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허점 드러낸 유투브 본인확인제,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

얼마 전에 나온 뉴스 가운데 구글의 유투브가 국내 동영상 서비스 1위에 올라섰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유투브 국내 진출 2주년, 동영상 서비스 1위

이 소식이 역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구글이 지난해 정보통신법에서 정한 본인 확인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유투브에 모종의 조치를 취한 뒤에 나온 결과라는 점입니다. 이용자가 국가 설정을 ‘한국’에 두면 인터넷에서 동영상 업로드와 게시판 댓글을 차단해 버렸는데도 동영상 서비스 1위를 했다는 점이지요. 사실 국가 설정을 다른 나라로 하면 업로드는 물론 댓글 기능 모두 쓸 수 있어 사실상 차단하지 못한 상태인데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이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유명무실해진 것입니다.

한국 국가설정시 업로드 기능을 자발적으로 제한합니다

그런데 유투브와 관련해 웃지 못할 일은 웹에서 그친게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이 스마트폰에서도 발생되고 있습니다. 국내에 유통되는 스마트폰에 따라 유투브 업로드를 할 수 있기도 하고 불가능하기도 한 것이지요.

 아이폰은 되고, 안드로이드는 차단?

구글이 유투브의 본인확인제를 거부한 상황이므로 국가 설정을 한국으로 둔 상황이라면 웹에서는 사실상 동영상 업로드는 제한됩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폰을 쓰고 있는 이용자들은 아마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동영상을 유투브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 보기의 공유 기능에서 유투브를 선택해 업로드를 할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부가 기능으로서 유투브 업로드에 대한 사전 점검이 진행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에 대한 그 어떤 문제도 이의 제기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아래 동영상을 보면 이해가 쉽게 될 것입니다.

위 동영상은 임시로 만든 유투브 아이디를 한국어로 설정한 뒤 아이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곧바로 유투브에 업로드되는 장면을 녹화한 것입니다. 처음 국가 설정이 한국어로 되어 있어도 아이폰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업로드가 된 것이지요. 이는 어디까지나 국가 설정에 따른 본인확인제를 거부하고 있는 유투브 정책에 배치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국내에 출시되는 안드로이드폰은 유투브 업로드 기능이 제한된다는 점입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역시 동영상 촬영 후 뷰 모드에서 공유 기능을 이용, 유투브에 업로드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앞서 설명한 대로 구글 코리아는 유투브 본인확인제를 거부하고 있는 자사 정책에 따라 안드로이드 폰을 제작 중인 업체들에게 해당 기능을 제외시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모토로이도 이 기능을 뺐고 삼성도 곧 출시할 안드로이드 폰에 해당 기능의 제외를 논의 중입니다. LG는 이통사와 구글의 협의에 따라 해당 기능의 탑재를 결정할 예정이라 지금은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안드로이드도 다른 방법으로 업로드를 할 수 있긴 합니다. 안드로이드의 브라우저를 통해 유투브에 접속한 다음 국가 설정을 다른 나라로 돌린 뒤 업로드 기능을 쓰면 e-메일 전송을 통해 자기 계정에 동영상을 올릴 수 있습니다. 앱을 통한 편한 업로드를 막았을 뿐 결국 올릴 방법을 완전히 막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국내 안드로이드폰, 기능적 역차별 방지해야

결국 구글은 국내 본인 확인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자신들의 결정에 따라 국내법에 저촉되는 일이 없도록 안드로이드의 유투브 업로드 기능을 제외시킨 반면, 구글이 관여할 수 없는 애플 아이폰은 아무런 제재 없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이용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입니다.

아이폰은 출시 이전부터 애플이 기능의 추가나 삭제, 변경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한 터라 이로 인해 방통위와 줄다리기 끝에 조건부 허용된 상태입니다. 때문에 애플은 유투브 업로드 기능을 차단하거나 제거하지 않을 것이 다분히 눈에 보이는 상황이므로 결과적으로 국내 법률에 저촉되는 장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투브가 구글의 서비스이고 애플은 단지 유투브 API를 적용했을 뿐이지만, 관련 법률을 무시한 상황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안드로이드폰은 합법적인 장치로서 인정은 받겠지만, 아이폰이 계속 판매되는 동안 오히려 국내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이 역차별을 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키지는 않아도 국내법에 맞춰 해당 기능을 제거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일부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반면, 법을 지키지 않은 장치는 오히려 제 기능을 모두 쓸 수 있는 것이지요.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은 법을 준수한 장치를 쓰는 데 따르는 기능적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고 상대적인 불이익이 따르는 셈입니다.

때문에 이제는 확실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할 때입니다. 본인 확인제를 하지 않고도 동영상 서비스 1위를 차지했고, 본인 확인제를 안해도 유투브 업로드가 가능한 것은 결국 본인확인제의 기능이 상당부분 퇴색해 버린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것처럼, 아이폰의 유투브 업로드 옵션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드로이드만 차별하는 것도 이용자들에게는 분명 역차별로 인한 불이익으로 느낄만한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수많은 아이폰 이용자는 암묵적인 불법 이용자로 만들고,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의 역차별을 그냥 놔둬야 하는 것인지 본인 확인제에 대해서 이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길 바랍니다.

지금 아이폰을 쓰고 있는 이들 가운데 이와 관련된 정부 관계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 불법 장치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꺼내기도 민망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유투브 기능이 제거된 안드로이폰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도 이어지겠지요. 이에 대해서 구글을 비롯한 업계와 정부 관계자가 ‘쉬쉬’할 일은 분명 아닐 겁니다. 우리 스스로를 가두는 모순의 본인 확인제를 현실에 맞게 보완하기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