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을 녹음해 보고 싶은 소니 PCM-M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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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리뷰네요. 소니 PCM-M10입니다. 2주일 정도 테스트를 했습니다. 한 때 취재를 다니던 시절 카메라와 함께 꼭 들고다니던 보이스 리코더 이후 정말 오랜 만에 쓰는 디지털 녹음기였지요. 그런데 이 녀석 모든 게 만만치가 않습니다. 가격, 크기, 성능. 매번 보던 보이스 리코더와는 다른 평가를 내리게 만드는군요. 다섯자 문답 놀이로 한번 정리해보죠.


 음성녹음기? 그건아니야~


PCM-M10은 소리를 기록하는 장치입니다. 본체 위 부분에 소리를 잡아내는 두 개의 마이크나 라인 케이블, 별도 마이크를 이용해 주변 혹은 장치의 소리를 잡아 기록할 수 있지요. 뭐, 음성 녹음기와 다를 게 없고 그 자체가 음성 녹음기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써보면 음성 녹음기로 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음질 때문이지요. 음질이 손상되더라도 저장 용량을 줄이기 위해 MP3 압축을 쓰는 녹음기와 달리 그 손실을 줄이는 PCM 방식으로 녹음해 들어보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녹음 하는 장소, 소리가 나오는 스피커와 같은 소스에 따라 음질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대체로 출력 소스의 소리를 잘 구분지어 깨끗하게 담아냅니다. 다만 녹음 레벨을 너무 높이면 강한 소리가 뭉개지고 벙벙대는 저음으로 녹음되는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다른 녹음에 비해 맑은 느낌이 납니다. 이 소리를 들려줄 수 없는 게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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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 위 좌우로 마이크가 있다. 라인인 또는 마이크를 이용해 녹음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음성 녹음을 할 때뿐만 아니라 음악을 녹음할 때 더 좋을 듯 합니다. 좋은 오디오 시스템으로 음악을 감상하거나 라이브 카페, 뮤지컬 등 격이 다른 소리를 녹음해야 할 때도 괜찮겠네요. 오디션을 위한 데모 사운드를 녹음해야 할 때도 조용한 곳에서 이것만 켜두고 녹음한 뒤 이 파일을 보내도 될 정도입니다.


 파일관리는? 이제는편해~


내장 메모리는 4GB로 덩치에 비하면 좀 적다 싶지요. 최고 음질(LPCM 96kHz 24비트)로 1시간 55분, 최저 음질(MP3 44.1kHz 64kbps)로 139시간 30분을 녹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장 공간은 확장할 수 있습니다. M2나 마이크로 SD 같은 소형 메모리를 꽂는 카드리더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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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방식과 마이크로 SD 방식의 메모리카드로 확장할 수 있다.
녹음된 데이터는 쉽게 꺼낼 수 있습니다. USB 케이블을 꽂아 PC와 연결한 뒤 파일 탐색기에서 바로 녹음 파일을 꺼낼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는 필요없고, 종전 별도 프로그램을 이용했던 소니 리코더에 비하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고 해야겠죠.


 다루긴쉬워? 설명서먼저~


설명서를 안보고 녹음을 했다가 낭패를 볼 뻔 했습니다. 이 장치는 녹음 버튼을 눌러도 바로 녹음을 하지 않더군요. 녹음 버튼 후 ||(일시정지)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줘야 녹음을 합니다. 아마 녹음 버튼이 마음대로 눌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닐까 싶은데, 살짝 당화하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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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은 녹음과 재생용으로는 좋지만, 메뉴를 다르는 데는 불편하다.
더구나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녹음을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소리가 너무 작더군요. 이유를 봤더니 녹음 레벨을 자동에 두었을 때 작은 소리를 크게 잡아내진 못하는 듯 했습니다. 이때 녹음 레벨을 수동에 두고 오른쪽 레버를 돌려 녹음 레벨을 정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녹음 레버를 볼륨인 줄 착각했습니다. 볼륨 조절은 오른쪽 옆에 버튼 식으로 되어 있더군요. 또한 메뉴를 다룰 때 상하좌우 선택을 ▶▶, ◀◀, ▶ 버튼으로 해야 합니다. 처음 다루는 이들에게는 직관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때문에 설명서를 잘 읽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휴대는어때? 주머닌안돼!  


일반적인 보이스 리코더가 아니다 보니 덩치가 좀 큽니다. 담배갑의 1.5배에 조금 무겁습니다. 성인 손으로 잡기는 편하지만, 주머니에 넣으면 아래로 처진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무게는 됩니다.


