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재미를 알게 된 엔비디아 쉴드의 콘솔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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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제품이든 모든 기능을 다 쓰는 것은 어렵다. 쓰다보면 내게 편한 것이나 쓸모 있는 기능 위주로만 집중적으로 쓰기 때문에 나머지 기능의 가치를 무시하기 일쑤다. 특히 기능을 많이 넣은 제품일수록 그런 현상은 심화되기 마련이기에 불필요한 기능일 뿐만 아니라 이런 기능을 넣느라 소비한 시간과 인력이 고스란히 값에 반영되는 걸 저주하곤 한다. 하지만 가끔은 오래 쓰면 그 제품의 몰랐던 가치를 알게 되는 일도 종종 있는데, 엔비디아 쉴드 포터블도 예외는 아니다(참고로 기존 쉴드는 쉴드 태블릿 출시 후 쉴드 포터블로 이름을 바꿨음).

쉴드 포터블은 말 그대로 들고 다니는 휴대 게임기를 지향하는 만듦새를 지니고 있지만, 특이한 관점이 있었다. 단순히 게임 프로그램을 장치 안에 설치해 즐기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PC게임이나 클라우드 게임을 스트리밍해 모바일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인터페이스를 지향했다는 점이다. 어떤 플랫폼, 또는 장치에서 실행한 게임이더라도 그 장치나 공간의 속박없이 모바일 환경에서 즐길 수 있도록 장치를 설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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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쉴드 포터블을 휴대 게임기 플랫폼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콘솔 모드에 대해선 제대로 짚어볼 틈이 부족했다. 물론 콘솔 모드는 나중에야 쉴드 포터블에 추가된 기능으로 쉴드 포터블의 화면을 끄고 완전한 콘솔 장치로서 기능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쉴드 포터블을 반드시 콘솔 모드로 써야 할 이유는 없지만 콘솔 모드가 갖고 있는 장점은 쉽게 지나칠 수는 없다. 콘솔 모드를 켜지 않으면 쉴드 포터블의 화면 해상도를 그대로 HDMI 단자와 연결된 장치에 똑같이 표시한다. 반면 콘솔 모드를 켜면 처음부터 쉴드 포터블의 HDMI 단자에 맞는 표시 장치에 맞게 고해상도로 출력한다. 게임이나 영상 컨텐츠의 해상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다. 쉴드 포터블의 5인치 화면은 720P인 터라 콘솔모드로 연결할 때보다 화질이 낫다.

하지만 콘솔 모드로 쓸 때 좋은 점만 남는 것은 아니다. 선이 연결되어 있는 탓에 조작이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점이다. 본체의 화면에는 표시되지 않더라도 컨트롤러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HDMI 케이블을 꽂은 채 쉴드 포터블을 조작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단지 케이블을 연결한 채 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거리가 제한되고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게 한계다. 특히 콘솔 모드는 고해상도 영상 처리를 위해 테그라4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 올리는 터라 배터리 소모가 많은 만큼 전원 케이블도 연결해야 한다. 하나도 아니고 두 가지 케이블을 연결한 채 조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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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다른 조작 방법도 있다. 블루투스 게임 패드를 쉴드에 연결하는 방법이다. 사실 쉴드 포터블에 컨트롤러가 있으므로 일반적인 상황에서 다른 게임 패드를 붙일 이유가 없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보다 재생 장치의 기능을 강화하는 콘솔 모드라면 자체 컨트롤러보다 외부 컨트롤러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케이블을 걱정하지 않고 더 가벼운 컨트롤러로 더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으니까. 다만 외부 컨트롤러를 쓸 때 쉴드 포터블의 각 버튼에 얼마나 대응하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기본 버튼들의 구조는 비슷하더라도 뒤로 가기나 홈 버튼의 기능까지 완전히 갖춘 것을 쓰지 않으면 연결해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모바일 장치인 쉴드 포터블을 콘솔 장치로 쓰는 건 왠지 어색한 일이지만, 하나의 장치가 이처럼 활용도를 넓힐 수 있는 것은 눈여겨 볼 일이다. 사실 휴대성을 강화하는 것만 해도 어려운 모바일 게임기의 속성을 떠나 콘솔의 기능까지 강화해야 하는 것은 엔비디아로써는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PC 스트리밍과 클라우드 스트리밍처럼 게임을 이용한 엔비디아의 기술을 적극 소비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별도의 콘솔 장치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보급된 장치를 활용하는 편이 접근이 더 쉽고 관련 데이터를 모으는 데 더 수월한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이용자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주는 것만으로도 가격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효과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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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문제가 있다면 얼마나 많은 이용자들이 이를 인식하고 쓸 것이냐 하는 것. 때문에 쉴드 포터블의 컨트롤러를 대체하는 더 값싼 게임 패드의 보급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쉴드 포터블 이용자들은 그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할 듯하다. 쉴드 태블릿과 함께 내놓은 쉴드 무선 컨트롤러는 기능성에 있어선 가치 있어 보이나 그것만으로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다른 장치와 호환성이 부족해 대안으로 이야기하긴 힘들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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