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엑스페리아 Z1의 국내 출시와 유통 시장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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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코리아는 우리나라에 외산폰을 들여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업체였다. 수입 대행이 있었지만, 그것과 달리 판매 이후까지 책임지는 확실한 체계를 살펴보면 소니 코리아가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위치에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소니-에릭슨에서 분리해 소니로 통합한 이후에 국내에 남아 있던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부를 소니 코리아 내부로 이관해 소니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위한 정비를 꾸준히 해온 터였다.

그런 소니 코리아에 기대는 있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모든 체계를 갖추고 있어도 이동통신의 특수성, 특히 이통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장에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다. 특히 본사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외국 지사의 성격에 마음 대로 결정할 수 없고, 본사에 출시를 강하게 주장할 만큼 판매 물량을 사전 확보하는 것 역시 난감했던 터였다. 그런 장벽을 넘기 위한 방법을 찾느라 소니 코리아 모바일 사업부의 2013년은 그렇게 보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발표된 소니 코리아 엑스페리아 Z1의 정식 출시는 유통 시장의 관점에서 돌아볼만한 요소를 갖고 있다. 이것이 흥미로운 점은 완전 자급제 모델도 아니고, 완전 이통사 모델도 아닌 두 요소를 섞어 놓은 부분이다. 더 눈길이 가는 점은 구글 레퍼런스 단말기와 애플 아이폰, 노키아 윈도폰을 제외하고 이통사에 최적화하지 않는 제조사 단말을 이통사가 판매하는 점이다.

이용자가 통신 서비스를 쓰기 위한 단말기를 직접 구매하는 자급제 모델은 그렇다쳐도 지금까지 이통사 모델은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앱이나 특정 기능을 넣어서 그것에 대한 대가를 이통사가 면제하고 판매했다. 이통사의 서비스를 쓰지 않아도 이통사가 책임지는 제품이라는 측면에서 직접 유통하고 그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며 이용 계약에 따른 요금 할인도 별도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값비싼 단말기를 상대적으로 싼 값에 손에 쥘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통사 서비스를 단말기에 기본 탑재하는 것은 대규모 물량을 공급할 만한 시장에서 활동하는 외산 제조사에게 상당히 불리한 부분이다. 이통사의 조건을 충족해야만 단말 공급이 가능하지만 작은 특정 시장만을 위해 그런 작업을 하기에는 비용적인 손해가 더 큰 탓이다. 때문에 그러한 작업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단말을 이통사가 책임지고 공급하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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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소니 코리아가 소니-에릭슨,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 시절에 강한 유대 관계를 맺었던 SKT 대신 KT를 통해서 유통 실험에 나선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SKT는 강력한 유통망을 무기로한 단말기 구매력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사 서비스에 특화된 제품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한때 국내에 기반을 갖춘 외산 제조사들이 이에 맞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지만, 점점 줄어드는 물량에 그 요구를 수용하기 버거운 상황에 이르렀고 소니 코리아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단지 소니 코리아와 KT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서로 떠 맡은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현재 상황은 호락하진 않아 보인다. 사실 엑스페리아 Z1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큰 화면을 가진 고성능 제품이라는 장점은 살아 있다. 그렇다고 경쟁 모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니는 플래그십 제품으로 말하지만, 그에 견줄 만한 제품이 많고 주말마다 보조금 트럭을 타고 오는 이들 제품들과 경쟁해야만 한다. 그나마 자급제 단말기로서 의미는 크긴 하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니 브랜드의 경쟁력이나 비싼 단말기 가격의 부담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구매 제도의 준비가 정말 잘 되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시점에서 그것은 미흡해 보인다.

때문에 소니 코리아나 KT가 엑스페리아 Z1에 아주 큰 기대를 거는 것보다 다음 제품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소니 코리아나 KT 모두 얼마나 많은 물량을 공급받은 상황인지 모두 입을 다물고 있지만, 단말기 자급제는 물론 이통사의 옵션 상품으로 공급하는 첫 시도여서 많은 물량보다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자급제와 이통사 유통망을 섞은 혼합 판매 방식이 어느 정도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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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할 만한 단말기가 늘어난 것 외에 중요한 사실은 구글의 넥서스 시리즈나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출고가가 아닌 소비자가가 공지된 스마트폰이 하나 더 늘었다는 점이다. 정작 단말기만을 사려는 이들에게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을 알지 못하는 스마트폰은 유통의 질서를 해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였다.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인 것이 스마트폰이었던 것. 그만큼 유통 업자들의 장난질에 소비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많았다. 그래도 구글이나 애플에 더해 이제 소니까지 소비자가를 공지함으로써 스마트폰의 가격을 이용자가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어 이용자의 인식을 바꾸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듯하다. 특히 이통사 출고가와 제조사 판매가를 동일하게 맞춘 상태에서 판매 채널을 다양화했다는 점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단 한 번의 시도로 그 이전의 인식이 한꺼번에 바뀌진 않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외산 스마트폰 업체가 이런 시도 만으로도 이번 실험의 결과를 떠나서 지켜봐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 Comments

  1. 2014년 1월 17일
    Reply

    오늘 문득 선배가 생각나더군요…
    늙었나…

    • 칫솔
      2014년 1월 19일
      Reply

      늙어가는 걸 보니 반갑구만. ^^ 연락이나 자주 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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