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에서 꺼낸 계륵 같은 장치들

며칠 전 이니 P2P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떡밥을 던졌습니다. 아직 쓸만한데 버리기는 아깝고, 남주자니 좀 민망하고, 중고로 팔기도 어렵고, 그냥 두자니 집안 정리 안되는 계륵 같은 물건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었죠.(http://blog.inip2p.com/96)


전에 USB 메모리나 메모리 카드 같은 플래시 메모리 상품 같은 글(메모리 과소비 시대)이 이 같은 주제에 해당하겠지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작아지고 대용량화 되다보니 앞서 쓰던 플래시 메모리 관련 상품을 계속 쓰는 빈도는 줄지만, 그렇다고 안쓰는 것도 아니고, 들어있던 데이터를 생각하면 누구도 주기 어렵고, 버릴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한쪽에 차곡차곡 모아 놓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인 것이지요.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 제품류가 아니라도 버리지 못하는 물건은 많습니다. 원래 물건을 잘 안버리는 성격이 서랍마다 여러 장치를 쌓아 놓는 가장 큰 이유지만, 대단하지 않은 단순한 이유로 버리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는 그런 물건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 중 몇 가지만 서랍속에서 꺼내 보겠습니다.


 2G 휴대폰

사용자 삽입 이미지따지고 보면 제가 3G 휴대폰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제 겨우 1년 정도 밖에 안됩니다. 그 전까지는 계속 2G 휴대폰을 썼지요. 제가 지금까지 쓴 2G 휴대폰은 대략 5가지 정도 됩니다만, 잃어버린 것은 있어도 누구에게 준 적은 없었지요. 이 휴대폰은 지금 안쓰는 것이기에 우체국에 가 휴대폰 폐기 절차에 밟는 게 바람직하지만, 괜시리 아까운 생각만 듭니다. 앞으로 쓰지 않을 건데도 말이죠. 우체국에서 휴대폰을 폐기하면 지금 쓰는 통신사에서 쓸 수 있는 몇천 원 짜리 통화 상품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만, 자꾸 본전 생각이 나는 거죠. 더구나 휴대 전화기로서 기능을 안할 뿐 나머지 기능들은 살아 있어 더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대상이기는 합니다.


 타비 030

사용자 삽입 이미지PMP입니다. 재작년에 출시된 제품이었죠. 16대 9 화면비의 PMP가 나올 때 과감히 4대 3 화면비로 PMP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요. 거기에 폴더형으로 만든 것도 이색적인 제품입니다. 이걸 서랍 밖으로 꺼낸 게 거의 1년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1년 전 책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추락사한 뒤 AS 비용이 많이 나올까봐 서랍 안에서 방치한 것이지요. 힌지 부분이 좀 심하게 깨진데다 켜지지도 않을 정도로 충격 강도가 워낙 컸기 때문에, 보증 기간이 남아 있어도 예외로 처리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수리비 걱정이 앞서서 그냥 포기한 것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얼른 처리할 걸 후회도 됩니다만, 고치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아깝고 그런 상황이라 서랍에서 그냥 재워뒀던 상황입니다.


 소니 마일로 2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건 정말 본전 생각납니다. 지금도 후회 막급이라는… 미국에서 돌아오는 친구에게 부탁해 샀던 PMP 겸용 인터넷 단말기입니다. 4.8인치 터치 스크린에 슬라이드 키보드가 있어 문자를 입력하기 쉽게 해 놓은 게 특징입니다. 마일로 2를 산 것은 순전히 모바일 인터넷 때문인데, 좀 편하게 무선 랜이 있는 곳에서 인터넷도 하고 가끔 PMP로도 활용하려고 샀던 건데 정말 기능이 꽝입니다. 우리나라 PMP를 쓰다 마일로 2를 쓰면 답답해 못씁니다. 여기에 다른 운영체제를 얹을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능도 잘 작동하고 멀쩡한 물건이기에 적당한 임자가 나타난다면 팔고 싶습니다만, 솔직히 반품할까봐 걱정도 되고 국내에서는 잘 쓸 사람이 몇 없을 것 같아서 포기한 제품입니다.


 EeePC 701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수스 넷북, EeePC 시리즈의 원조입니다. 800×600 해상도의 17.78cm(7인치) LCD에 셀러론 M 900MHz로 작동하는 미니 노트북이었죠. 재작년 말 샀고,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봄에 들어왔고요. 지난 해 중반 이후 아톰 기반 넷북 돌풍이 불면서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제품이 되었습니다. 원조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지니고 있습니다만, 성능이나 구성이 워낙 빈약한 터라 지금 내놓으면 사갈 사람도 거의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지금은 쓸 일도 거의 없고 가끔 제품 사진 찍을 때나 꺼내고는 하죠. 역시 계륵으로 분류합니다. ^^;


보기에 따라서는 계륵 같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제게는 쉽게 버리거나 남을 주거나 팔 수 힘든 제품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여러분의 서랍에는 이러한 계륵 같은 제품이 있지는 않은가요? 오늘 한 번 서랍장을 열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39 Comments

