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어와 기어핏, 기어2, 기어 S에 이르는 모든 기어 시리즈와 함께 했던 내 손목은 2주 전부터 기어 S2의 차지가 됐다. 늘 새로운 기어가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다르겠지’라는 기대와 함께 제품을 쓰다가도 ‘이번에도 변함 없네’라는 반복되는 결론을 이번 만큼은 멈출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또다시 기어 S2를 손목에 채운 것이다.
지금 손목에 차고 있는 것은 기어 S2 밴드다. 3G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모델이다. 원래 기어 S2 블루투스 모델을 며칠 쓰다가 3G 모델로 갈아탔다. 앞서 통신 기능이 있던 기어 S를 쓰면서 통신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게 불만이었던 터라 이번만큼은 블루투스 버전을 쓰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기능 하나 때문에 틀어진 것이다. 블루투스 모델에 스피커가 없어 통화 기능을 쓰지 못하는 게 갈아타게 만든 유일한 이유였다. 사실 스피커만 있었다면 나는 블루투스 모델을 쓰며 더 만족스러운 리뷰를 썼을 게다. 블루투스 모델이 더 얇고 가벼운 데다 오래 버티는 배터리 등 더 나은 이유를 갖고 있으니까.
더 두껍고 묵직한 기어 S2를 손목에 차고 다니는 게 처음에는 거북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이 세계의 변하지 않는 진리에 따라 지금은 잘 적응한 상태다. 둥글고 작은 화면, 폭이 좁은 시계줄 덕분인지는 몰라도 종전 기어 S에 비하면 확실히 작게 느껴지지만, 그 작은 녀석을 더 단단하게 만든 터라 더 묵직한 건 아이러니다.
적응해야 하는 것은 두께와 무게 만이 아니다. 종전과 달라진 조작법도 적응 대상인데, 이번만큼은 그 조작성을 익히는 것이 즐거운 일이다. 둥근 시계 화면을 채택한 것만으로 기어 S2를 칭찬하진 못하지만, 시계 둘레를 돌려 메뉴를 다루는 인터페이스의 효율성 만큼은 인정한다. 앱을 찾거나 위젯의 정보를 더 빨리 확인하거나 각종 정보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 편의성에 대해선 칭찬이 아깝지 않다. 무엇보다 종전까지 사각형의 단조로운 모양새와 터치 스크린의 개성 없던 조작성과 관련한 말을 더 이상 꺼내지 않아도 되는 점이 가장 기쁘다. 적어도 모양새와 조작성 만큼은 종전 기어가 갖고 있던 이미지를 확실하게 리부트한다.
둥근 테두리를 돌리는 것은 한 가지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전체 화면을 다 보며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긴 메일을 확인할 때 종전 기어 S는 화면을 문질러 글을 올린 뒤 손가락을 떼고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터치하는 것을 반복해야 하지만, 기어 S2는 테두리를 돌리면 되므로 그런 과정 없이 한 눈에 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테두리를 돌릴 때 문제가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클래식이 아닌 일반 기어 S2의 테두리를 빨리 돌리면 손가락이 미끄러진다. 테두리가 얇고 매끈한 재질의 문제도 있거니와 테두리가 쉽게 돌아가지 않도록 지지하는 베어링마저 처음부터 부드럽게 길들여진 것은 아니어서 테두리를 돌리다보면 어느 순간 테두리는 멈춰 있고 손가락만 테두리를 따라 미끄러지는 일이 있다. 기어 S2용 보호 필름을 파는 업자들에게 이것은 기회지만, 그들이 제품을 써보지 않은 탓에 정작 필요한 테두리용 필름을 공급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어쨌거나 기어 S2의 모양새와 인터페이스는 달라졌지만, 아직까지 기본기는 이전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기어 S2를 처음 쓰는 이에게 스마트폰에 들어온 알림을 손목에서 확인하는 것은 재미있고 신기하며 이로운 기능일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그리 새롭진 않다. 그저 이전 세대의 기어보다 나아진 점이라면 그래픽이 좀더 역동적이고 깔끔해진 정도다. 기어 S에 있던 활동량 알림 기능을 기어 S2에서 더 그럴싸하게 꾸며 놓으니 좀더 쉽게 친해질 수 있게 된 정도다.
