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OS, 인텔 셀러론의 또다른 출구

모든 컴퓨팅 장치에 필요한 프로세서를 공급한다는 게 인텔의 기조지만, 최근 들어 크롬 OS를 대하는 모습은 조금은 집착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마치 지난 해에 모바일을 이야기할 때 항상 안드로이드를 끼워넣은 것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안드로이드보다 크롬 OS가 훨씬 더 현실적인 인텔의 최근 행보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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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각으로 지난 5월 7일, 인텔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롬OS를 주제로 한 작은 규모의 발표회를 진행했다. 인터넷을 통해서 실시간 생중계된 이 행사는 인텔의 프로세서를 넣은 크롬 OS 제품들을 소개하기 위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크롬OS 제품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관심을 끌지 못하는 내용이지만, 이미 크롬 제품을 쓰고 있는 학교가 거의 1만 개에 이르는 미국이기에 관심도는 달라 보인다.

이날 인텔은 크롬OS가 들어간 첫 제품의 태동부터 함께 해왔다는 사실과 크롬OS 생태계에서 인텔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료를 준비했다. 가장 많은 크롬 장치에 인텔 프로세서가 쓰이고 있고, 좋은 성능을 제공하며 64비트 지원과 다양한 폼팩터를 아우르고 있음을 설명했다. 물론 이 설명은 틀린 것은 아니다. 인텔은 구글이 2010년에 내놓은 내놓은 최초의 크롬북 CR-48을 비롯해 2011년에 출시된 최초의 상업용 크롬북에 이어 고성능 크롬북과 크롬박스 등 짧은 크롬 제품의 역사에 인텔 프로세서는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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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채로운 크롬 제품이 나오는 상황에서 인텔의 크롬 OS 제품 발표회는 단순히 새로운 크롬 제품을 소개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전략은 그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부품 공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생태계를 형성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데, 크롬 OS의 전반적인 발표 내용을 둘러보면 역시 생태계의 형성에 목적이 있음을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난 5년 동안의 크롬 OS 제품의 과거 뿐만 아니라 이 제품을 만들고 있는 업체들과 협력해 앞으로 선보이게 될 인텔 프로세서가 들어간 20여가지 제품을 대거 내세운 것이 그 예다.

그런데 제품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생태계에 대한 노력을 다한 것은 아니다. 인텔은 각 환경에 맞는 프로세서를 선보이곤 한다. PC나 태블릿에 맞는 프로세서는 이미 갖춘 상태인 반면 아직 크롬OS에 맞춘 제품군은 없다. 때문에 인텔은 코어 프로세서와 함께 셀러론을 투입하기로 한 모양이다. 인텔은 이번 행사에서 소개한 베이트레일-M SoC 프로세서가 바로 셀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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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론은 사실 인텔이 저가 PC를 위해서 만들었던 오래된 프로세서 라인이다. 하지만 아톰 프로세서의 등장 이후 일부 제품 영역이 겹친 데다 저가 데스크톱 시장의 위축으로 매우 애매한 자리에 놓여 있었다. 더구나 고성능 코어 마이크로아키텍처 대신 저전력 실버몬트 마이크로아키텍처로 셀러론의 처리 구조를 바꾸다보니 아톰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아 태블릿과 저전력 제품에 셀러론을 넣을 이유가 없어진 상황. 때문에 뚜렷한 방향성이 없던 셀러론을 크롬OS 용으로 쓰임새를 바꾸는 것은 흥미롭게 보인다. (그렇다고 모든 셀러론이 크롬 OS 전용이라는 말은 아니다.)

인텔은 셀러론을 채택한 크롬북의 특징으로 배터리, 성능, 비용의 효율성을 들었다. 크롬북, 크롬박스, 크롬 베이스 같은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기반의 제품들은 게임이나 문서 같은 처리 성능에 주안점을 둔 것과 셀러론 기반 크롬북은 한번 충전으로 11시간 이상 쓸 수 있고 팬이 없이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 또한 처음으로 802.11ac 규격의 무선 랜도 통합했고 다양한 폼팩터에 적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특징을 가진 첫 크롬북을 에이수스, 에이서, 도시바, 레노버 등이 공개했다. 특히 레노버는 화면이 180도 돌아가는 요가 스타일의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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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와 셀러론으로 프로세서를 정리한 인텔은 이날 노트북 형태의 크롬북, 소형 데스크톱 형태의 크롬박스, 그리고 일체형인 크롬 베이스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제조사가 늘어난 것이 고무적이다. 2013년 하반기 4개 회사만 참여해 4가지 제품을 선보인 것에 비해 올해 하반기에는 9개 회사가 참여해 20여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이 발표에서 흥미로운 점은 초기 크롬북과 크롬 박스를 내놓던 삼성을 뺐다는 점이다. 여전히 구글쪽 크롬 OS 파트너로 남아 있지만, 인텔의 차기 제품 파트너에서 빠진 것은 아마도 ARM 기반의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쓴 크롬북 이후 인텔과 긴밀히 협력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크롬 OS가 아직 교육 시장 등 일부에 제한적으로 쓰이긴 해도 지난 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내 기업 및 교육용 제품 판매 집계 결과 9.6%의 점유율을 보일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아직 지역적 한계와 일반 대중 시장에서 파괴력은 약하지만, 크롬북을 채택한 학교가 지난 해 5천 곳에서 이번 발표를 통해 1만 곳으로 확대된 만큼 시장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인텔은 PC와 비슷한 형태의 이용 경험을 유지할 수 있는 크롬 OS 제품 시장에 먼저 알박기에 나선 듯한 인상이다. 선두에 셀러론과 코어를 앞세우고 말이다. 인텔은 이후 입문용 시장을 위한 브라스웰을 준비하고 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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