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파이어폰에 관한 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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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스마트폰을 낸다는 소문은 1년 전부터 눈이 아프게 보고, 귀가 아프게 들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제 아마존판 스마트폰에 대해선 더 이상 소문을 보지도 듣지도 않게 돼 다행이지만, 발표 이후에도 흥미로운 분석과 따가운 비평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는 듯하다. 일단 가격이나 만듦새 같은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고, 파이어폰이 단순히 아마존의 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한 폰 쪽에 도달해 있는 결론과 조금 다른 평가를 하고 싶다. 물론 나는 아직 아마존 파이어폰을 직접 본것은 아니다. 따라서 제품에 대해서 직접적인 평가는 할 수 없다. 단지 이번 발표와 외국 매체들이 전하는 소식을 모아볼 때 파이어폰은 아마존폰이긴 해도 좀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할 부분은 분명 있다.

화면의 뒤 공간을 보게끔 하는 3D의 관점

아마존이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건드려 만든 파이어OS는 이미 킨들 파이어 태블릿과 파이어 TV에서 적동했다. 파이어폰은 세 번째 파이어OS 제품인 셈. 그런데 각 장치마다 인터페이스는 다르다. 파이어TV는 리모컨에 최적화했고 태블릿에선 좀더 쉬운 터치 버튼 구조를 채택했다. 그런데 이번 파이어폰은 버튼 구조를 더 단순화했다. 홈 버튼 이외의 돌아가기 버튼이 어디에도 없다. 홈 화면이나 응용 프로그램에 들어가더라도 이용자는 돌아가기 버튼을 찾을 수 없다. 마치 아이폰에서 다른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홈 버튼을 누르는 구조와 유사하다. 메뉴를 불러내는 구조는 양옆으로 빠르게 기울이는 것으로 대체했는데, 이것이 편한 방법일지는 모르겠다.

사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러한 조작 환경이 아니라 파이어폰에 적용된 다이내믹 퍼스펙티브(Dynamic Perspective) 3D 인터페이스다. 파이어폰의 3D 화면은 사실 아주 색다르게 보이는 기능은 아니다. 안경을 쓰지 않은 채 화면속 공간을 들여다보는 3D 제품은 이전에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파이어폰의 3D는 그 발상이 좀 다르다. 단순히 평면적인 화면에서 공간을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파이어폰을 상하좌우로 조금씩 돌려볼 때 그 공간을 극대화한다. 파이어폰을 발표할 당시에 보여준 잠금 화면이나 시애틀의 스페이스니들의 모습은 정면에서 볼 땐 뒤공간이 보이지 않지만, 스마트폰을 조금씩 틀면 그 뒤쪽에 있는 공간 속 이미지가 보이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매우 단조롭게 보이고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인터페이스에 맞는 구조화된 컨텐츠였다면 어땠을까? 평면에서는 볼 수 없는 숨겨진 공간에서 찾을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든다면 말이다. 그것이 렌더링된 3D 그래픽이나 게임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컨텐츠 뒤에 숨겨진 또다른 컨텐츠를 볼 수 있게 하고, 레이어 작업을 거친 웹의 뒤공간을 볼 수 있게 하는 것 같은… 만약 제프 베조스가 잠금화면이나 스페이스 니들보다 훨씬 인상 깊은 시연을 했다면 이러한 상상은 하지 않았을 테지만, 적어도 이러한 상상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사물에 들러붙는 반딧불이(FireFly)와 아마존 DB 파워

이번 파이어폰에는 반딧불이(FireFly)라는 버튼이 하나 더 추가됐다. 이 버튼을 누른 뒤 상품이나 전화번호 같은 글자들에 비추거나 청취 중인 음악, 보고 있는 영화 장면에 카메라를 대면 그와 관련된 상품이나 컨텐츠를 찾아주는 기능이다. 이 모드를 켰을 때 상품의 특색을 찾아 움직이는 하얀 점들이 아마도 반딧불이인 듯하다. 이러한 기능은 앱이나 서비스로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구글 고글도 그 중 하나였고, 샤잠 같은 앱에서도 비슷한 기능이 있었다. 반딧불이 버튼은 이것을 하나로 통합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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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기능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사물, 문자, 컨텐츠를 알아채는 재주와 그와 관련된 데이터를 아마존 DB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정확한 사물 인식이 중요하지만, 그에 매칭되는 상품이나 컨텐츠를 찾아내는 만큼 아마존 DB의 범위와 품질도 중요하다. 물론 모든 데이터가 아마존 DB에서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 DB에 없다면 위키피디아에서도 가져온다. 예술 작품처럼 아마존 DB에 준비되지 않은 정보를 불러올 필요가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반딧불이 기능이 아마존의 쇼핑에 영향을 많이 미칠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아마존에서 구입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오프라인 쇼핑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이다. 반딧불이 기능은 인식된 사물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라면 가격 정보를 보여준다. 이것은 쇼핑몰에서 파는 상품과 자연스럽게 가격비교를 하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데, 아마존이 더 싼 가격을 제시할 수 있기도 한 반면 아마존이 더 비쌀 수 있는 쪽으로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마존이 가격 비교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도 높지만, 적어도 가격 비교 기능으로 활용되는 것은 무조건 아마존에게 유리한 기능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점이다.