  1. 2009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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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난 포스팅 잘 봤습니다.
    저도 가끔 팔기는 어색해도 안 쓰고 쳐박아 두는게 아까운건 남에게 줍니다.
    그런데 딱 맞는 주인 찾기가 어렵지요. 가끔씩 이런 포스팅으로 벼룩시장해도 재미있겠어요.
    배송료 수준의 거래 말이죠. ^^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저도 가끔 들어오는 물건을 다른 이에게 주기는 하지만, 쓰던 걸 주는 게 썩 내키지는 않더라고요. 받는 분의 기분도 생각해줘야 하니.. 다만 벼룩시장은 본전 생각 안나는 물건들로 한 번.. 그냥 이벤트를 한 번 해야겠네요. 예전에 한번 했던 것처럼요. ^^;

  2. 2009년 3월 8일
    Reply

    전 묻지마 상표의 PMP ….
    친구가 빌려간 돈 대신 준거라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갖고 있어요 ㅠ.ㅠ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졸지에 전당포가 되셨군요. 전당포 보관 기간은 특별한 연락이 없으면 한 달이거든요. 참고가 되셨기를.. ^^

  3. 2009년 3월 8일
    Reply

    저는 더 난감해요.. 와콤 타블렛으로 큰맘먹고 그라파이어4샀는데 한 보름 뒤에 로고도 새로 바꾸고 뱀부를 출시하더군용 ㅠㅠ
    저런거 안쓰면 저 주세욤 ㄲㄲㄲ

  4. 2009년 3월 8일
    Reply

    재미있는 것 많이 가지고 계시네요 ^^; 저런 거 다 분해해서 부품으로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이것저것 조립해서 요상한 기기 하나 만드는데 쓰면 딱일 것 같은데요? ㅋㅋ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재미만 있고 쓸모는 별로 없는 물건만 잔뜩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요상한 거 만들어서 티브이특종 같은데나 나가볼까요?? ^^

  5. 2009년 3월 8일
    Reply

    그래서 TNM 게시판에 아나바다 게시판 하나 만들어주세요
    물물교환하게 ㅋㅋ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노리시는 게 있으시군요? ㅋㅋㅋ

  6. 6502
    2009년 3월 8일
    Reply

    전 너무 많아 방안에서 걷기 힘들정도랍니다.
    8비트 애플2 호환기종부터 있으니……
    특히 힘들게 구해서 산 물건들은 차마 버릴 수가 없더군요.
    좀 더 묵히면 골동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있는 중입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덕에 갖고있는거죠.-_-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이미 충분히 골동품인데요? ㅋㅋ 그나저나 발에 치이도록 두지 않으시는 게 좋을 듯.. 골동품은 보관 상태도 매우 중요하잖아요. ^^

  7. 2009년 3월 8일
    Reply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테니… 고충(?)이 심하실 것 같네요. ^^;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조만간 대방출 기획전이라도 한번 할까 봐요. ^^

  8. 2009년 3월 9일
    Reply

    칫솔님은 워낙이 얼리어답터 이시니 많이 쌓여만 갈 것 같습니다. 위에 언급한 것 말고도 더 많이 있을 듯 한데요. ^^

    떡밥 재미있게 물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칫솔님. ^^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흐흐.. 더 있기는 한데요. 더 있다고 쓰면 아무래도 욕먹을 것 같아서 말이죠. 떡밥 자주 던져 주세요. ^^

  9. 2009년도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벌써 꽃피는 3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올 한해 우울한 경제 전망으로 모든 분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놓여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럴수록 더더욱 힘을 내셔야 겠지요. 아자!아자! 이에 이니P2P에서 잠시나마 약간의 힘을 드리고자 돌발 이벤트를 합니다. 이름하여 ‘계륵을 찾아라..’ 이제 아직은 좀 쌀쌀하지만 따뜻한 봄이 찾아 올 터인데 말이죠. 새봄이 찾아 오면 새봄맞이 집청소 등 집안 구석구석 정리를 하..

  10. 2009년 3월 9일
    Reply

    eeepc에 리눅스 깔고 XGL 돌릴수 있음 한번 칫솔님 옆구리를 찔러 볼까요 ㅋㅋ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이거 원래 리눅스 기반으로 돌아가던 거졌는 걸요. 쓰기 편하게 윈도를 깔았을 뿐입니다. ^^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그러게요. 간만에 꺼내봤네요. ^^

  11. 2009년 3월 9일
    Reply

    EeePC701 저녀석 팔면 얼마에 팔리려나요??
    저녀석 필요한데요…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글쎄요. 가격만 맞으면 팔리기야 하겠지만 저도 얼마에 내놔야 할지 감이 안잡혀서요. ^^

    • 2009년 3월 10일
      Reply

      노트북을 쓰긴 너무 무겁고 귀찮은 작업들이 많아서 작은 넷북같은 미니 머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중고 매장에선 20만원 초중반에 거래되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당장에 살돈이 없단게 통곡할따름입니다…
      이번주 내로 알바를 구해야할듯…
      삼돌이도 있긴한데… 원대한 목표가 있어 계륵 No.1인데도 도저히 팔상황이 않되네요….

