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써본 루프페이 폽, 희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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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갤럭시S6를 발표하기 직전 삼성은 미국의 루프페이(Looppay)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루프페이는 마그네틱 카드를 읽도록 만든 흔한 카드 결제기에서 이용자의 카드를 직접 긁지 않고 짧은 자기장 신호를 내보내는 것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자기 보안 전송(Magnetic Secure Transmission, 이하 MST) 기술을 갖고 있었다. 이 기술은 지금 모든 가맹점에 있는 지불결제장치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까닭에 현 시점에서 호환성이 좋은 장점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NFC 기반 결제 장치가 보급되면 앞으로 그 이용률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이었다. 때문에 루프페이의 피인수는 적절한 시점에서 마무리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루프페이가 삼성에 피인수되긴 했지만, 사실 이들은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에서 MST 기술을 쓸 수 있는 어댑터와 납작한 상자처럼 생긴 루프페이 카드를 팔고 있다. 맨 처음 개발한 어댑터는 루프페이 폽, 그 뒤에 만든 것이 루프페이 카드다. 물론 삼성에 피인수를 발표한 직후 루프페이는 두 가지 모델 중 최저가 기본 모델인 루프페이 폽(Fob)을 단돈 10달러에 판매했다. 1주년 기념 파격 판매라고 했으나 사실 해당 모델의 단종을 염두에 둔 재고 정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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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정리 덕분에 부담없이 손에 넣은 루프페이 폽의 생김새는 조금 독특하다. 끄트머리에 어이폰 잭이 달려있다. 스마트폰의 이어폰 단자에 꽂아서 쓰는 장치라는 뜻이다. 이어폰 단자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카드 정보를 오디오 신호 형태로 폽으로 전송하는 역할과 아울러 루프페이 장치의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다. 이 장치는 신용카드나 회원카드의 마그네틱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리더 기능도 갖고 있는데, 이렇게 읽은 신호 역시 오디오 신호 형태로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장치를 제대로 설정했다면 이용자의 신용카드는 카드 리더를 이용해서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다.(참고로 삼성 페이는 사진을 찍어서 저장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제품이 원래 미국 이외의 시장을 겨냥한 게 아니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쓰긴 쉽지 않다. 일단 안드로이드용 루프페이 앱이 우리나라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IP를 우회해 접속한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내려받아 설치해도 계정을 만들 때 또 벽에 부딪친다. 우리나라의 주민번호와 비슷한 미국의 사회보장번호(SSN)를 입력해야 하는 탓이다. 계정이 없으면 루프페이를 쓸 수 없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려면 아이폰이 필요하다는 것. 아이폰의 앱스토어 계정을 미국으로 설정한 뒤 루프페이 앱을 설치하면 여권과 전면 사진을 대조해 계정을 인증할 수 있어서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아직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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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는데, 아직 문제가 다 끝난 게 아니었다. 루프페이폽을 안드로이드폰에 꽂으면 스마트폰의 이퀄라이저를 끄라는 안내문이 계속 표시되며 루프페이 폽을 정상 장치로 알아채지 못한다. 루프페이 홈페이지에서는 삼성 스마트폰은 대부분 호환되는 제품이라고 했으나 이어폰을 꽂으면 알아서 볼륨이 조절되는 기능이 발목을 잡는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루프페이 폽을 꽂자 마자 볼륨을 최대로 높이면 된다.

루프페이 폽이 정상 장치로 연결된 뒤 마그네틱 띠가 있는 신용카드나 회원카드를 등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매장에서 결제를 위해 카드를 읽을 때와 마찬 가지로 루프페이 폽에 있는 카드 리더에 긁어 주면 그만이니까. 비자, 마스터, 아멕스 등 카드사 정보는 별 문제 없이 나타나는 반면 비씨 카드는 카드사 정보를 알아채지 못한다. 또한 카드 이름을 이용자가 따로 써 넣지 않으면 카드 번호 마지막 4자리 번호를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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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의 카드를 등록한 뒤 루프페이 폽과 스마트폰을 들고 몇 군데를 돌며 실험을 해봤다. 루프페이 폽을 처음 실험한 곳은 가까운 햄버거 프랜차이즈. 하지만 첫 실험의 결과는 실패였다. 처음 쓰다보니 조작이 서툴기도 했고 카드기의 어느 부위에 대야 할지 몰랐던 탓이다. 두 번째 시도한 편의점에서 성공한 덕분에 언제, 어느 위치에 대야 하는지 파악이 끝난 뒤에 커피숍처럼 카드 리더가 있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별 이상 없이 결제를 할 수 있었다.