제한 없는 클라우드 공간과 아마존 하드웨어 전략의 완성

파이어폰도 카메라의 기능에 집중한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좀더 밝은 렌즈와 손떨림 보정의 능력을 겸한 카메라는 아마도 파이어폰으로 사진을 즐겨 찍는 이용자에게 쓸모 있게 비칠 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이날 발표에서 파이어폰으로 찍은 사진 샘플이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인지 아직 능력에 대한 검증은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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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파이어폰으로 찍은 사진과 타사 스마트폰 카라의 비교 사진

그런데 사진을 찍는 것보다 눈길이 갔던 점은 용량 제한을 두지 않은 업로드 공간이다. 아마존도 데이터를 저장해 놓을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있지만, 지금까지는 사진보다 이용자가 구매한 책이나 앱, 음악 같은 데이터를 백업하는 용도로만 써왔다. 아마존은 파이어폰 출시와 아울러 클라우드 공간에 사진 업로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 그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 더 많은 공간을 쓰기를 원하는 이용자에게 돈을 받고 있는 구글이나 애플과 완전히 다른 전략이다.

후발주자로서 이러한 승부수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할 지도 모르지만, 사실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은 사진이나 컨텐츠의 소비는 파이어폰보다 태블릿인 킨들파이어와 TV 셋톱인 파이어TV의 활용 가치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킨들 파이어와 파이어TV에서 소비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컨텐츠는 넉넉한 편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개인 컨텐츠 부문에선 분명한 취약점을 안고 있었던 탓이다. 두 제품 모두 개인 컨텐츠의 생성과 무관한 소비 지향형 하드웨어인 반면 파이어폰은 사진 같은 개인 컨텐츠를 생산할 능력이 충분한 때문에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파이어폰은 킨들 파이어와 파이어TV에 남은 개인 컨텐츠라는 약점을 메우면서도 각 제품이 가진 고유의 성격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모바일과 가정에서 컨텐츠의 생산과 소비를 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모두 아우르려는 아마존의 하드웨어 전략을 완성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파이어폰의 전망에 대해선 낙관도 비관도 모두 이른 시점이다. 이제 제품을 발표만 했을 뿐 아직 이용자가 판단할 만한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파이어 폰은 7월 말 일반에게 공개된다. 그 이후라면 파이어폰을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모이지 않을까?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5 Comments

  1. 2014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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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firedly는 우리말로 반디불이나 개똥벌레로 부르면 되구요. 사물 주위에 하얗게 모이는것이 반디불이의 모습을 차용한 것인듯 합니다. 불파리보다 좀 더 자세하게 이해될수도 있는 은유적 인터페이스이구요.

    • 칫솔
      2014년 6월 22일
      Reply

      고맙습니다. 알려주신 대로 본문 수정했습니다. ^^

  2. 아마존이 스마트폰을 왜 만들었을까? 소문으로만 떠돌던 아마존 폰이 드디어 세상에 공개가 되었습니다. 아마존의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처음 나오기 시작한것이 벌써 2년 전이니 상당히 오랜기간동안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세상에 공개가 된 것이죠.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다양한 루머에 휩싸이곤 했는데, 실제로 공개 된 아마존의 스마트폰인 파이어폰은 소문과는 조금 달랐지만 아마존의 강력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 주더군요. 간단히 스펙을 살펴보면..

  3. 2014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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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만의 플랫폼을 갖고 있는 회사가 접속할 수있는 단말까지 만드는 군요..
    유통할 컨텐츠가 있으니 자신있게 HW를 만들 수 있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3D 기능은.. 크게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AOSP

    • 칫솔
      2014년 6월 25일
      Reply

      상품/컨텐츠 DB와 시스템 자산이 넉넉하기도 하고 꾸준하게 늘리고 있으니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겠지요. 그나저나 3D 컨텐츠는 좀더 지켜보시지요. 지금은 놀랄 만한 게 없어서 필요를 느끼진 못한 것이기도 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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