 액세서리는? 스피커있어~


액세서리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만, 외장 스피커가 있습니다. PCM-M10의 내장 스피커로는 볼륨이 너무 작아서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이어폰이나 외장 스피커를 써야 녹음된 소리를 크고 또렷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외장스피커는 작은 손가방처럼 생겼고 세울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음량도 풍부한 편이고 배터리도 필요 없습니다. 다만 자체 볼륨이 없는 게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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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M-M10 전용 스피커. 볼륨 조절이 없어 조금 답답하다.
아, 그리고 유선 리모컨도 있습니다. 무선 리모컨은 오동작의 가능성이 있어 유선 리모컨을 준비했다고 하는군요.  


 필요한건뭐? 세팅값선택~


성능은 나무랄데가 없지만, 상황에 따라 세팅 값을 빠르게 전환하는 기능이 필요하더군요. 음성 녹음할 때의 세팅과 음악을 녹음할 때의 세팅이 같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상황별 세팅을 하려면 불편한 메뉴를 두세번 오가야 합니다. 이런 불편을 막는 기능이 추가됐으면 싶네요.


 결론이뭐야? 좋은데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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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에 설치할 수 있도록 본체 아래에 구멍이 있다.
리코딩 마스터. 더 이상 수식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값은 50만 원 안팎이라 단순한 음성 녹음기를 찾는 이들과 거리가 먼 제품입니다. 어디까지나 스튜디오를 가지 않고 간소하게 질 좋은 소리를 녹음해야 하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제품인 것이죠. 물론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마니아나 얼리어답터들도 좋아할 것 같긴 합니다.


그나저나 오디오가 제대로 갖춰진 곳에서 교향곡을 녹음해 움직이면서 들어보고 싶은 데, 이 작은 바람을 해결할만큼 여유롭지 않은 게 문제네요.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33 Comments

  1. 2009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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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보이스 레코드 삼성꺼 쓰는데 이것도 좋지만
    국산도 성능 엄청 좋더라구요.. 아 삼성 것도 국산이지만
    다른 이름 없어 보이는 것도 좋더라구요 ㅋ
    소니 녀석은 비싸서 못 샀다는 후문이 ㅡㅡ;
    행복 가득한 하루되세요 ^^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그냥 보이스 리코더는 국산도 나쁜 축은 아닌데, 역시 하이엔드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 나중에는 더 좋은 제품을 내놓지 않을까 싶어요~ ^^

  2. 2009년 12월 13일
    Reply

    음악회가서 녹음하고 싶어정도라니…혹합니다. ^^
    사이즈만 좀 작았더라면…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삼각대에 세워 놓는 걸 고려해 크게 만들었나 봅니다. ^^ 그래도 탐낼만하지요~

  3. 2009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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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외 P2P를 돌아다니다보면, 공연실황을 이런 기기들로 녹음해 올려두는 경우가 있더군요. 즈질 MP3 플레이어로 녹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이런 머신으로 녹음해 소리가 엄청 좋은 경우도 있다는. 유선 마이크가 있다니… 모자 눌러쓰고 모자 챙에 유선 마이크 달아두면 쉽게 가능할듯. 유선 리모컨이 있으니, 공연장에서 액정 번쩍 거릴 일도 없을 것이고…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오.. 벌써 그렇게 쓰는 사람들이 있군요. 역시 사람은 위대합니다. ㅋㅋ

  4. 2009년 12월 14일
    Reply

    역시 소니는 가격이 안티에요 ㅠ.ㅠ

    음. 핸드폰에서 레코딩이 기본으로 지원되면 이런 제품도 흡수할지 모르겠네요 ㅎ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지금 휴대폰도 되기는 해요. 질이 다를 뿐이죠. ^^;;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세상에 안되는 게 있나요? ㅋㅋ

  5. 카리스마
    2009년 12월 14일
    Reply

    “결론이뭐야? 좋은데비싸~” 제 지름신에 결정적으로 태클을 걸어 주시내요. 감사드립니다.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헛.. 지름신이 강림하다 말았다니.. 아쉬운데요? ^^

  6. 2009년 12월 14일
    Reply

    하 이거 결론이 정말 간단하군요…
    좋은데비싸라는 말은 지름신이 강림하시면 막을수 없다는 문제가..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네.. 지름신은 안막는 게 좋죠. 막으면 정신 건강을 해치는 못된 신이잖아요~ ^^