루프페이 폽을 결제를 기다리는 카드 리더의 홈에 대고 결제 버튼을 누르면 눈 깜빡할 시간도 안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자기장 신호를 내보낸다. 그 신호를 카드기가 알아채면 곧바로 일반 카드처럼 곧바로 결제 승인을 하는 것이다. MST 방식이 우리나라에서 작동하는지 그것이 궁금해 실험적으로 잠깐 쓰려고 했던 것인데, 정말 이 기술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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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루프페이 폽을 스마트폰에 꽂아서 쓰는 결제는 결코 편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스마트폰을 켜고 앱을 실행하고 보안을 풀고 결제할 카드를 찾는 과정이 너무 복잡해서다. 이는 지갑을 꺼내는 과정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은 불보듯 뻔한 셈이라 결코 장점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때문에 이 기술을 갤럭시 S6에 통합했을 때 실행 과정을 얼마나 간소화했느냐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는데, 갤럭시 S6는 지문 인식이 되면 곧바로 카드를 띄우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루프페이 폽을 들고 나갔을 때 진짜 걱정했던 것은 MST 기술의 작동 여부가 아니었다. 이용자가 루프페이 폽으로 결제를 한다고 했을 때 결제 대금을 받아야 하는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던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이 루프페이를 이용한 결제를 신기하게 바라봤다는 점이다. 나이 지긋한 편의점 주인이나 햄버거 체인과 커피숍의 젊은 종업원 할 것 없이 이걸로 실제 결제를 끝냈을 때 놀라워 했다. 앞으로 나올 스마트폰에서 이렇게 결제할 것이라고 설명을 미리 해둔 것도 그들의 경계심의 수위를 낮춰 놓긴 했지만, 낯선 결제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의외로 적다는 것은 스마트폰 결제에 대한 거부 반응을 걱정하고 있을 이용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 충분히 참고할 만한 사례일 것이다. 물론 모든 매장에서 이러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낯선 기술을 경계하고 거부할 테지만, 어쩌면 이용자의 생각보다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더 빠를 지도 모른다.

덧붙임 #

그렇다면 지갑 없이 스마트폰만 들고 다닐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 이어서…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6 Comments

  1. ㅇㅂㅇ
    2015년 4월 18일
    Reply

    잘 보고 갑니다. 글을 엄청 잘 쓰신것 같네요!

    • 칫솔
      2015년 4월 19일
      Reply

      너무 어려운 글이 아닐까 싶었는데 엄청난 칭찬을.. 고맙습니다. ^^

  2. tony
    2015년 4월 19일
    Reply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칫솔
      2015년 4월 19일
      Reply

      별 말씀을요. 토니님께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3. 베이컨맥머핀
    2015년 4월 25일
    Reply

    좋은 글 항상 잘보고 갑니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좋은정보에 잘 정리된 글…ㅎㅎ

    • 칫솔
      2015년 4월 27일
      Reply

      조금이라도 유익한 글이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

  4. 감사합니다.
    2015년 4월 25일
    Reply

    글 잘 보고 갑니다.
    현재 일본 라쿠텐에서 실시하고 있는 결제시스템이랑 동일한 방식에 비슷한 형태네요.
    일본에서 소규모 상점 등에서 많이 이 결제시스템을 쓰고 있던데, 라쿠텐이 미국에서 가져온 걸까요?? 흠..

    • 칫솔
      2015년 4월 27일
      Reply

      원래 MST 기술 자체는 루프페이 이전에도 존재했던 거라 라쿠텐은 이와 상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루프페이는 이 기술을 좀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하면서 보안을 얹은 것이 다른 점이거든요~ ^^

  5. 종다리
    2015년 4월 25일
    Reply

    다음글이 기대됩니다. 과연 두간편결제애플페이와 삼성페이)간의 차이점과 잇점이 있을런지 궁금해지네요…

    • 칫솔
      2015년 4월 27일
      Reply

      애플페이와 삼성페이의 다른 점을 결제 금액을 승인하는 과정인데요. 애플페이는 지갑을 열지 않은 채 단말에 스마트폰을 댄 뒤 이용자가 카드를 골라 승인하는 방식이고, 삼성 페이는 미리 지갑에서 결제할 카드를 골라 승인합니다. 결제 결과는 둘다 같긴 합니다만 편의성은 조금 다를 듯합니다.

  6. 산적II
    2015년 4월 26일
    Reply

    스마트폰 카드결제기랑 같은 모습니내요… 틀린 건 카드결제기랑 반대 되는 개념이고 마그네틱을 읽히는 방식이 아닌 접촉방식이 이란 특징 이내요…

    • 칫솔
      2015년 4월 27일
      Reply

      그냥 카드기를 쓰는 것하고 다를 것은 없는 듯합니다. ^^

  7. godori
    2017년 1월 4일
    Reply

    앱을 가지고 있다면 공유 해주실 수 있나요? 아님 다운받는 다른 경로가 있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국 앱스토에서 해당 앱을 삭제해버렸고, 안드로이드 버젼은 구글링으로 받았지만 계정을 생성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칫솔
      2017년 1월 5일
      Reply

      안타깝게도 저도 지금은 해당 앱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ㅜㅜ

  8. 항의합니다
    2019년 12월 21일
    Reply

    아니 왜 자꾸 수년전 글을 날짜만 매번 갱신해서 구글 검색에 뜨게 꼼수를 부리나요? 이거 솔직히 사기 아닌가요? 멋모르고 클릭하게 만들어서 방문자수랑 광고조회수 올알려는 꼼수 자꾸 이러면 안되죠. 나참 매번 검색할때마다 날짜가 계속 바껴 있고 헐…

    • chitsol
      2019년 12월 21일
      Reply

      아… 지금 스킨에 문제가 있어 모든 글이 최신 상태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홈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떤 글도 갱신되지 않았고 구글 검색은 오히려 유입이 줄고 있습니다. 되도록 빨리 고치려 스킨 제작자에게 문의했으나 아직 응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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