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글쓴 이 - 칫솔(CHiTSOL, PHILSIK CHOI) | 하드웨어 돋보기 l 2014/05/0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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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언팩에서 처음 공개된 기어 핏(Gear Fit)을 손목에 채웠을 때 어렴풋하게 나마 아주 나쁜 반응을 얻지 않을 이유를 몇 가지 발견하기는 했다. 당시 손목에 차고 있었던 갤럭시 기어보다 훨씬 가볍게 찰 수 있고 확장성은 제한되어 있어도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능과 빠른 UI 만큼은 이 장치를 쓰는 이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되어줄 것 같았다. 볼록하게 휘어진 화면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듯했지만, 화려한 배경 이미지 덕분에 기어 핏을 보는 관점을 흔들리도록 만들 것으로 보였다.

지난 달 중순에 갤럭시 S5와 함께 나온 기어 핏을 구입해 한동안 손목에 차고 다녀보니 방금 언급한 요소들이 그냥 느낌 정도로 끝낼 것이 아니라는 확신은 든다. 물론 그 확신의 이면에 있는, 잠깐의 탐색으로 알 수 없던 상대적인 특징들도 눈에 들어오기는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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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계를 작동하면 녹색 LED를 켜 혈류의 흐름을 센서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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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비 때문에 더 길어지긴 했지만 몸무게는 확실히 줄었다.

일단 몸뚱이가 가벼워 손목의 부담을 확실히 덜었고, 시계 고리 부분이 얇아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릴 때 걸리적 거리지 않으니 기어 핏을 벗지 않아도 된다. 길죽하게 뽑아 낸 화면을 쓴 때문인지 몸통도 길쭉해 손목이 가는 여성에겐 좀더 긴 느낌이 강할 수 있지만, 종전 갤럭시 기어에 비하면 무게의 부담만큼은 확실히 뺐다. 시계 줄 안쪽의 울퉁불퉁한 마감 처리는 시계줄을 너무 밀착되지 않도록 만들어 착용감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너무 오래 차고 있을 땐 살갗에 그 부분이 눌린 자국이 남고 공기의 흐름을 완전히 막는 재질이라 땀이 찬다. 충전은 작은 젠더를 이용해야 하고 배터리는 일상적인 환경에서 쓴다면 나흘 쯤은 버틴다.

착용감은 기대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기어 핏이 나오기 전에 걱정거리가 하나 있기는 했다. 손목에 찼을 때 가로로 된 기어 핏 UI 때문에 보는 불편함이 있었더랬다. 이것은 세로 UI를 더해 해결했다. 화면이 긴 기어 핏을 손목 위로 찬 상태에서 화면을 볼 땐 세로로 길게 보이는 데 비해 기어 핏의 UI가 이에 맞춰져 있지 않았던 터라 알림을 확인하나 기능을 조작할 때 다소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식 출시된 기어 핏은 세로 UI를 추가해 손목을 들어 자연스럽게 화면을 볼 수 있도록 손을 봤다. 다만 알림 문자를 세로로 볼 때 가로로 볼 때보다는 조금 어색하게 글자가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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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차는 환경에 맞춰 들어간 세로 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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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에서 세로로 쓸지 가로로 쓸지 정할 수 있다.

그런데 기어 핏에 걸었던 기대는 사실 다른 데 있었다. 설정을 빼고 알림, 운동, 수면, 심박수, 만보계, 미디어 컨트롤, 타이머, 초시계, 내 장치 찾기 같은 기능이 있지만, 운동 보조용 장치로서 얼마나 쓸모 있는가다. 기어 핏은 이름만으로 운동을 위한 장치의 느낌이 매우 강하고 실제 기어와 다른 부분으로 부각되는 요소기도 하다. 하지만 기어 핏의 운동 종류를 살펴보면 제한적인 느낌을 받는다. 달리기와 걷기, 자전거 타기, 하이킹 등 4가지 뿐이라서다. 물론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 종목이긴 하지만, 많이 뛰고 걷는 다른 운동 영역에 적용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애매한 점이 있다. 그래도 위 4가지 운동은 시간, 거리, 칼로리 같은 목표치를 설정하고 심박수를 함께 잴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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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거나 달릴 때는 운동 모드를 이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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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치를 설정하면 성취 정도를 기어 핏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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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도는 50%, 90%, 100%로 표시한다.

사실 운동의 목표 설정은 기어 핏의 만보기보다 걷기를 설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있다. 만보기로는 발걸음 수에 따른 이동 거리와 칼로리 소모를 함께 보여주긴 하나 그것은 일상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에 그친다. 하지만 기어 핏에서 10분 동안 걷기 설정을 한 뒤 운동을 시작하면 적어도 10분 동안 아주 열심히 걷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목표치 설정이 짧은 운동 시간 동안 운동 거리, 소모하는 칼로리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부분이다. 또한 어떤 목표치를 달성하는 정도에 따라 50%, 90%, 100%로 결과를 표시하는 데 90%에서 조금만 더 하자는 의욕이 생기긴 한다. 아마 달리기처럼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운동을 할 땐 마지막 기운을 쏟아내게 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이들이 기어 핏을 운동할 때 활용하기 위해서 쓸 것으로 보진 않는다. 어떤 이들은 시계 대용으로, 어떤 이들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알림을 받기 위한 용도로 쓰고 있을 것이다. 나도 알림을 가장 자주 이용하는데, 이는 앞서 쓰던 갤럭시 기어의 영향을 받은 때문이다. 알림이 나오지 않는 기어 핏이었다면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심박계는 재미로 해보는 수준이고 타이머나 스톱워치는 가장 활용성이 없는 기능이다. 가장 아쉬운 기능은 수면 측정. 잠을 잘 때 이 모드를 켜고 자야 한다. 잠을 잘 시간과 움직임을 분석해 알아서 수면 측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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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의 운동 데이터를 보여주는 앱은 다른 경쟁 제품과 다른 점이 거의 없다.

기어 핏은 화면부에 비해 몸통 쪽의 값싸 보이는 재질에 대한 불만은 남았지만, 넘치게 담지도, 과하게 넣지도 않은 기능성으로 그것을 덮어도 될 만하다. 다만 가장 큰 아쉬움은 기어 핏과 함께 쓰는 피트니스 위드 기어(Fitness With Gear)라는 응용 프로그램이다. 이 앱은 기어 핏으로부터 받은 운동 데이터를 모아서 보여주는 앱이지만, 어떻게 그 데이터의 의미를 이용자에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핵심이 빠져있다. 잘 걷고, 잘 소모하고 있거나 또는 반대의 상황인 이용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아무것도 없고 앱도 순수 데이터에만 의존해 너무 기계적으로 보인다. 물론 꾸미기는 잘했지만, 이것은 잘 꾸미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어 핏을 통해 생산된 이용자 데이터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가끔씩 동기화를 하면 알 수 없는 오류로 상세 정보를 볼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정말 앱 환경까지 제대로 아우른 기어 핏이라면 손목을 기꺼이 내줘도 좋은 제품이었다고 말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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