  7. 2009년 12월 14일
    Reply

    아. 생각난게 하나 있어서 다시 왔습니다. 흔히 교향악 녹음은 각 악기별로 마이크를 대고 녹음하고 이 소리를 다시 합치고, 여기에다 전체 악기가 만들어낸 소리를 더하는 과정이 있습죠. 이렇게 녹음을 하니 마이크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죠. 그런데 DECCA라는 레이블에서는 원포인트 마이킹(마이크를 하나만 사용하는)으로 녹음하는데… 이 레이블의 소리가 굉장히 좋습니다. 만약 DECCA에서 이 제품을 이용해 원포인트 마이킹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꽤 호응이 있을듯 합니다. 물론 DECCA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마이크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아니면 국내에서 한번쯤 시도해 그 음원을 여기저기 퍼트린다면…. 가난한 음악가들이 앞다투어 지르지 않을까 싶네요. 레코딩, 특히 클래식하는 분들은 DECCA의 전설은 모두 알고 있으니 말이죠. 이거 소니쪽 담당자에게 함 이야기 해보심 어떨까 싶네요. 나중에 잘되심 밥 한번 사주시구요.ㅎㅎ

    • 칫솔
      2009년 12월 15일
      Reply

      일단 물어보겠습니다. 저도 궁금했던 부분이었으니까요. ^^

  8. 디노
    2009년 12월 15일
    Reply

    좋은 기기인데 역시 가격이 좀 부담이네요… 좋은 글 스크랩 좀 해 가도 될까요? ^_^;

    • 칫솔
      2009년 12월 17일
      Reply

      퍼가신다는 말이 더 부담스럽군요. 옮길 곳을 안밝히시니 허용해드리긴 어려울 듯 합니다.

  9. 2009년 12월 19일
    Reply

    개인블로그 입니다만… 할 수 없지요. 눈으로만 보고 갈께요. ^^;;;;

  10. 2009년 12월 19일
    Reply

    이런제품을 이렇게 자세히 보는것은 아마 소니매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근데 너무 게을러서.. 이렇게 칫솔님 블로그 방문으로 해결 끝 ㅋㅋ 그나저나 나중에 뉴욕 브로드웨이쇼에 같이가서 몰래 녹음 ㅋ

    • 칫솔
      2009년 12월 19일
      Reply

      아.. 브로드웨이 뮤지컬… 정말 녹음해 보고 싶네요. ^^

  11. 2009년 12월 19일
    Reply

    아.. 그나저나 그 쪼그만 카셋트 소니 레코더 아직도 있는데.. 저거랑 카셋트 레코더랑 비교해보니가 저건 왜이리 복잡한지 ~_~

    • 칫솔
      2009년 12월 19일
      Reply

      그러게요. 디지털로 가면 편하다더니 다 거짓말인가봐요~ ^^

  12. 녹음셈플은어디에....
    2010년 1월 30일
    Reply

    여기도 녹음 셈플은 없군요.
    어떻게 녹음되는지 들어봐야 결정을 할텐데….
    여기저기 수많은 리뷰에 정작 필요한 녹음셈플 붙어있는건 없구…..

    • 칫솔
      2010년 2월 2일
      Reply

      샘플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13. 최종민
    2010년 5월 26일
    Reply

    뒤에 있는건 YSP-4000인가요?

    • 칫솔
      2010년 5월 26일
      Reply

      YSP-600입니다. 눈썰미가 좋으신데요? ^^

  14. 좌우레벨조정
    2010년 11월 25일
    Reply

    혹시 이거 녹을할때 R체널, L채널 각각 입력수준을 조정할 수 있나요 ? 오디오에 LR 밸런스 조정하듯이 녹음할때 LR 밸런스 조정하는 기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칫솔
      2010년 11월 26일
      Reply

      좌우 레벨을 조절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지금은 제품이 없어서.. ㅜ.ㅜ

  15. 료짱
    2011년 5월 2일
    Reply

    안녕하세요 검색으로 와봤습니다. ^^
    PCM-M10 으로 콘서트를 녹음해봤는데요 5천명정도 들어가는 콘서트장이었는데요 마이크 LOW REC LEVEL 7에 놓고 LPCM 96/16 으로 놓고 녹음했는데요 토크는 녹음이 잘되는데 음악은 베이스깔리는게 막 울리고 계속 울리게 녹음되어 못듣는 수준인데 이거 또다른 작동을 해야하는건지 알고 싶습니다 ㅠㅠ 이거 너무 어렵네요 ㅠ

    • 칫솔
      2011년 5월 3일
      Reply

      글쎄요. 제가 지금 그 모델을 쓰고 있지 않아서 답변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

  16. 1
    2017년 7월 8일
    Reply

    안녕하세요. 혹시 m10 녹음버튼이 좀 애매하게 눌리는 느낌이 있나요?
    중고로 구매를 했는데 녹음버튼이 다른 버튼들과는 다르게 좀 눌려있는 느낌 ?
    딸깍거리지 않고 애매하게 눌리는 느낌이 있어서 걱정이 되서 여쭤봐요

    • 칫솔
      2017년 7월 9일
      Reply

      글쎄요. 이 제품을 너무 오래전에 다룬 데다 지금은 제품이 없어서 확인해 볼 방법이 없습니다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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