그나마 일부 알림이 단순히 알림으로 그치지 않고 재주를 더한 점은 흥미롭다. 페이스북 메신저 알림을 받은 뒤에 ‘좋아요’ 이모티콘을, 라인 메시지를 받았을 때 각종 캐릭터 이모티콘을 골라 답장을 보낼 수 있었다. 기어 S2 전용 앱을 깔지 않아도 일부 메시징 앱에서 이런 응답 기능은 저절로 뜬다. 문자 메시지는 미리 입력해 놓은 문구로 답할 수도 있고 작은 키보드를 두드려 직접 글을 입력할 수도 있는데, 천지인 자판이라 어렵진 않아도 화면이 너무 작아서 긴 문장을 입력할 때 좀 답답하다.
더불어 기어 S2를 차고 있을 때와 차고 있지 않을 때의 알림 환경이 조금 달라졌다. 충전을 위해 기어 S2를 차고 있지 않으면 대부분의 알림은 생략된다. 전화가 올 때만 기어 S2가 요란하게 울릴 뿐 그 외의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알림을 받았던 기어 S와 조금 달라진 부분인데, 일을 위해 잠시 손목에서 풀어 책상 위에 올려둔 기어 S2에 알림이 나타나지 않을 땐 조금 난감하긴 하다.
그래도 알림은 나아진 부분이라도 있지만, 응용 프로그램 문제는 짚고 넘어갈 게 많다. 기어 S2를 처음 발표할 때 내세웠던 여러 서비스를 곧바로 쓸 수 있었다면 아마 고민이 아니라 칭찬의 이유가 되었을 게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 페이도 없고, 티머니도 없고, 김기사도 없다. 캐시비는 앱스토어에 떴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중인데, 내가 스마트폰에 깔아서 쓰고 있는 티머니를 지우지 않으면 캐시비를 쓰지 못한다. 그나마 기어 S2 밴드에 이통사에서 넣은 T대중교통이 있을 뿐 기본기를 제대로 살리는 기능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뉴스나 은행 앱들은 모두 내 관심 밖이다보니 기어 S2의 특징을 말할 수 있는 선 굵은 기능들에 대해서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
때문에 기어 S2를 찬 이후로 매일 기어 앱스를 들어간다. 기어 S2를 더 두드러지게 만들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이 없는지 기웃거리는 게 일상의 일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시계 화면, 뉴스를 전달하는 앱, 운동량을 측정하는 추천 화면은 바뀌지 않는다. 그 이전의 기어 시리즈는 의외로 제법 많은 응용 프로그램을 갖췄지만, 기어 S2와 호환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에 기어 S2용 마켓에는 뜨지 않는다. 기어 S2가 기어 생태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리부트하는 제품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응용 프로그램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 믿지만, 기어 S2 밴드의 배터리는 정말 어떡할지 모르겠다. 기어 S2 블루투스 모델은 정말 괜찮지만, 3G 기능을 더한 기어 S2 밴드의 배터리 퇴근 시간은 너무 이르다. 난 지금까지 기어 S2 밴드를 12시간 이상 써본 기억이 없다. 3G 데이터 옵션도 꺼보고 거의 모든 옵션을 꺼도 배터리의 가출 속도는 상상 그 이상으로 빠르다. 뭔가 다른 작업이라도 하는 바람에 배터리가 빨리 소모 되는 것이면 억울하지나 않을 게다. 이 문제는 기어 S2 밴드를 써본 이들의 거의 공통된 결론인데 아직까지 이를 개선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무선 충전이니 아무데서나 충전할 수도 없다.
나는 기어 S2가 종전 기어의 두 가지 단점을 해결하길 바랐다. 첫 째, 무선 랜의 활용도이고 둘 째, 자동차 모드를 넣는 것이었다. 기어 S도 무선 랜과 연결했지만, 별다른 기능이 없었는데 기어 S2도 마찬가지다. 무선 랜으로 할일은 충분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능을 살릴 생각을 왜 안할까? 이 질문을 기어 S2와 관련된 이들을 만나면 꼭 던지고 말테다.
자동차 모드는 스마트워치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기능으로 줄곧 이야기 해왔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시계가 켜지고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꼭 넣어야 하는 기능이라서다. 설정에 들어가 ‘손목올려켜기’를 끄면 되는 일이지만, 운전할 때마다 몇단계씩 설정에 들어가 그 옵션을 바꾸고 차에서 내려 또 설정을 바꾸는 게 바람직하게 보이진 않는다. 기어 S2를 만든 이들은 운전을 하지 않는 걸까? 불필요한 화면 켜짐이 배터리를 얼마나 낭비하는지 모를 리 없을 텐데… 기어 S2가 기어 시리즈의 이미지를 리부트하는 제품이긴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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