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PC는 만만한 PC의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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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컴퓨텍스는 PC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시회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올해는 PC의 미래를 읽는 데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쪽에선 그런 미래와 상관 없는 오늘의 관심사를 반영한 제품들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그 관심 대상 가운데 검지와 중지를 합친 크기의 스틱PC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컴퓨텍스에 나왔던 스틱PC는 무엇이 있었을까?

가장 많은 스틱PC를 전시한 곳은 인텔 부스다. 인텔이 처음 판매를 시작한 컴퓨트스틱 뿐만 아니라 아직 국내에서 구경하지 못하는 수많은 스틱PC를 한 자리에 모았다. 물론 스틱PC의 시작을 알린 것은 인텔의 컴퓨트스틱이지만 모양은 참 투박하다. 세련미는 한참 떨어지는데 150달러라는 싼 가격에 팔고 있으니 뭐라 지적하기도 어렵다. 인텔 컴퓨트 스틱과 비슷한 모양의 또 다른 스틱 PC를 지나 선반을 보니 USI라는 마크가 또렷한 초소형 PC가 있다. 스틱 PC로 보기에는 잘닥막한 길이인데 손으로 움켜쥘 수 있을 만큼 작은 스틱PC 계열의 제품으로 봐도 무리는 없을 게다. 이곳에는 스틱PC 외에도 손바닥 크기의 미니PC들이 제법 많이 전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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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컴퓨트스틱과 정체 불명의 스틱PC

에이수스도 스틱PC 대열에 합류했음은 물론이다. 다만 완전한 제품을 공개하지는 않고 투명한 유리 상자 안에 고운 목업만 전시했다. ‘펜 스틱'(Pen Stick)이라는 이름을 지닌 에이수스의 스틱PC도 그리 뛰어난 제원은 아니다. 체리 트레일 기반 아톰 프로세서를 넣은 점은 조금 색다를 뿐 램이나 내장 공간은 거의 다른 제품과 큰 차별점은 없다. 만듦새는 다른 제품들보다 나아보이긴 한데, 출시일이나 값은 아직 미정이다.

ECS도 스틱PC를 내놓은 업체 중 하나다. 아주 돋보이는 제품은 아니지만, 스틱PC를 찾아다니는 이들에게 이곳도 들렀다 가야 했던 곳이다. 제원은 다른 제품과 비교해 별반 다르지 않은데,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은 다른 곳에 두고 이곳엔 목업 형태의 제품을 꺼내놨다. 물론 이들도 이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일반 소매 판매보다 사업용 판매에 좀더 초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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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S의 스틱PC

그런데 컴퓨텍스가 아니어도 이미 스틱PC를 판매하는 곳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판매 중인 업체도 있고,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곳에서 스틱PC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분명 스틱PC는 작아서 눈에 잘 띄지는 않는 제품인데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이 제품을 처음 접한 이들에게서 의외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훗날 그 수요가 어떻게 증가하는가를 살펴볼 필요는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왜 의외의 반응을 보일까? 스틱PC의 제원은 그리 좋은 편이라 할 수 없는 데 말이다. 스틱PC는 전력이나 발열 관리 같은 여러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톰 같은 저전력 프로세서를 쓴다. 램도 윈도8.1을 돌리는 데 무리 없는 2GB로 고정하고, 저장 공간도 32GB 또는 64GB만 담는다. PC 이용자들이 많이 하는 인터넷이나 동영상, 가벼운 게임을 할 수 있는 처리 성능을 넣은 대신 가격은 낮추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같은 제원과 성능을 가진 스틱PC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대체하는 제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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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수스의 펜스틱

하지만 이용자들이 보는 관점은 스틱PC가 더 좋은 PC인가보다 얼마나 쉬운PC인가다. 그러니까 얼마나 만만하냐다. TV나 모니터의 HDMI 단자에 꽂은 뒤 USB 전원만 연결하면 곧바로 작동 하니 PC라면 기겁하는 초보자도 두렵지 않다. 더구나 이미 PC를 이용해 왔던 경험을 그대로 대형 TV나 모니터에서 똑같이 이어갈 수 있으므로 새로 배워야 하는 부담도 없다. 그냥 쓰던 대로 쓸 수 있는 PC를 다른 장소에서 값싸게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하다.

스틱PC가 어렵고 복잡한 일을 하는 데 알맞진 않더라도 PC를 쓰던 환경을 다른 곳으로 손쉽게 옮길 수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좁은 모니터 대신 거실에 있는 대형 TV에서 즐기는 PC의 맛은 새롭고, 모니터에 꽂아 손쉽게 올인원 PC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냥 HDMI 단자에 꽂기만 하면 어딜가나 익숙한 PC 환경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으니 굳이 어려운 연결에 애쓸 필요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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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I(?)의 스틱PC 같지 않은 스틱PC

물론 이렇게 쉬운 스틱PC가 불티나게 팔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반짝 유행으로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지 쉬운 스틱PC는 종전 PC가 갖고 있던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줄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준다. 어쩌면 스틱PC는 만만한 PC의 예고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이제 선을 꽂는 일조차 없는 무선 PC의 시대가 오면 PC의 복잡했던 과거는 더 빨리 잊게 될지도 모르니까.

덧붙임 #

이 글은 에코노베이션 블로그에 기고한 글로 원문과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음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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