는 모바일 장치에서 보던 화면을 TV에서 볼 수 있는 무선 디스플레이 기술 중 하나다. 일찍이 인텔의 와이다이(Wi-Di)와 함께 초기 PC와 모바일의 무선 디스플레이 시장을 나눠 가졌지만, 지금은 PC 쪽도 인텔 전용이었던 와이다이보다 좀더 많은 무선 랜 칩셋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미라캐스트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역시 공식적으로 미라캐스트 기술을 기본 무선 디스플레이로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평탄한 길을 걷고 있는 미라캐스트의 앞날이 그리 화창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미라캐스트가 좀더 보편적인 무선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끈 것은 분명하지만, 구글이 그 틈새를 파고 들 수 있는 기술 보급에 나선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라캐스트가 안드로이드에 의해 흥했지만, 그것을 방해하는 것도 안드로이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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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미라캐스트를 당장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미라캐스트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없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구글이 미라캐스트의 대체제로 생각하는 기술은 구글 캐스트. 구글 캐스트가 크롬 캐스트에 첫 적용된 이후 안드로이드TV 플랫폼에 기본으로 심어 둔 무선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하지만 구글 캐스트는 미라캐스트처럼 미러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컨텐츠를 직접 재생할 수 있는 터라 연결된 모바일 장치의 단순한 미러링보다 자유도가 높다는 것이 강점이다.

구글은 캐스트 기능의 보급을 위해 안드로이드 M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M 베타의 무선 전송 기능은 종전 대로 빠른 설정에서 누를 수 있지만, 기능이 미묘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5.1 롤리팝에서 무선 전송을 누르면 미라캐스트와 구글 캐스트 어댑터를 동시에 찾는다. 이에 비해 현재 베타2 단계인 안드로이드 M의 무선 전송은 미라캐스트를 활성화하지 않고 구글 캐스트만 활성화한다. 미라캐스트까지 켜고 싶으면 이용자가 손수 세부 설정의 옵션을 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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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M에서 이같은 무선 디스플레이 정책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선 아직 명확하게 알려진바는 없다. 구글 캐스트가 미라캐스트보다 더 빠르게 장치간 장치, 장치의 컨텐츠 전송을 할 수 있기는 해도 그것이 전부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1천만대 넘게 보급된 크롬캐스트와 구글 캐스트를 담은 안드로이드TV 플랫폼 셋톱 및 TV가 조금씩 등장하면서 그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구글은 구글 IO 같은 개발자 행사에서 구글 캐스팅과 관련한 개발 방법을 공유하고 캐스트 API를 공개하며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때문에 구글 플레이의 스마트폰용 앱 가운데 캐스트 기능을 쓸 수 있는 앱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구글 캐스트를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더 많은 크롬캐스트와 안드로이드TV 플랫폼을 채택한 장치의 보급이 필요란 상황에서 장치 생태계 구축을 위한 강제적인 기능 제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만약 구글이 캐스트 기능을 강화하면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는 쪽은 미라캐스트다. 지금의 미라캐스트를 쓰려면 와이파이 얼라이언스의 실험과 인증을 통과해야 한다. 수많은 칩셋 업체들이 아직 미라캐스트를 협력하고 있지만, 구글 캐스트만 이용하게 되면 미라캐스트 인증에 들어가는 절차와 비용을 생략할 수 있다. 물론 차후 구글이 구글 캐스트와 관련 하드웨어에 대한 시험이나 인증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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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캐스트와 관련한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미라캐스트를 맨 처음 도입한 업체 중 하나인 엔비디아가 쉴드 포터블을 안드로이드 5.1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미라캐스트를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서로 다른 무선 디스플레이를 모두 아우를 수 없는 쉴드 포터블의 구조적 한계일 수도 있지만, 최근 안드로이드TV 플랫폼을 얹은 쉴드TV와 함게 쉴드 포터블에서 구글 캐스트만 넣음으로써 처음으로 구글 캐스트 환경을 구축하는 사례로 남게 됐다.

아직 구글 캐스트 생태계는 강력하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치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미라캐스트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질듯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안드로이드 4.2 젤리빈부터 미라캐스트를 기본 무선 디스플레이로 선택해 키워온 것이 다름 아닌 구글이었다. 그런 구글에게 점차 소외되어 가는 미라캐스트가 유일하게 기댈 곳은 이제 윈도 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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