  12. 2009년 3월 9일
    Reply

    마일로2는 저에게 넘기시면 되겠네요.(퍽)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ㅎㅎㅎ… 그럴까나?
      (난 모니터면 되는데… ^^)

  13. 2009년 3월 9일
    Reply

    역시 재밌는 글이었습니다.
    저도 계륵 같은 것들이 굉장히 많은데
    PDA 가 제일… 그리고 지금은 찾아볼수도없는 성능의 노트북들..(버리기 굉장히 아깝다는)
    데스크탑 등등.. (맥두 있습니다.. 볼룩이 초록색..) 팔아봤자 배송비만 나올꺼 같네요….
    안그래도 자동차 수집때문에 힘든데… 역시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같은 고민도 따라오는거 같습니다. 으흐흐… 701은 250불에 팔아 해치운지 오래전…ㅠㅠ 다시보면 참 이쁘다는…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전에 캐딜락님 책상 사진 봤을 때 저보다 더하면 더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만치 않은 게 아니라 한 수 위에 계실 것 같습니다. ㅋㅋㅋ
      저도 eeepc는 해치우고 싶지만, 선뜻 내놓기가 어렵네요. 사가는 분이 고생하실까봐서요. -.ㅡㅋ

  14. 2009년 3월 9일
    Reply

    버리기엔 아직 쓸만한데 자주 쓰지는 않는 정말 애매한 녀석들이 책상 서랍 구석엔 꼭 있기 마련이죠 🙂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언제 날 잡아서 책상 정리를 해보심이 어떨까요?? 보물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

  15. UCLA
    2009년 3월 9일
    Reply

    재미있는 물건들이네요 역시 신제품의 선도자 라는
    (아부는 그만.. 퍽퍽 )

    아참
    결국 저는 소니 넷북(?) 은 패스하고
    룸메이트가 삼성 넷북 사고 기뻐하더랍니다
    샀는데 아쉬움이 많을제품을 사는성격에는 소니가 다소 심하게 비싸게만 느껴집니다 ^^;

    봄이 오네요 칫솔님 건강하셔요~

    • 칫솔
      2009년 3월 10일
      Reply

      계속 재미있어야 하는데, 늘 쓰는 것은 아니라 골치가 아파요. ㅜ.ㅜ
      UCLA님도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요. 건강하세요. ^^

  16. 2009년 3월 20일
    Reply

    고딩이라 얼마전에 기껏 돈모아 701 샀는데 그런 글을 올리시면 ㅜㅠ
    장난이고요;
    클럭 올리면 다른 아톰기반 cpu랑 성능은 비슷하더군요;
    (다만,발열량과 전기소비량은 어느정도는 각오를…)
    아실것 같긴 하지만…후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분명 가격대비로는 최고인것 같습니다.
    저질환율이 중고를 20만원대로 만들긴 했지만요…
    (정식으로 나올때도 가격이 장난 아니었으니 이정도는 이해해주자 싶어요…ㅋㅋ)

    • 칫솔
      2009년 3월 21일
      Reply

      아, 701은 꼭 필요한 분께 입양보냈습니다. 중고 쪽에서는 가격대비로는 최고요. 특히 외부 모니터에 연결해서 쓴다면 말이죠. ^^

  17. 레디필
    2009년 3월 28일
    Reply

    이런이런 701을 계륵이라니 701의 본질을 잘 모르시는군요.
    와이브로 결합 상품으로 많이 풀려서 중고 가격이 20만원초반대로 떨어졌지만(절대 환율때문에 중고가격이 올라간게 아닙니다)
    압축해상도를 지워나는 프로그램이나 드라이버가 나와서 큰 문제 되지 않구요.
    거기다 제대로 클럭 성능 못내는 아톰이 아닌 셀러론을 사용해서 왠만한 멀티미디어 다 소화가능하구요.
    저도 701 잘 사용하고 있는데 그런 말씀 하시니 잠깐 발끈해봤습니다.

    • 칫솔
      2009년 3월 29일
      Reply

      아.. 저도 다른 넷북이나 노트북 쓰기 전까지 701을 잘 썼구요. 레디필님이 말씀하신 그 드라이버도 잘 깔아서 썼답니다. 701과 관련해 이 블로그에서 검색하시면 다수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구요. ^^
      제게 있어서 계륵이라는 이야기였으니 너무 신경쓰진 마세요~ 발끈하게 만들어드려 그저 미안할 따름입니다~ ^^

  18. 701사고싶다...
    2009년 4월 16일
    Reply

    네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 701을 사고싶네요…
    그리고 해상도가 800*480 인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크흑….701필요한데…크흑크흑…..
    혹시 팔 생각 있으시다면 henry1222@naver.com좀…굽신굽신….

    • 칫솔
      2009년 4월 16일
      Reply

      아.. 다음 분께서 이미 업어가셨습니다. ^^;

  19. 마일로 문의
    2017년 5월 7일
    Reply

    혹시 마일로2 판매하실 생각있나요..?

    • 칫솔
      2017년 5월 9일
      Reply

      어… 오래 전에 패키지에 넣어두긴 했는데,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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